세계 30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소설’Q&A’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빈민가 출신인 18살의 소년이 인도 최고의 인기쇼인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라는 퀴즈쇼에 출연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퀴즈쇼 사상 최고의 상금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단 한 문제를 눈앞에 두고 시간상의 이유로 쇼가 중단, 그가 교육도 받은 적 없는 빈민가 출신 고아라는 사실을 안 경찰은 부정행위를 의심한다. 하지만 그가 살아온 모든 순간들이 정답을 맞출 수 있는 실마리가 되었음이 밝혀지며 영화는 숨겨놓은 또 다른 감동으로 향해 달려간다.
자말 말릭은 퀴즈쇼에서 상금 20밀리언루피(약6억원)걸려있는 마지막단계까지왔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A: He cheated (속임수를 써서)
B: He's lucky (운이 좋아서)
C: He's a genius (천재기 때문에)
D: It is written (이미 적혀있는 운명이니까?)
영화의 도입부에 이런질문을 던지며 영화는 시작한다.
영화는 인도 최고 인기 퀴즈쇼(누가 백만장자가 되고싶은가)에 주인공 자말말릭이 나와 문제를 맞혀나가면서 문제를 풀때마다 그문제를 주인공이 어떻게 아는지를 주인공이 살아온 인생을 비춰주며 마치 스펙트럼처럼 우리에게 보여준다.
1970년대 밤의 문화를 주름잡았던 그룹사운드 “데블스”. 4장의 앨범을 내고 1980년에 해체된 이 그룹을 오늘날 젊은 세대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데블스는 국내 최초의 솔(soul)그룹이라는,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가진다. 한국 대중문화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그들, 유신정권의 억압 속에서 록 특유의 저항정신을 마음껏 떨쳤던 그들. 최호 감독의 신작 [고고 70]은 데블스를 소재로 하는 음악영화이다.
최호 감독은 [고고 70]을 통해 데블스가 결성되고 활동을 시작한 시기로 관객을 인도한다. 데블스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휘닉스 등의 그룹사운드 역시 실존했던 팀이라고 하고, 극중 데블스와 함께 공연을 펼치는 여성 3인조 와일드걸스도 실존했던 와일드캣츠가 모델이라 한다. 당시의 시대상도 그대로 가져왔다. 긴급조치가 남발되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던 시대상이 그대로 묘사되고, 미8군 무대 진출이 꿈인 그룹사운드의 현실도 그대로 나타난다. 대왕코너 나이트클럽 화재 사건 역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이 영화 [고고70]은 커다란 정치적 내용을 보여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숨 막힐 것만 같은 시대를 살아갔던 우리 부모님 세대가 어떻게 놀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작은 반항'을 했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구 왜관의 기지촌 클럽에서 '소울'을 연주하는 밴드 [데블스]를 결성한 <상규(조승우)>와 <만식(차승우)>은 더 큰 무대를 꿈꾸며, <상규>를 따르는 가수 지망생 <미미(신민아)>와 함께 청운의 푸른 꿈을 안고 서울로 상경합니다.
시민회관에서 열리는 그룹사운드 경연대회에 참석한 [데블스]는 당시로서는 생소한 음악 탓에 관객들에게 그다지 큰 호응을 얻지는 못하지만, ‘소울’ 음악을 연주한다는 점과 특이한 무대매너 덕에 당시 음악계를 주름잡았던 <이병욱(이성민)> 기자의 눈에 띄게 됩니다.
생계와 그들의 꿈을 위해 무대에 서고자 했지만, 시민회관 화재 사건 등등 일련의 사회 분위기 때문에 그들이 설 무대를 찾기 힘들었던 [데블스].
그러나 그들을 눈여겨본 <이병욱> 기자 덕분에 대한민국 최초의 고고클럽 [닐바나]의 무대에 서게 되고, 그들은 결국 개성 넘치는 무대와 폭발할 것 같은 ‘소울’ 음악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됩니다.
그러나 놀 권리마저 억압하던 당시의 유신정권은 이들을 퇴폐문화의 앞잡이로 몰아버리며 점점 단속의 강도를 높여 갑니다.
