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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 (gogoh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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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4/05/04
 

86. 나는 정치자금을 받은 기억이 없다! 下

2007.10.18 17:12 | ◐ 엽기조선왕조실록 | 꼬꼬

http://kr.blog.yahoo.com/gogohua/704865 주소복사



전(前) 충청도 관찰사 김진지의 충격고백 앞에서 세조는 할말을 잃었는데,

“…야, 너 얼마씩 쥐어 줬는데? 그러니까…사과박스를 건네줬냐? 아님 굴비박스? 아님 떡값이었냐?”

“…저기 그러니까…제가 비자금 만드는 기술이 좀 떨어져서 말입니다…그러니까…”

“너 맞고 말할래, 말하고 맞을래?”

“…저기 제가요…그렇게 많이 준 게 아니라….최소한의 성의표시, 그렇죠, 최소한의 성의표시로 한 겁니다. 오고가는 정속에 싹트는 인사비리…가 아니라, 선후배간의 정을 돈독히 하기 위해서….”

“…얼마냐고? 얼마나 줬냐고!”

“에…그러니까, 각 집마다 쌀하고 콩을 1곡(斛 : 10말)씩 줬습니다.”

“…너 지금 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고? 도지사가 인사 청탁을 하는데, 그것도 국무위원들하고 3부요인들한테 쌀하고, 콩 10말씩을 들고 인사 청탁을 한다고? 이 자식 완전히 개념을 가출시켜버렸잖아? 너 죽을래? 이 자식을 그냥!”

“믿어주십시오 전하! 전 정말 쌀하고 콩 10말씩만 돌렸습니다!”

김진지가 이런 거짓말을 세조에게 하는 그때, 김진지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의정부와 육조판서들은 긴급 대책회의에 들어갔는데,

“하…김진지 이 자식 한보 정태수 옹(翁)의 아름다운 고사를 듣지도 못했나? 알아서 입 다물고 있으면 다 꺼내줄 텐데….이러니 나라가 발전을 못해요. 정치를 하려면 돈이 필요한건 다 아는 사실인데, 돈 나올 구멍은 다 막아놓고…. 누군 뭐 받고 싶어 받았나?”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이라는데, 김진지 이 자식…. 깃털 주제에 너무 많은걸 알고 있어.”

“지금 뭐 이런다고 답이 나오겠습니까? 대충 뭐 대국민 사과성명 발표하고, 우린 몰랐다라고 대충 둘러댑시다. 일이 이 이상 커지면 곤란해요.”

이리하여, 의정부와 승정원 육조의 정승 판서, 승지들은 줄줄이 차비문(差備門 : 편전便殿의 앞문) 앞으로 나가 석고대죄를 하게 되는데,

“전하~죽여주시옵소서!”

“전하, 저희가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전하, 그런데 말입니다. 저희는 김진지란 놈을 보지도 못했걸랑요?”

“예, 제가 알아본 결과 김진지란 놈이 우리집을 한번 왔었긴 왔었답니다. 와서는 우리집 청지기 한테 쌀만 휙 던져놓고는 그냥 내쳐 도망갔답니다. 만약, 저를 직접 대면하였다면 제가 직접 그놈을 잡아다가 의금부로 끌고 갔을 겁니다. 근데 이놈이 던져 놓은 재물을 보고 우리집 하인 놈이 그러려니 하고 보고를 하지 않았사옵니다. 제 주변을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 점 죽어 마땅하오나…결코 제가 뇌물을 받은것은 아닙니다.”

“맞습니다 전하. 저희 집 하인들도 저에게 보고를 하지 못해서….”

“전하, 저희집두요!”

“저두요, 전하~.”

이렇게 되었던 것이다. 십 수 명의 정승판서와 고관대작(高官大爵)집 하인들이 일제히 뇌물을 받고 주인에게 보고를 하지 않은 이 기막힌 우연의 일치! 세조는 이 기막힌 우연의 속내를 알고 있었는데,

“휴, 이젠 완전히 세트메뉴로 지랄을 떠는구나. 뇌물로 쌀 10말을 줬다는 놈이나, 그걸 하인들이 받고 보고를 안했다고 말하는 놈들이나….”

“전하,이쯤해서 수습을 해야 할 거 같은데요? 이 상태로 사건이 더 확대되면, 나라의 기능이 완전히….”

“야이 자식아! 지금 그게 문제야! 나라의 중신들이 지금 뇌물을 받아 쳐먹고는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데! 이걸 그냥 확!”

“그러니까 그게 문제인겁니다, 전하. 지금 만약에 이 사건이 더 확대되면 의정부랑 육조의 정승판사들이 전부다 목이 달아날 판인데…. 그랬다간 나라 경제는 물론, 국정운영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아울러 털어서 먼지 안 나는 놈 없다고…이런 엄격한 인사검증 시스템이 가동되었다간 나라에 출사(出師)할 인재가 없을 겁니다. 저번에 국무총리 하나 뽑는다고, 멀쩡한 총리후보자 몇 명이 그냥 바보가 된 일이 또 벌어지지 말라는….”

“야, 한마디 하겠는데, 원래 털어서 먼지 안 나는 게 정상이거덩? 네들 더럽게 논 거지, 더럽게 논게 정상이 아니거든?”

결국 세조는 정승판서들의 변명(?)을 믿어주기로 하였는데,

“그래, 그래. 네들 말이 다 옳아. 네들은 김진지가 누군지도 모르고, 그놈이 쌀을 10말 들고 온 것도 몰랐어. 그걸 가져왔다고 네들한테 보고를 안 한 너네집 청지기가 문제지, 맞지? 그런데 말야….”

사건은 대충 이렇게 결론이 나려 하였다. 김진지와 강안중이 뇌물을 쓰겠다며 쌀과 콩 10말씩을 들고 정승 판서댁에 들고 가 청지기에게 맡겨 놓고는 도망 나왔고, 이 쌀과 콩을 받은 청지기들…. 각 정승 판서댁의 청지기들은 일제히 ‘건망증’에 걸려 자기집 주인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걸로 사건이 결론이 나려 했다. 그러나 사건을 종결시키기 위해선 ‘결과물’이 필요했다. 그렇다 누군가 총대를 메야 했던 것이다.

“나라에게 분경금지법까지 만들어서 분경을 금지했는데, 이를 어기고 뇌물을 쓰려 한 김진지와 강안중을 처형하라!”

몸통은 그대로인데, 깃털만이 처벌을 받은 것이다. 이 당시 김진지와 강안중의 처형을 놓고 여론은 들끓었다. 몸통은 처벌하지 않고, 깃털만을 처벌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몸통들은 두꺼운 철의 장막 저 너머에 있는 존재들이 아니었던가? 500여 년 전 뇌물을 받은 자들의 변명하는 모습이나, 몸통은 털끝하나 다치지 않고 깃털들만 우수수 목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 지금 대한민국이 어째서 부패공화국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지 그 뿌리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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