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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밤의 문화를 주름잡았던 그룹사운드 “데블스”. 4장의 앨범을 내고 1980년에 해체된 이 그룹을 오늘날 젊은 세대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데블스는 국내 최초의 솔(soul)그룹이라는,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가진다. 한국 대중문화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그들, 유신정권의 억압 속에서 록 특유의 저항정신을 마음껏 떨쳤던 그들. 최호 감독의 신작 [고고 70]은 데블스를 소재로 하는 음악영화이다.
최호 감독은 [고고 70]을 통해 데블스가 결성되고 활동을 시작한 시기로 관객을 인도한다. 데블스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휘닉스 등의 그룹사운드 역시 실존했던 팀이라고 하고, 극중 데블스와 함께 공연을 펼치는 여성 3인조 와일드걸스도 실존했던 와일드캣츠가 모델이라 한다. 당시의 시대상도 그대로 가져왔다. 긴급조치가 남발되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던 시대상이 그대로 묘사되고, 미8군 무대 진출이 꿈인 그룹사운드의 현실도 그대로 나타난다. 대왕코너 나이트클럽 화재 사건 역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이 영화 [고고70]은 커다란 정치적 내용을 보여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숨 막힐 것만 같은 시대를 살아갔던 우리 부모님 세대가 어떻게 놀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작은 반항'을 했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구 왜관의 기지촌 클럽에서 '소울'을 연주하는 밴드 [데블스]를 결성한 <상규(조승우)>와 <만식(차승우)>은 더 큰 무대를 꿈꾸며, <상규>를 따르는 가수 지망생 <미미(신민아)>와 함께 청운의 푸른 꿈을 안고 서울로 상경합니다.
시민회관에서 열리는 그룹사운드 경연대회에 참석한 [데블스]는 당시로서는 생소한 음악 탓에 관객들에게 그다지 큰 호응을 얻지는 못하지만, ‘소울’ 음악을 연주한다는 점과 특이한 무대매너 덕에 당시 음악계를 주름잡았던 <이병욱(이성민)> 기자의 눈에 띄게 됩니다.
생계와 그들의 꿈을 위해 무대에 서고자 했지만, 시민회관 화재 사건 등등 일련의 사회 분위기 때문에 그들이 설 무대를 찾기 힘들었던 [데블스].
그러나 그들을 눈여겨본 <이병욱> 기자 덕분에 대한민국 최초의 고고클럽 [닐바나]의 무대에 서게 되고, 그들은 결국 개성 넘치는 무대와 폭발할 것 같은 ‘소울’ 음악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됩니다.
그러나 놀 권리마저 억압하던 당시의 유신정권은 이들을 퇴폐문화의 앞잡이로 몰아버리며 점점 단속의 강도를 높여 갑니다.
이 영화는 이렇게 당시의 숨 막히는 독재정권 하에서 한국의 대중문화가 어떻게 꽃을 피웠는지, 그리고 노는 것 자체가 시대에 대한 반항일수도 있었던, 1970년대 자체를 차근차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고 70]에서 음악과 함께 또 하나의 중요한 아이콘인 댄스를 책임지는 것은 신민아의 몫이다. 고고 댄스로 명명된 춤사위는 자칫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이를 근사하게 담아 그럴듯하게 편집한 화면이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킨다. 공연 실황 장면에서 밴드와 호흡을 맞추는 것 역시 많은 노력이 읽히는 대목. 어떤 장면에서는 진심으로 공연 자체를 즐기는 것 같은 표정이 드러나 그 에너지가 더욱 자연스럽다. 아마도 [고고 70]은 신민아의 필모그래피에서 전환점이 될 작품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뮤지컬에서 관객을 휘어잡았던 카리스마 보컬리스트 조승우는 샤우팅 창법으로 넘쳐나는 에너지를 영화에서 방출시킨다. 개인적으로도 탄복한 조승우의 가창력~ 정말 탄복에 탄복이다. 음악영화답게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나 혹은 영화에서 전달하는 깊은 뜻이나 무거운 메세지를 요구하기보다 영화의 대사처럼 <한번 즐겨봅시다.>와 <질러보자>가 가장 어울리는듯싶다. 영화내내 흥겨운 음악에 맞춰 매료되느라면 어느새 영화가 끝날 때가 오게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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