이 영화는 이렇게 당시의 숨 막히는 독재정권 하에서 한국의 대중문화가 어떻게 꽃을 피웠는지, 그리고 노는 것 자체가 시대에 대한 반항일수도 있었던, 1970년대 자체를 차근차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고 70]에서 음악과 함께 또 하나의 중요한 아이콘인 댄스를 책임지는 것은 신민아의 몫이다. 고고 댄스로 명명된 춤사위는 자칫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이를 근사하게 담아 그럴듯하게 편집한 화면이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킨다. 공연 실황 장면에서 밴드와 호흡을 맞추는 것 역시 많은 노력이 읽히는 대목. 어떤 장면에서는 진심으로 공연 자체를 즐기는 것 같은 표정이 드러나 그 에너지가 더욱 자연스럽다. 아마도 [고고 70]은 신민아의 필모그래피에서 전환점이 될 작품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뮤지컬에서 관객을 휘어잡았던 카리스마 보컬리스트 조승우는 샤우팅 창법으로 넘쳐나는 에너지를 영화에서 방출시킨다. 개인적으로도 탄복한 조승우의 가창력~ 정말 탄복에 탄복이다. 음악영화답게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나 혹은 영화에서 전달하는 깊은 뜻이나 무거운 메세지를 요구하기보다 영화의 대사처럼 <한번 즐겨봅시다.>와 <질러보자>가 가장 어울리는듯싶다. 영화내내 흥겨운 음악에 맞춰 매료되느라면 어느새 영화가 끝날 때가 오게 되니까..
10년 전 군대 폭행사건의 가해자 3명이 연쇄 살해된다. 가장 유력한 범인은 당시 피해자였던 이윤서. 그러나 그의 흔적은 쉽사리 찾아지지 않는다. 사건을 담당한 조경윤 형사와 박은주 형사는 현장에 남겨진 체모를 단서로 끈질기게 살인범을 추격하지만…. 조경윤 형사가 비밀리에 단독수사를 벌이면서 둘 사이에 불신이 싹튼다.
<가면>은 참 설명하기 어려운 영화다. 기자시사회가 열린 후 영화에 대한 이목이 주연을 맡은 배우들의 베드 신에만 몰린 상황은 이 영화의 난해성을 대변해 주고 있다. 내러티브, 영상, 테크닉, 소재 등 모든 면에서 할 말이 많지만, 이야기를 시작하면 반전 카드를 드러낼 수 있다.
잔인한 연쇄살인을 쫓는 형사물. 한 줄로만 요약한다면 <가면>은 그동안 관객들이 수도 없이 접해봤을 ‘진부한 형식’을 택한 스릴러다. 따라서 재미가 있으려면 충격적인 반전이 필요하고, 할리우드 못지않은 테크닉이 필요하다. <리베라메> <홀리데이> 등을 연출한 노련한 상업영화 감독인 양윤호 감독은 이를 충분히 간파한 듯 ‘아마도’ 우리 사회의 보수층이 끔찍하게 생각할 소재를 반전 카드로 준비하고, <세븐데이즈> 이전에 국내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속도감 있는 편집으로 만전을 기했다(<가면>과 <세븐데이즈>의 편집감독은 동일인이다).
화면을 흔드는 크랭크 카메라 촬영으로 극의 긴장감을 적당히 조인 점도 눈에 띈다. 만약 <세븐데이즈>로 입증된 스릴러영화의 수요가 <가면>에 쏠린다면 흥행도 기대할 만하다. 두 영화의 테마가 ‘사랑’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영화의 핵심을 이루는 ‘반전 카드’는 <가면>에 대한 평가를 선뜻 호의적으로 내릴 수 없게 한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인 동성애가 반전 카드의 한 부분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전에 동성애를 다루었던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나 <가발>이 사회적으로 금지된 욕망인 동성애를 다층적으로 다뤘던 것과 달리 <가면>은 신파 코드로 접근하며 ‘충격 용도’로 사용하는 점이 아쉽다.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인 폭력의 부당성?이야기하고자 한 감독의 의도는 이해 가능하나, 전반적인 연출이 스릴러로서의 상업적인 재미에 집중하는 바람에 진정성을 느끼기에는 역부족이다.
