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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것도 갑작스러운 것 만큼이나 장례도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남의 정신에 콘테이너에 넋 놓고 앉아 있기를 두 시간도 안되어 현장지정 병원인 성모병원 지하장례식장에 모여라는 팀장의 연락이 왔다. 빠르다. 죽는 것도 돌연적이고 장례식도 상상 초월하게 빠르다. 가보니 어느새 팀장은 삼베두건의 상주차림으로 손님들을 맞이하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들어오는 식구들 보고도 생판 모르는 사람 보듯 계속 그렇게 무덤덤한 표정으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흑백컬러로 변한 꺼벙이의 얼굴사진. 영정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씨~익 웃는 듯한 모습이 나 먼저 왔당... 그런 표정이었다. 두어 시간 전에만 해도 혀~엉, 혀~엉 하고 징징대던 놈이었었는데...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신 벗고 올라가 이짱을 위수로 나, 안경형, 그리고 천씨 형제들 등이 일렬로 술을 붓고 팀장이 상주로서 답례를 하고... 그런데 바우 형만이 자기는 절 하지 않는다고 꼬장을 부리기 시작했다. 내가 머 저 눔하고 친척이냐? 가까운 사이였냐고? 저 눔보다 나이도 더 처 먹었는데! 하고 말이다. 이미 장례식장에 현장간부들하고 다른 팀의 식구들도 꽤 모여서 우리 팀의 입장으로는 난처하기 그지 없었다. 그럼 오지나 말지 하니깐 니가 밥 사줄래하고 뻔뻔하다 못해 당당하기까지 하여 더더욱 황당하다. 꺼벙이 모르는 다른 식구들이며 현장간부들까지 다 절하는데, 원래 상가집 예절이 그렇지 않느냐? 하고 안경 형하고 이짱이 달래도 막무가내다. 아무런 이유와 근거가 없는 그 쓸데없는 오기와 자존심이 발동한 것이다. -냅둬라, 냅둬! 어느새 옆에 온 팀장의 말이다. 약간 웅성이던 식장이 다시 조용해지고 안경 형과 바우 형은 서로 멱살 잡았던 손을 내려놓았다. 이것들이 어느새? 진짜 견원지간이 따로 없다! -니네 동네에선 상가집 가서 절도 안하냐? 팀장답지 않게 너무도 지적이고 조용한 물음이다. -어쨌든 못하겠습니다. 뭐 어떻게 해 볼 엄두가 안난다. -피리 형은? 더 말 할 가치가 없다는 듯 팀장의 시선은 우리한테로 돌아왔다. -글쎄예... 아까 뒤에서 따라 오긴 했는데예... 이짱이 머리를 긁적이며 얼버무린다. -길 혹시 잃어남? -아닌데예, 저번에도 허리 삐끗했다 아임니꺼. 요기서 물리치료 받았는데... 모를리가 있겠습니꺼? -충격 넘 많이 받았나? 전화해봐. 다른 식구들 나 좀 도와도. 그리곤 팀장은 다시 손님 마중을 가버렸다. 어느새 손님 상에 떡하니 버티고 앉은 바우 형, 제잡담 소주를 들이켜기 시작한다. -한심한 넘! 저것두 조선족이냐? 안경 형이 아니꼽다는 듯 중얼거린다. -내둬! 제정신이 아니겠지므... 이렇게 달래주고 피리아저씨한테 전화를 했다. 연결음은 가는데 받지를 않는다. 피리아저씨의 핸드폰은 종종 이런 사고를 유발한다. 싸구려 중의 최 싸구려 핸드폰이라 신호가 약해서? 그 넘의 구닥다리 핸드폰은 언녕 버릴꺼지... ... 꽤 오랜 후, 연길에 돌아와서 피리아저씨를 만날 수 있었다. 그때, 모두가 장례식장으로 나올 때, 따라 나오면서 바로 인천출입국사무소로 직행했단다. 전화도 버린 채. 죽더라도 나 손자 안아보고 죽어야지 하면서 쓴 웃음 짓는 피리아저씨, 나도 쓴 웃음 밖에 안나왔다. 무서워서 전율했던건 아저씨나 나나 똑같았슈! ... ... -피리행님하고느 연결이 댔나? 이짱이 다가왔다. 아니, 그 아저씨 핸폰 고물이자나. 그래서 못받는지... 하니깐 씨익 쓴 웃음 짓는다. 뭐 알만하다 이거다. -나 같이 저쪽 가서 고스톱이나 좀 하자, 술상은 안경이 천씨네 데꼬 쫌 봐달라면 될끼고. 해서 -아니, 지금 그딴 걸 할 생각이 나? 