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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국(政局)의 기류가 묘하다. 안기부 X파일 덕분에 삼성에게 떡값을 받은 걸로 지목된 정관계 인사들이 밤잠을 설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국정원을 압수수색 하는 진기록(?)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언제나 그렇듯이, 늘상 그렇듯이 녹음기를 무한반복 해서 틀어주는 ‘나는 돈 받은 기억이 없다!’라는 말을 또다시 들어야 했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런 정경유착이나 뇌물비리가 불거질 때마다 그 당사자들이 하는 말들, 사건 초반엔 ‘받은 기억 없다’ ‘억울하다,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 이렇게 나서다 사건이 조금씩 밝혀지면 그제서야 ‘내가 받은 게 아니라, 내 보좌관이…’ 이러다 사건이 종결될 때 쯤 되면 ‘이건 댓가성이 없는 순수한 정치자금 이었다!’라며 항변하는 모습…정말 지겹다. 그런데, 이런 오리발 작전이 대한민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으니…이번 이야기의 주제는 정치인들의 ‘오리발’에 관한 이야기이다.
“전하! 충청도 관찰사 김진지와 도사 강안중이 광범위한 인사 청탁 로비를 벌였다는 정황증거가 나왔습니다!”
“뭐라고? 이것들이 나라에서 분경(奔競 : 한문을 곧이곧대로 해석하자면 분주히 경쟁하며 드나든다는 뜻으로, 권세 있는 자의 집을 찾아드는 것. 즉 인사청탁이다)을 금한다고 귀에 따까리가 앉을 정도로 말했는데…. 보청기를 달아주던가 해야지…에휴”
“전하! 더 큰 문제는 김진지와 강안중이 자기 돈으로 로비를 했음 그나마 좀 봐줄만 하겠는데, 이것들이 충청도 백성들로부터 불법자금을 거두어서 자기들 인사 청탁을 하는데 썼다 하옵니다!”
“더 볼 거 없다. 구속영장도 필요 없어! 당장 이 가련한 영혼들을 서울로 끌고 와!”
이리하여 세조는 충청도 관찰사 김진지와 도사 강안중을 의금부로 압송한 다음 직접 국문(鞫問)에 나서는데,
“어이 김씨 아저씨…내가 누군지 알아?”
“…저…전하! 저는 거시기….”
“다 필요 없고, 어떻게 한번 의금부 스페셜로 한 바퀴 돌려줄까? 이근안 같은 허접쓰레기 말고, 제대로 된 프로페셔널 기술자들이 수두룩 지천 이거덩? 이건 또 공소시효도 없어요. 남산 애들이야 원래 이런 짓 못하게 되어있는데도 지들이 하고 싶어서 하는 거지만, 여기는 일단 이런 거 하라고 만든 데거든? 일단 뭐 한 바퀴 돌고 시작하자구…. 얘들아! 의금부 스페셜로 쭉 한 바퀴 돌려줘라!”
“옛! 전하!”
“자…잠깐 전하! 타…타임 아웃입니다요. 아니 원래 피의자가 들어오면, 좀 물어보고 답 안 나오면 그때 고신(孤身 : 고문)을 하는 것이지. 초장부터 이렇게 하시면 극 전개상...”
“지금 페이지가 부족하거덩? 가뜩이나 연재 질질 늘어지는데, 이렇게 페이지 잡아먹으면 편집장이 화 내거덩…. 네가 좀 이해해라. 알았지? 얘들아 뭐하니? 얼른 한바퀴….”
“전하! 불겠습니다요!”
“하 자식, 얘가 또 편집을 알아요…. 글치? 그래, 얼른 불어라.”
“에…거시기 그러니까….”
“어쭈…이 자식 머리 굴리는 소리 들리네? 일단 맞고 시작해라.”
“저…전하 그러니까!”
“김 관찰사….”
“예, 전하”
“가드 올려!”
이리하여 의금부에서는 충청관찰사 김진지와 도사 강안중의 비명 소리가 서라운드 우퍼 5.1채널 방식으로 울려 퍼지게 되었는데….
“저…전하 ,죄…죄송합니다!”
“죄송하면 공무원 생활 끝나냐? 이것들이 아직 맛을 덜 봤구만? 이 자식들 입에서 뇌물 받아먹은 놈들의 이름이 나올 때까지 계속 돌려라!”
“사…살려 주십시오!”
“응, 성이 살씨고, 이름이 려주십시오야? 이름 참 기네…. 어이, 의금부 도사 뭐하냐? 이 아저씨가 아직 말귀를 못 알아들으신단다. 귀 좀 파 드려라!”
“저…전하! 말씀드리겠사옵니다!”
“그래? 한번 말해봐…. 장난이면…지금 한 거에 따따블이다. 알지? 피박에 광박…완전 독박쓰는 거야.”
“네, 그러니까…의정부, 승정원, 육조에….”
“그래, 의정부, 승정원, 육조에 누구?”
“그러니까…좌의정 구치관 대감….”
“…너 이 자식 죽을래? 구치관이 그 아저씨가 얼마나 고지식한데, 그 아저씬 임마 법 없이도 살아! 이게 지금 누굴 모함하려고…안 되겠다, 얘들아!”
“저…전하 그런 게 아니옵고…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지 않습니까!”
“…그래, 좋아 끝까지 한번 해봐!”
“그러니까…좌의정 구치관 대감을 빼고, 나머지 분들에게 전부….”
“…전부? 좌의정 빼고 다 네가 준 뇌물을 받아먹었다고?”
“…예.”
“영의정, 우의정, 도승지, 육조판서 전부다?”
“…예”
“…….”
전(前) 충청도 관찰사 김진지의 충격고백! 좌의정을 제외한 모든 고위 관료들이 김진지의 뇌물을 받았다는 이 놀라운 사실! 김진지 X파일이 몰고 올 파장은 어느 정도일까? 일약 정국의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한 김진지 X파일은 어떻게 결론을 맺을까? 초특급 대하 뇌물비리 역사 서스펜스 ‘나는 정치자금을 받은 기억이 없다!’는 다음회로 이어진다. 커밍~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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