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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 문정희
술이 나를 찾아오지 않아 오늘은 내가 그를 찾아간다 술 한번 텄다 하면 석 달 열흘 세상 곡기 다 끊어버리고 술만 마시다가 검불처럼 떠나가버린 아버지의 딸 오늘은 술병 속에 살고 있는 광마를 타고 악마의 노래를 훔치러 간다
그러나 네가 내 가슴에 부은 것은 술이 아니라 불이었던가 벌써 나는 활 활 활화산이다 사방에 까맣게 탄 화산재를 보아라 죽어 넘어진 새와 나무들 사이로 몸서리치며 나는 질주한다 어디를 돌아봐도 혼자뿐인 날 절벽 앞에 술잔을 놓고 나는 악마의 입술에 내 입술을 댄다
으흐흐! 세상이 이토록 쉬울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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