하고 되물었다. -여기는 이게 법이라. 사람도 모자라는데 빨리 가자. -꺼벙이네 부모들은? -이제 출발했데. 팀장행님이 대신하고 있는 것 아이가?! 꺼벙이네 노친네 기절해가 좀 달래고 오느라면 아마 세 시간은 걸릴끼다. -그럼 작업은? -일 같은 소릴 하고 자빠졌네. 낼 모레까지 조사 끝나믄 돈 타 갖고 현장하곤 빠이빠이지. -?? -원래 현장에서 사고난 팀은 재수없다고 다 보내는기다. 무조건 짜른데이! 알긋냐? 그리고 우리도 그래. 간 넘은 빨리 보내뿌고, 산 넘은 계속 살아야한데이! 그쟈! -!! 이짱 손에 끌려가면서 얼굴 한 번 쳐다보았다. 두어 시간 전, 넋 나간 모습이었던 이짱이 맞어? 두어 시간전 일을 벌써 잊었나? 이미 고스톱 판이 두어군데 벌려졌고 좀 늦게 도착해서 판에 끼지 못한 안전부장님 하고 담당과장님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넷이 마주 앉자마자 오래 기다렸다는 듯 과장 님이 판을 쫘악 깐다. 식군가? 하고 부장 님이 나를 바라보면서 이짱한테 물어서 예 하고 이짱이 공손히 대답 올린다. -너무 충격 받지 마시고 지나간 일 빨리 잊으세요. 죽은 사람한테는 유감이지만 산 사람은 어차피 살아가야 될 것 아닙니까? 바로 잊는게 신상에도 좋을겁니다. 하고 부장 님이 사람좋게 말을 시작하고 -맞습니다. 그냥, 가급적 빨리 잊으세요! 하고 과장 님이 동을 달았다. -하모예. 싹 다 잊고 돈에만 집중하는겁니다. 그지요?! 오늘은 쪼까 띄워서 쩜 오백입니데이. 하고 이짱이 패를 돌리면서 너스레를 떤다. ... 틀린 말은 아니지만은 그게 그렇게 쉽게 되냐? 술 먹고 놀음 놀면 그때 그 충격 잊어지나? 옆에다 소주병을 갖다놓고 깡소주를 불어대면서 놀음에 혈압 올리기 시작하는 인간들을 보면서 나도 서서히 동화되는 느낌이다. 겉으로는 잊은 척, 태연한 척 하더라도 마음만은 다 삼검불이 되어있었을것이다. 조사가 끝나고 월급 청산하면 요번 추석은 집 가서 쇠게 될랑까? 노가다판은 이것으로 쫑났다는건가? 한국생활은 끝났나? 안주도 없이 쏟아 붓는 술이 속을 파헤치고 머리 속을 뒤집어 도저히 답 찾을 수 없었다. 겨우 얻어낸 답이라곤 살아 남은 사람은 계속 살아야 한다는 것 뿐, 모질게 이를 악물고 살아남자. ... ... ... 지루하고도 지루한 사건조사가 끝나고 인천으로 올라갔다. 세방도 뺄겸, 덕칠이하고도 만날겸. 꺼벙이의 얘기를 듣고도 별로 놀라지도 않는 녀석의 결정적인 말: 잊을 껀 빨리 잊고 돈이나 펑펑 벌어. 그렇다고 산 놈이 죽은 놈 때문에 입에 풀칠해야 쓰겠냐? 인간들, 어쩜 이리도 똑 같냐? 한국사람이든, 조선족이든. 누가 한 혈통 아니랠까봐? 그래야 되겠냐? 꺼벙이 넘 불쌍하지도 않아? 하는 말에 녀석은 아주 정색해서 말을 이었다. -내가 보기엔 니가 꺼벙이 땜에 충분히 슬퍼했어. 그걸로 되는거야. 너무 지나친 감성 같은 건 버려. 전우가 죽었다고 옆에서 총을 껴안고 꺼이꺼이 울기만 할껀가? 계속 나가서 적을 무찔러야지. 말 하나만은 얼음 위에 표주박 밀어 내듯 잘도 한다. 니가 직접 당해봐! 바지에 똥오줌 깔릴 넘! 하고 앙앙불락이었지만도 내심 그 말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돈도 좋았지만 결코 이건 내가 바랬던 인생이 아니였는데도 말이다. 그래그래, 잊자! 다 잊고 악착같이 살아 남아서 돈이나 펑펑 벌자! 용감한 자가 살아남는게 아니라 살아 남는자가 용감한기다. ... 이렇게 말하고 그해 가을, 사건 생기서 얼마 안되어 나는 귀국할 수 밖에 없었다. 그때 그 광경이 눈 앞에서 계속 맴돌아 맨 정신에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오랫동안 그 상처를 두고두고 치유하면서 언제나 노가다시절 떠올릴 때면 늘 맨 먼저 그때 그 광경이 떠오르는 건 ... 나도 두고두고 어찌 할 도리가 없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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