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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덕분에 나라의 운영자체를 걱정해야 할 상황에 처하자, 조선은 ‘호랑이와의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른다.
“에… 일단은 민간자원으로 호랑이를 잡을 수는 없다는 건 다들 인정하죠?”
“야야, 그렇다고 호랑이 몇 마리 잡자고 군대를 동원하냐? 그래도 나라 체면이 있지….”
“전하, 지금 나라 체면 따질 때입니까? 잘못 하다간 나라가 절단나게 생겼는데… 일단은 호랑이를 잡고 나서 체면 챙깁시다.”
“…야야 영의정, 다 좋은데 너 말이 갈수록 짧아진다? 잘하면 치겠다?”
“전하, 말 하지 말까요?”
“…아니 뭐…하던 말은 계속하지 그래?”
“에, 그래설라무네. 일단은 군바리들 중에서 똘똘하고 날쌘 놈들을 뽑아서 호랑이 전문 사냥 특공대를 조직합시다. 걔네들 이름은… 그래 착호갑사(捉虎甲紗 : 호랑이 잡는 병사) 좋네, 일단 착호갑사라는 특공대를 조직해서 1년 365일 이놈들은 호랑이만 잡으라고 합시다.”
“음…계속해봐.”
“그리고, 복지부동(伏地不動)을 복무신조로 알고 있는 공무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줘서 적극적으로 호랑이 사냥에 앞장서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어떻게?”
“그러니까…별거 있겠습니까? 호랑이 많이 잡은 놈을 승진시킨다고 하면 되죠. 1년에 10마리씩 잡는 사또에겐 품계를 높여 주고, 군사 중에서 호랑이 사냥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병사, 그러니까 처음 호랑이를 발견해서 처음으로 활이나 창을 날려 명중시켜 다섯마리 이상 호랑이를 잡은 놈은 2계급 특진을 시켜주는 겁니다.”
“흠…그럼 좀 달려들까?”
“까짓 거 호랑이 몇 마리 잡으면 승진 시켜준다는데, 안 덤벼들겠습니까? 그리고, 이제부터가 본 게임인데….”
“뭐야? 뭐 싸다 만 느낌으로 말을 끊고 그래? 말 해 봐.”
“호랑이란 놈이, 몇 사람 덤벼들어서 잡을 수 있는 놈이 아니지 않습니까?”
“아니지.”
“적어도 한 마리 잡으려면, 부대단위로 움직여야 하는데….이게 또 호랑이 나왔다고 신고 들어왔는데, 그때 상부에 허가 받아서 군대를 움직였다간 호랑이는 이미 사라지고 난 상황이 벌어질수 있습니다.”
“음…십중팔구 그럴거야. 그것들이 보통 날쌔야지.”
“그래서 그런건데, 호랑이 발견 신고접수가 나오면 그길로 병력이 움직일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야, 그건 좀 거시기 한데? 군대란 게 또 상당히 애매모호한 존재라서 말야…. 잘 쓰면 좋은데, 잘못해서 전두환 같은 애가 나오면 어쩌냐? 괜히 쿠데타 일으키고 그랬다간 ×되잖아?”
“그렇다고 손 놓고 앉아 있을 순 없잖슴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구겠슴까? 걍 밀어붙이시죠?”
이렇게 해서 조정은 임금의 재가 없이 선참후계(先斬後戒 : 먼저 움직이고, 나중에 보고)로 군대를 움직일 수 있는 상황 두 개를 확정짓게 되는데, 첫 번째가 외적의 침입이나 쿠데타 음모를 발견했을 때이고, 두 번째가 바로 호랑이의 출몰이었다.
“이귀 영감…. 이번에 평산 부사로 가게 되면 휘하에 실 병력을 두게 됩니다. 혁명을 하기엔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어요. 결단을 내리세요.”
“음…뭐 그건 다 좋은데, 이게 또 특전사가 아니라서…. 3,5,7,9 공수여단처럼 수도권에 붙어있거나, 수방사라면 모를까…. 황해도라면 병력을 끌고 올때 이미 제1,제2 방어선을 치고 준비하고 있을 거 아닙니까?”
이귀…, 임진왜란 당시 광해군 밑에서 같이 있었던 이 녀석 인조반정의 한축을 담당하게 되는데, 문제는 병력을 어찌 돌려야 하는 것이었다. 분명 실 병력이 있긴 있는데, 이게 수도 서울 근처의 병력이라면 모를까 국경 바로 밑의 병력이니 어찌 손써볼 방법이 없었다. 반란 모의세력에게 있어선 난감할 따름이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해 준것이 바로 호랑이였다.
“어이 이귀…. 너 이번에 평산으로 부임한대매? 잘됐다. 요즘 평산에서 개성까지 호랑이들이 자주 출몰한다더만, 이 참에 네가 군대 끌고 가서 확 쓸어버려, 알았지?”
광해군, 이귀가 하직인사를 올리는 자리에서 이귀에게 호랑이 사냥을 명하게 된다.
“아유 전하…. 제가 또 호랑이하면 한 호랑이 하잖습니까? 그런데 말임다…. 이게 또 제가 호랑이를 잡고 싶어도….제가 맡은 섹터 안에서만 호랑이를 잡을수 있게 돼서 말임다….”
“그게 또 뭐하자는 토킹 어바웃인데? 자세히 말해봐.”
“에또, 그래설라무네, 호랑이란 게 워낙 개념이 희박해서요. 황해도에서 막 몰아가면, 이것들이 경기도 땅으로 넘어가고, 경기도에서 몰고가면 전라도나 경상도로 토끼는 바람에 말임다. 제가 맡은 섹터가 황해도라서, 경기도로 넘어간 호랑이 잡으려고 군사를 움직이는 순간에 저는 이미 죄를 짓는 거라서요. 섹터만 아니면 걍 넘어가서 잡는데 말입니다….”
“그래? 그럼 뭐 네 좋을대로 해, 경기도까지 넘어와서 호랑이 사냥해도 되니까 제발 그노무 호랑이 놈들 확 씨를 말려버려!”
“알겠슴다! 제가 확실히 이것들 씨를 말려버리겠슴다!”
이리하여 이귀는 풍산에 부임하자마자 병력을 몰아 경기도로 내쳐 달려오는데, 목적은 호랑이 사냥이었지만, 이귀의 군사는 인조반정의 선봉군으로 광해군 축출에 앞장서게 된다. 따지고 보면 광해군 스스로가 혁명군의 족쇄를 풀어줬다 할 수 있겠다. 국가 공권력의 보루라 할 수 있는 군대까지 동원하고, 군대의 이동까지 사후보고 할 정도로 조선시대 호랑이의 위세는 하늘을 찔렀다. 지금이야 동물원 우리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용맹이었지만, 불과 100년 전만 해도 호환(虎患)은 군대를 동원해도 감당하기 힘든 존재였었으니, 이런 걸 두고 격세지감이라 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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