감독의 전작인 <홀리데이>가 캐릭터 중심의 오락적인 연출로 사회적인 메시지를 구현하는 데 실패했듯이. 모성애를 반전 카드로 택한 <세븐데이즈>는 스릴러 장르임에도 불구,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비슷한 테크닉으로 다른 반전 카드를 꺼내든 <가면>은 어떤 반응을 얻어낼까?
영화를 촬영하던 배우 장수타(강지환 扮)는 액션씬에서 욱하는 성질을 참지 못해 상대 배우를 폭행, 영화는 제작 중단 위기에 처한다. 또한 어떤 배우도 깡패 같은 배우 수타의 상대역에 나서지 않아 궁지에 몰린다. 그는 궁여지책으로 룸싸롱에서 사인을 해주며 알게 된 조직폭력배 넘버 투 이강패(소지섭 扮)를 찾아가 영화 출연을 제의한다.
누구도 모르게 영화 배우의 꿈을 갖고 있었던 강패는 수타의 제안에 흥미를 느끼며 출연에 응하는 대신 한가지 조건을 내건다. 액션씬은 연기가 아닌 실제 싸움을 하자는 것! 배우가 안되었으면 깡패 못지 않은 싸움 실력을 갖추었을 것이라 자신하는 수타 역시 이 조건을 받아들이고, 두 사람의 치열한 전쟁과도 같은 영화 촬영이 시작된다.
주인공은 하나! 싸우다 죽어도 좋다!
깡패라는 현실을 벗어나 배우란 꿈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은 강패, 배우로서의 자존심을 위해 액션 배우에서 진짜 싸움꾼이 되어가는 수타. 잠깐이라도 다르게 살고 싶었던 두 남자의 최고의 한판이 시작된 것! 주인공은 하나, 최고의 결말을 향한 두 남자의 싸우다 죽어도 좋을 이 숨막히는 대결의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
꿈과 현실을 넘나들듯
깡패인 강패는 영화배우라는 역할과 현실에서의 깡패를 오고간다.
실제로 깡패를 잘 수행하고 있던 강패는 영화와 관련이 되면서 현실에서 살려두지 말아야할 사람을 살려둔다. 그것도 영화의 대사 한마디를 생각하며... 나름 ...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었다.. 영화처럼 멋지게 뒷통수안치고 꼭꼭 숨어살줄 알았던 머리검은 짐승은 며칠만에 다시 나타나 뒷통수 제대로 친다... 그리고 강패는죽을 위기 모면하지만 뒤를 봐주던 회장에게도 거의 버림을 받는다. 뒷통수친 사람을 제대로 다시 복수를 해준다.. 그리고 그 곳에 수타(강지환)도 함께 목격한다..
영화는 영화일뿐 영화와 현실의 차이를 한공간에서 강하게 대비시키고 관객에게 느끼게 한다..
[영화는 영화다]의 큰 축은 배우 수타(강지환)와 조폭 강패(소지섭)의 대결이다. 어찌어찌 같은 영화를 찍게 되었어도 서로 시시각각 충돌하면서, 또 그 감정을 영화 속에서 연기에 담아 풀어내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 와중에 수타에게 생긴 골치거리를 강패가 해결해주는 등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우정이 보이기도 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다시 견원지간일 뿐이다. 같은 영화에 출연하는 여배우 미나(홍수현)를 두고 삼각관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한 마디로, 영화 촬영이 끝날 때까지 두 사람의 대결은 이곳 저곳에서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팽팽한 긴장감을 연출함에 있어서, 장훈 감독은 누아르 장르의 모범을 따르되 기교를 부리지 않는 정공법으로 화면 속에 에너지를 담는다. 한 편으로는, 너무 기교를 부리지 않아 화면이 촌스럽게 느껴지는 순간도 더러 있다. 가령, 캐릭터의 얼굴을 교차 클로즈업하는 장면이나 화면 밖에서 화면 안으로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순간 등은 평범한 연속극을 보는 것처럼 심심하게 담아낸다. 액션 장면도 기합을 넣되 화려한 기교를 배제하다 보니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같은 장소가 몇 번씩 반복되는 것도 많은 예산을 들이지 못한 영화의 한계로 보아야 할 것이다.
