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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 (gogoh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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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4/05/04
 


#1 눈물의 재회

"시벌놈, 니가…어쯔케…안 죽고 살아있냐?"

나, 동치성이를 사람들은 전라도를 주름잡는, 총보다도 빠르고 날쌘 칼잡이라 부른다.
얼마 전 형님이 시키신 일을 처리허다가 7년 형을 선고 받고 감옥에 오게 되었다. 그런데 아니 이게 웬일인가!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나의 친구 순탄이, 이 시벌놈을 이곳에서 만난 것이다. 살아 생전에 이 녀석을 만나게 될 줄이야… 가슴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주중이와 순탄이, 우리 셋이서 뛰놀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세상 천지를 다 얻은 듯 기뻤다. 어쨌거나 난 형님 말대로 아무 걱정 않고, 이곳에서 감방 동기들과 함께 조용히 수양이나 쌓을 심산이다. 큰 형님 곁에는 나를 대신해 둘도 없는 친구 주중이가 있을 테고… 나도 이곳에서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야 쓰겄다.

#2 미안한 우정

"미안허다. 난 여그 회사원인게…"


남들은 나를 깡패라 손가락질 하지만 누가 뭐래도 나, 김주중은 번듯한 회사원이다. 미래 설계를 위해 생명 보험도 잊지 않고 들어놓은 나에게 요즘 고민이라는 것이 생겼다. 둘도 없는 친구 치성이가 회사 일의 모든 책임을 지고 감옥에 가게 된 것인데, 아~ 그 놈을 홀로 감옥에 보내고 조직에 남아 있으려니 이거야 원, 도통 마음이 편치 않다. 이럴 때일수록 치성이 부모님께 신경을 더 써드리기로 마음먹었다.
얼마 전 사무실로 찾아온 월남전 상이 용사 같은 냥반이 치성이 부모님 댁을 방문하고 오는 길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 썩을 놈, 어쩐지 몽타주가 심상치 않더니 알고 보니 몇 해 전 치성이에게 한쪽 다리를 잃은 저쪽 회사의 보스 성봉식이란다. 큰 형님은 이제 치성이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홀로 감옥에 있을 치성이를 생각하면 온통 마음이 쓰리지만, 친구를 위해 회사를 등질 수도 없고 정말 답답한 마음뿐이다.

#3 조직의 배신

"성님이 날 잊었는갑다…나가서 물어봐야 쓰겄다."


이럴 순 없다. 이건 아니다. 10년간 형님이 시키는 일이라면 물불 안 가리고 모든 것을 다 해온 내게, 이렇게 등을 돌릴 수는 없는 거다. 아무래도 나가서 직접 물어봐야 쓰겄다.
탈옥연구 방면에는 도통했다는 감옥 동기 장낙영을 주축으로 탈옥계보가 구성됐다. 그런데 장낙영이 이놈, 완전 사이비 아닌가. 이 친구 믿다가는 아마 7 년 다 채우고도 밖에 못 나갈 것만 같다. 몇날 며칠 죽도록 벽만 들이받은 내 어깨만 아파 죽겄다. 저놈의 웬수 같은 벽, 바다모래로 공구리를 쳤다드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늘도 무심하진 않겄지.

#4 엇갈린 운명

"그냥 가믄 안 되겄냐? 나…가슴이 짠허다…"


치성이가 밖으로 나왔다고 헌다. 기어코 큰 형님과 결판을 지으려고 들 그 녀석의 모습이 불을 보듯 뻔하다. 본디 물불 안 가리는 놈인디, 회사원의 신분으로 치성이를 마주해야만 하는 내 맘은 괴롭기만 하다. 우리들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의 끝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조직을 위해 '사고'를 저지르고 감옥에 들어간 <동치성(정재영)>은 감옥에서 같은 조직에 있었던 친구 <정순탄(류승용)>과 예상치 못한 만남을 갖게 됩니다.

왜냐하면 <정순탄>은 이미 사형선고를 받고 집행을 받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라고 모두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동치성>의 빈자리는 바깥 세상에 남아있는 또 다른 친구 <김주중(정준호)>이 대신하여 채우고 있으며, 이 착한 친구는 <동치성>의 부모님도 대신 모실정도로 의리 깊은 친구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친한 친구였던 이들 세친구는 서로를 형제처럼 아껴주고 있으며 그들 사이를 어느 누구도 갈라놓을 수 없을 정도로 돈독한 우정을 과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냉혹한 조직은 이들의 우정과는 상관없이 조직의 이익을 위해 이들을 '소모품'으로 여기며 서로를 갈라서게 만들려 합니다.

사실 이런 조직 폭력배 속에서 흔들리는 개인의 우정과 의리, 갈등, 그리고 복수극은 그동안 수많은 영화에서 우려먹은 뻔 한 줄거리이며, '조폭' 또한 한국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뻔 한 소재입니다.

그러나 <장진> 감독은 특유의 위트와 유머장치를 영화 속에 집어넣어 기존의 조폭영화와는 다른 감성의 영화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이제는 전매특허가 되어버린, 뒤통수를 치게 만드는 언어유희와 황당한 상황설정은 '장진식 유머'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으며 - <최박사(정규수)>와 <동치성>이 팽팽히 대립하는 첫장면부터 엇갈린 상황설정과 대사를 통해 관객들에게 폭소를 자아내게 하고 있으며, 고깃집에서의 어린아이 같은 싸움장면, 어이없는 비행기 추락, 황당한 탈옥장면등 기상천외한 상황들은 '장진식 유머'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 심지어는 눈시울을 뜨겁게 만드는 방장과 방장 부인의 만남장면에서도 '장소'의 의외성을 통해 입가에 미소가 걸리게 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상과 등장인물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이 영화의 가장 커다란 미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장진>의 작품이 늘 그러하듯 조폭 사회에도, 교도소에도, 심지어는 인질로 잡은 사진관 주인과 인질범 사이에도 정(情)을 느낄 수 있으며, 파렴치한 배신이 난무하는 현실 사회와는 다르게 끝까지 서로를 배신하지 않고 모든 것을 함께 나누려 하는 이들 주인공의 모습은 너무나 따뜻합니다.

비록 결말은 조금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그들이 선택한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뭉클한 감동을 안고 결말을 음미할 수 있었습니다.

<정재영>은 연기파 배우답게 액션연기와 코미디를 절묘하게 소화해 내었으며, <정준호> 또한 무난하게 순하고 착한 조폭 역할을 잘 해내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관점에서, 이 영화에서 가장 멋진 배역은 의리의 사나이, 사형수 <정순탄>역의 <류승용>인것 같습니다.

고독해 보이는 모습 속에 숨겨진 야성의 모습, 그리고 끝까지 친구를 위해 목숨을 걸고 장렬하게 산화(散花)해가는 모습은 [영웅본색]에서의 <주윤발>을 떠올리게 했으며, 연극무대에서 다져진 그의 연기력으로 배역을 너무나 멋지게 소화해내어, 앞으로 그의 행보를 주시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서로를 위해 목숨을 걸 수 있는 친구를 만나기는 너무나 힘든 일이지만, 목숨은 아니더라도 동고동락(同苦同樂) 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난다는 것... 그것은 참으로 멋진 일이 아닐까요?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의 시에서 인용하였다는 첫 장면의 자막과 대사....

"너는 밀어붙여, 나는 퍼부을 테니...."

원래 그 시가 우정에 관한 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떠올릴 때마다 친구에 대한, 그리고 우정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게 됩니다.

새삼...

"너는 밀어붙여, 나는 퍼부을 테니..." 라고 말해줄 수 있는 친구들이 너무나도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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