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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아침에 문을 나서니 셔츠옷깃으로 스며드는 찬기운에 웬지 모르게 몸이 움추러진다. (벌써 가을이 찾아온건가?) 며칠전 사무실 창문으로 노랗게 물든 단풍잎이 보였고 가끔 여름의 푸른 옷에 미련을 가지고 채 벗지도 못한 잎사귀들도 있었던걸로 기억했는데... 머리를 들어보니 어느샌가 벌거숭이가 되여버린 나무들이 길가에 어색하게 서있다. 발치에는 먼지와 간밤의 비에 범벅이 되여버린 락엽이 제멋대로 쌓여져있다. <락엽귀근>라는 말이 있다고 하지만 그건 소설이나 미사려구로만 사용되는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언제나 멋있는 말로 표현할수 있는것은 눈으로 보면 실망할 때가 많은가보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도 한다. 왜서 그럴가? 여러가지로 생각을 해봤지만 뾰족한 대답은 없다. 풍요로와서? 쓸쓸해서? 외로워서? 단풍잎이 빨갛게, 노랗게 물든 나무아래에서 아츠라니 높아진 파아란 하늘을 보면서 마음속에 꿈도 저기저 흰 구름처럼 띄워보고 싶었는데... 락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길을 혼자서 걸으면서 외로움을 만끽하면서 쓸쓸한 노래를 입가에서 흘려보내고 싶었는데... 누렇게 염색한 머리를 힘겹게 떨구고 있는 벼이삭을 보면서 풍년의 희열도 맛보면서 겸손할수록 머리를 숙여라는 속담도 다시금 되새기려 했는데... 그런데 가을은 나한테 그런 시간을 할해하지 않고 혼자서만 총총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서 내가 문득 고개를 쳐드니 저만치 달아가 있었구나. 난 그래도 함께 하고 싶었는데... 넌 아마 생각만 하고 빠져들지 못하는 내가 싫어졌나보구나. 그렇게 나는 올해도 가을을 보낸다. 손목 한번 제대로 잡지도 못하고, 가을의 품에 한번도 빠져들지도 못하고, 가을을 사랑한다고 말 한마디도 못해본채... 그렇게 가을은 저멀리 혼자서 떠난다. 나는 다시 돌아올 가을을 기다린다. 이제 가을이 다시 오면 또 같은 후회를 말아야지 하면서... 2006년 11월 9일 00:20 - 지화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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