장훈 감독이 김기덕 감독에게서 배웠기 때문일까? 이런 식의 투박한 연출은 순식간에 촬영을 완료하느라 어지간해서 재촬영을 하지 않는 김기덕 감독의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정도이다. 그러나 이러한 투박한 영상 속에서 제대로 에너지를 분출하는 두 주인공 덕분에 단점도 장점으로 승화된다. 영화보다는 드라마에서 빛을 보았던 소지섭과 강지환은, 이 영화 속에서 제대로 뛰논다. 한 주먹하는 조폭은 조폭대로, 제 멋대로인 배우는 배우대로, 자신의 캐릭터에 몰입한 두 사람의 대결은 “영화와 현실이 뒤섞인 상황” 속에서 아주 그럴듯한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그래서 투박한 영상은 역설적으로 두 사람의 에너지를 더 날 것 그대로 분출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또 영화와 현실이 뒤섞인 애매한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만약 근사한 화면에 담긴 누아르였다면 영화 밖 현실도 영화처럼 보였을 것이다. 영화는 영화, 현실은 현실, 그런데 다시 영화와 현실이 애매한 그런 상태, [영화는 영화다]의 이러한 매력이 반감되었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조폭들이 등장하는 영화는 그동안 참 많았다. 우리가 흔히 “조폭영화”라 부르며 손가락질하는 영화들부터 오랫동안 기억될 그럴듯한 걸작까지, 조폭영화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조폭영화의 생명력은 질 낮은 코미디 영화들 때문에 일단 한 차례 밑바닥까지 떨어졌다가, 젊은 작가 감독들의 새로운 시도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는 영화다]도 그러한 새로운 시도에 이름을 올려둘 만한 작품이다. 조폭과 영화의 관계라는 점에서 유하 감독의 [비열한 거리]가 언뜻 생각나게 하지만, 치밀한 서사와 근사한 영상으로 누아르의 원형에 가까웠던 [비열한 거리]와 달리 [영화는 영화다]는 특이한 상황설정 속에서 내러티브는 최소화하고 배우들의 에너지 대결로 끝장을 본다는 차이가 있다.
[비열한 거리]가 근사하게 차려진 고급 일식집의 코스요리 같다면, [영화는 영화다]는 부둣가에서 갓 잡아올린 활어를 그대로 회 친, 그런 비릿하지만 신선한 매력이 인상적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확실히 김기덕 감독은 이런 상업영화를 만들어도 평범을 거부한다. “영화랑 현실을 구별 못해?”라는 강패의 대사가 그런 일반적인 조폭영화를 비웃는 것 같이 들리는 것은 괜한 생각일까?
적벽대전: 거대한 전쟁의 시작 감독: 오우삼 출연진: 양조위, 금성무, 장진, 조위, 장풍의, 림지령,
오우삼감독이 할리우드를 떠나 중국으로 와서 찍는 영화 <적벽>을 찍는다는 소식에 이미 들떠있었다. 적벽대전은 서양의 '트로이 전쟁', '십자군 전쟁'과 함께 세계 3대 전쟁으로 꼽히는 동양 최대 전쟁으로 지략과 전술로는 최고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아울러 화려한 출연진은 관객을 동원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삼국지는 중국, 한국, 일본 등 나라에서는 아주 익숙히 알려진 작품이다. 또한 삼국지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 바로 적벽대전에 관한 토막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작년에 <황후화>나 <야연> 등 중국의 대형사극영화들이 줄줄이 관객들의 원성을 타고 있는터라 오우삼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적벽> 역시나 우리가 가장 잘 알고있는 <삼국연의>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서 많은 사람들의 주의를 받아왔다. 올 상반년에 상영된 <용의 부활>은 개인적으로 놓고 볼때 많이 실망했던 영화였었다. 비록 삼국지의 역사적인 배경보다는 조자룡이라는 하나의 인물을 주선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는 가히 창의적이라 할수 있었으나 다소 서투른 줄거리며 흐지부지한 전개며,,,휴~~ 뭐 그러러니 해야지뭐...
