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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을 끌었던 임진왜란을 승전으로 끝을 맺은 조선의 조정은 논공행상(論功行賞)을 논의하게 이르렀다.
“아, 그 빠박이들… 아니, 중… 아니 스님들 말이죠. 장난 아니게 잘 싸우던데요? 괜히 소림사가 있었던 게 아니었어요.”
“그렇죠? 그 충무공 이순신 장군도 승군(僧軍) 불러다가 성을 쌓을 정도였으니까….”
“그뿐입니까? 사명대사는 왜놈들 나라로 건너가 풍신수길의 뒤를 이은 덕천가강과 협상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덤으로 조선 백성 3,500명도 데려오고… 빠박이… 아니 중… 아니 스님들 아니었으면 조선은 절딴이 나도 진작에 절딴이 났을 겁니다.”
이런 우호적인 평가 덕분에 임진왜란이 끝나고 나서 조선의 불교계는 제법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니게 되었다.
“우리가 임진왜란 때 얼마나 날렸는데… 조정 놈들, 양반 놈들 다 도망가 있는 동안 불교계가 안 일어났다면 조선은 이미 거덜났다니까!”
“이제 우리 불교계도 큰소리치면서 사는 거야? 흑흑… 정말 길고 긴 200년이었어…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더니만, 이제 우리도 사람답게… 아니 중답게 살아갈 수 있겠다.”
조선 불교계가 이런 김칫국(?)을 마시던 그때, 조정에서는 전혀 다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었으니, 바로 ‘승병 활용을 위한 유관기관 대책회의’가 그것이었다.
“에또, 그래설라무네… 지난 임진년과 정유년의 난리 때 빠박이들… 아니 중들이 나서서 세운 공이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이런 중들의 전투력을 발견한 이상, 이걸 놀려먹기는 너무 아깝지 않습니까? 가뜩이나 전투병이 없어서 고양이 손이라도 빌릴 판국인데, 이런 애들을 놀린다는 거, 이거 국가적 손실입니다!”
“야~병조판서, 너 간만에 개념 충만한 토킹을 날리는구나. 오케이 바로 저거라니까! 저런 창의적인 발상, 아주 좋아! 자자, 다들 중들을 활용할 방안을 말해봐.”
“에, 그러니까… 중들을 상근 예비역이나 공익근무로 돌리는 건 어떻습니까?”
“어이 이조판서! 그게 무슨 섭섭한 소리십니까? 우리나라 중들이 어디 보통 중입니까? 소림사같이 사짜 냄새 폴폴 풍기는 애들이 아니라. 100% 오리지널 전투중들이 아닙니까? 임진왜란 때 걔네들이 날고 기는 거 못봤음까? 걔네들은 무조건 철책! GOP로 때려 넣어야 합니다!”
“흠… 이런 건 어떻습니까? 원래 중들이 산이랑 친하지 않습니까? 걔네들 보면 주로 산에 짱박혀서 도닦고 앉아 있으니까, 일단 산에는 정통하죠. 임진왜란 때도 이걸 무기로 게릴라전을 펼치지 않았슴까?”
“그래서?”
“뭐…얘네들 보면, 여자도 멀리하고 맑은 공기 쐬고 지내느라 힘도 좋고 하니까, 평시 때엔 벙커나 산성 같은 전투공병의 임무를 주고, 산성 다 쌓고 나면 산성을 지키라는 것입니다.”
“야, 그거 굿 아이디어인데? 그런데… 그렇게 되면 승군(僧軍)을 국가에서 먹이고, 입혀야 하는 거 아냐? 가뜩이나 재정도 쪼들리는데….”
“아이 전하~ 걔네들을 왜 먹이고 입힙니까? 걔네들 사는 데가 어딥니까? 바로 절 아닙니까? 절은 또 어디 있음까? 바로 산에 있죠.”
“이 자식이, 지금 스무고개해? 결론만 빨랑빨랑 말 안할래?”
“그러니까 중들을 방위로 만들자, 뭐 그런 취지의 발언입니다.”
“방위?”
“네, 일단 산성 쌓을 때 그 옆에 절을 만들어서 절에서 출퇴근하며 산성을 쌓고, 산성 다 쌓으면 절에서 출퇴근시키면서 산성을 방어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거의 뭐 손 안대고 코풀자는 시추에이션이지요.”
“야! 그거 엑설런트 한데? 바로 시행하자고!”
이리하여 조선 조정은 서울의 외곽 방어선인 북한산성과 남한산성을 증축할 때 스님들을 총동원해 산성을 쌓게 만들더니, 산성을 다 쌓자 스님들을 데려다가 성의 방어를 맡기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조직된 것이 의승(義僧)이라는 승군 조직체였다. 이 의승은 전국에 있는 스님들이 의무적으로 들어가야 했는데, 교대로 산성 방어에 투입되어야 했다. 만약 이 의승에 들어가지 못하겠다면 대신 돈을 냈어야 했는데, 그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지금도 북한산성과 남한산성 근처에 절들이 많은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사명대사… 좋은 의미로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 덤으로 탄압받던 불교계의 탈출구를 모색하기 위해 거국적으로 승군을 조직하고 이끌었지만, 그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으니…. 나라를 위해 목숨바쳐 싸워도 돌아오는 건 탄압과 멸시·박해밖에 없다는 사실…. 8·15 광복절을 맞이한 독립군들의 심정이 바로 이러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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