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의 황우석 박사팀이라 할 수 있는 사복시(司僕寺)팀은 눈뜨면 마굿간으로 달려가 말들이 하는걸 지켜봤고, 눈 감을때도 말이 하는 걸 상상했으니,
“야…이거 변태도 아니고, 죽자 사자 말이 하는 것만 보니….”
“이거 참, 말 거시기를 보니까…내가 좀 왜소하게 느껴지는 거 있지?”
“글치? 왠지 주눅 들고, 이런 걸 직업병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말의 수태만을 1년 365일 지켜보던 사복시 팀들은 직업병 같지 않은 직업병에 시달리며, 세월을 보내는데,
“여…영감! 드디어 키가 큰…키 큰 말을 만들어 냈습니다!”
“무어라 정말이냐?”
“그렇습니다…1년 365일 말이 하는 것만 봤는데…흑흑, 이제 더 이상 안봐도 될 거 같습니다. 영감!”
“그래, 그래 수고했어.”
이렇게 해서 조선은 철청준(鐵靑駿), 오명마(五明馬 : 온몸이 다 검은데, 이마와 네발만 흰색인 말)를 비롯해 20여종의 준마를 뽑아내게 되었는데,
“야, 이거 정말 죽이는데? 완전 3천6기통짜리 엔진을 달았잖아? 승차감도 좋고…원래 말이란 게 이래야지 좀 탈 맛이 나는 거 아니겠어?”
그랬다. 조선은 그렇게 당대 최강의 준마(駿馬)를 생산하는 국가가 되었고, 동아시아에서는 조선을 최고의 말 생산국으로 인정하게 되었는데,
“이번에 조선에서 새로 출시한 EF오명마 봤어? 승차감이 그렇게 끝내준다면서?”
“말도 마, 이미 예약된 게 몇 천 마리나 된대…이번엔 승차감을 위해서 파워 서스펜션 안장을 달았고, 기본 옵션으로 ABS재갈까지 달려있대.”
자, 그런데 이렇게 훌륭한 말들을 생산해냈던 조선이 말이 부족해서 임진왜란, 병자호란 때 고전을 했었고, 조선 후기로 가면서부턴 조랑말이 시대의 대세가 된 까닭이 무엇일까?
“울리 사람 말 겁나게 많이 필요하다 해. 오랑캐 놈들이 말 타고 울리 나라 쳐들어온다 해. 이 오랑캐들 막으려면 좋은 말 겁나게 많이 필요하다 해. 너네 나라 울리 나라 나와바리다 해. 1년에 세금으로 말 1천 마리씩 갖다 달라 해.”
그랬던 것이다. 북방 민족과의 전투에서 번번이 깨졌던 중국, 진나라때 만리장성을 쌓았고, 명나라 때에도 다시 만리장성을 쌓았던 중국…. 중국은 이 북방 오랑캐들을 막아내기 위해서 기마병을 키워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좋은 말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아니 거시기 1천마리는 좀 거시기 한데요? 말이 1년 365일 하는게 아니라…우리나라도 말 한 마리 키우는 단가가 만만치 않아서….”
“일 없다 해! 무조건 1천 마리 채워서 가져와야 한다 해!”
조선 개국때부터 시작된 명나라의 무리한 ‘말 상납 강요’는 조선이 게놈프로젝트를 완성한 이후 더욱 더 거세지게 된다.
“너네 나라 EF오명마 끝내준다 해. 울리 사람 칼라풀 하고 파워 넘치는 너네 오명마 탐난다 해. 우리는 파워 재갈을 옵션으로 달아 달라 해.”
“아니 저기…우리 조선도 말입니다. 말이 한 4만 마리밖에 없음다. 그것도 울 애마대왕이신 세종대왕께서 마정(馬政)에 힘쓰셔서 일케 늘린 거지…. 워낙에 말 인프라가 부족한 나라래서 1년에 저희가 생산할 수 있는 말의 양이 얼마 안 됩니다. 저기 말 대신에 나귀나, 노새는 안 될까요?”
“너네 나라에선 나귀 몰고 싸움 나가나 해? 다 씨끄럽다 해! 무조건 1천마리 채워서 가져오라 해!”
이렇게 해서 조선은 해마다 막대한 양의 말을 중국으로 상납하기에 이르른다. 문제는 이 중국 놈들이 주는 대로 얌전히 받으면 상관없는데 어디서 본건 있었다는 것이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말이다 해 조랑말은 절대 받을 수 없다 해! 울리 사람을 물로 보지 말라 해! 이거 빠꾸다 해!”
이렇게 조랑말이나 질 떨어진 말들은 전부 다 퇴짜 당하니 나라 안에 한다하는 좋은 말들은 씨가 마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 말들을 배달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는데, 조선에서 출발해 요동까지 가는 동안에 드는 사료비용도 전부 조선이 부담했었던 것이다. 조선으로선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허 이거 참, 말이란 말은 전부 다 쓸어가 버리니, 우리나라 기병들은 뭐타고 싸우란 말야? 스쿠터 태워 보낼 수도 없고…. 이거 참 개념이 안서네.”
그랬다. 중국 기병들 말 챙겨주는 통에 정작 조선의 기병들은 말이 없어 보병과 같이 걷게 되었는데, 이 기병의 부족이 훗날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 조선군이 밀리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전쟁이 끝나고 나서 터져 나왔는데,
“이거 참, 우리는 뭘 타고 돌아다니란 소리야? 조랑말을 타려니까 발이 땅에 끌리니…이거 참 민망하네….”
결국 조선의 말안장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으니, 말안장의 높이가 일반 말안장 보다 훨씬 높은 특대 안장이 태어나게 되었던 것이다. 말안장의 높이만 40~50㎝가 훨씬 넘어가는 이 안장 덕분에 조랑말을 타더라도 발이 끌리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궁하면 통 하는 것일까? 중국의 수탈에 의해 좋은 말들을 다 빼앗긴 조선…. 그래도 한때 동아시아 최고의 말 생산국으로 이름을 떨쳤던 조선의 말들은 온데간데없고, 과천 경마장을 가득 메운 호주 거세마나 서양말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몇 자 적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