삼국지의 장점은 결국 인물이다. 수많은 책략들과 흥분을 일으키는 이야기들이 넘치지만 그런 이야기들이 힘을 얻는 건 인상적인 인물들의 역할이 크다. 또 누구든지 삼국지의 수많은 영웅호걸 중 마음에 품고 있는 영웅호걸들이 있다. 인물들의 매력을 구현시킬 때 중요히 여겨지는 것은 전장에서의 일기당천의 액션이 아니라 클로즈업이다. 슬로우 모션의 빈도가 전작들의 비해 적을지 모르지만 아쉽지 않다. 적벽대전의 클로즈업은 오우삼 슬로우 모션의 성취를 이어 받는다. 설전을 벌이는 인물들의 수많은 숏들 속에서, 수많은 인물들이 뒤엉킨 전장의 숏들 속에서 인물들의 클로즈업이 출몰하여 그 상황 속 감정을 지연시키고 그 상황의 인상을 들어낸다. 슬로우 모션이 처절하면서 직설적으로 내꽂는 느낌이 강했다면 클로즈업의 성취는 편집으로 이루어내는 감흥으로 인한 품위다. 같은 것을 지향하지만 품위는 더욱 향상되었다. 인물들의 율동은 흐릿하지만 편집의 율동은 용솟음치기에 감당하기 힘들 지경이다. 그런 매력적인 클로즈업과 그로 인한 편집으로 인물을 주목하게 되고 그에 합당한 행동을 펼치는 인물들은 고스란히 자신만의 매력을 내뿜는다. 그렇기에 적벽대전에서 인물들의 등장 빈도는 중요치 않다. 영웅들 개개인의 무게감이 발휘되어 이야기를 휘어잡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제갈량'이다. 영화는 주유와 제갈량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적어도 개인적으로 1편에서는 제갈량이 더 매력적으로 그려지고 있는듯하다. 분명 주유도 제갈량에 버금가는 손권의 책사이지만, 1편에서의 주유는 손권의 책사라기보다는 장군같은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주유와 제갈량이라는 뛰어난 책사를 둔 두사람, 유비와 손권은 1편에서 거의 하는일이 없다. 유비는 짚신 몇짝 만드는 것외엔 하는일이 없고, 손권은 호랑이사냥이 전부이다.
삼국지에서 개인적으로 관운장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번 <적벽대전>에서 그려진 관운장은 솔직히 <용의 부활>에서 적룡이 출연한 관운장보다 모든 면에서 못하다고 느껴진다. 적토마를 타고 언월도를 휘둘러야 하는 관운장이 적토마는 온데간데 없이 그냥 달아다니는 보병처럼, 그리고 망치를 들고 쇠붙이를 두드리지 않나, 책을 들고 아이들한테 "지금 공부를 잘해놔야 앞으로 후회하지 않는다."는 교육계의 철학을 가르쳐주지 않나, 아무튼 관운장에 대해서는 다소 실망..
상산 조자룡, 호군이 맡은 조자룡은 솔직히 <용의 부활>에서 유덕화가 맡은 조자룡보다 못생긴건 사실이다. 하지만 나름대로의 특색이 있긴 했었다. 간혹 어떤 면에서는 너무 순박한 농촌총각같은 웃음을 보여줘서 닭살이 살짝 돋긴 했어도... 개익적으로 아두(阿斗)를 구하는 전투신이 너무 간결하게 묘사된것이 살짝 아쉽다.
장비의 캐릭터는 <용의 부활>보다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워낙 무대뽀정신이 강한 장비인지라 벽력소리에 조조의 장군이 말에서까지 떨어지지 않았는가? 장비는 전투신에서만 간간히 얼굴을 비췄지만 나름대로 개성있는 캐릭터를 소화하는데는 무리가 없었던것 같았다.
역시 조자룡~~~ 만약에 <용의 부활>과 <적벽대전>을 통털어서 배역을 골랐다면?? 헤헤~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역시나 전투신이다. 적벽대전의 화공(火功)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제갈량의 팔괘진법은 가히 시각을 즐겁게 하기에는 충분하다.
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장면인가? CG처리가 솔직히 간단히 들어갔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듣는 소문에는 몇만명의 엑스트라들이 출연했었다는것을 감안할 때 이 장면은 실제로 이렇게 대열을 지어서 찍은것이 아닐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끝으로 <적벽대전: 거대한 전쟁의 시작>이라는 제목답게 한마디로 개괄해라면 하나의 가장 훌륭하고 가장 긴 예고편이라고 할수도 있겠다. 하지만 삼국지의 인물들을 생각하면서 2시간가량 영화를 보면서 혼자서 즐기기에는 아주 훌륭한 영화가 아닌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