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즐겨찾기 | 블로그홈 | 바로가기 바로가기 | 로그인
2009
블로그  |  사진갤러리  |  동영상갤러리 방명록  |   즐겨찾기 추가
꼬꼬 (gogohua)
프로필     
전체 글보기(1082)
불사조 풍물패
사물놀이/민요
◐ 기상천외
◐ 요리조리
◐ 잡동사니
◐ 해석남녀
◐ 건강상식
◐ 좋은글/시
◐ 포툰/카툰
◐ 컴퓨터공부
◐ 유머/엽기/이미지
◐ 엽기조선왕조실록
㈜ 영화이야기
㈜ 출판이야기
▶ 친구들자작글
나의 - 隨筆
나의 - 메모장
나의 - 웃긴글
나의 - 연재방
나의 - 노래방
▦ 앨범 - 親久들
▦ 앨범 - 불사조
▦ 앨범 - 나의사진
▦ 앨범 - 디카촬영
▦ 앨범 - 여행故事
♬ 동영상/뮤직
♬ 노래(중국,연변,한국)
▒ 중국조선족력사상식
▒ 중국조선족사진자료
▒ 중국조선족문학작품
▒ 중국조선족소식마당
☞ 문학리론강좌
☞ 수필/소설/시
※ 中文小說
※ 亂七八糟
▩ 나의 소장함
개설일 : 2004/05/04
 

먼동이 터 온 건가? 아님 동창이 밝아 온 건가?

일 나가느라 부스럭대는 식구들 기척에 잠에서 얼핏 깰 수 있었다. 누군가 일 나가자고 팔 잡아당기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놔두라는 팀장의 말소리도 들리는 듯싶었으나 불행이도 이때 나의 반응신경은 그것조차 알아 낼 수 없을 정도로 무뎌있었다. 그리고 나니 살인적인 두통과 구토증세까지 겹쳐 와 일단 잠으로 희석시키려 작심했다. 주섬주섬 식구들 다 나가고 다시 어렵사리 잠을 청해서....... 얼마나 시간이 더 흘렀을까? 이번에는 솔솔 밀려오는 허기에 다시 의식이 되살아난다. 주위의 소음이 귀 속에까지 똑똑히 들려오고 침과 땀에 범벅이 된 베개가 눈 안에 확연히 비춰질 즈음, 후각을 진동하는 찐한 향수 내에 바로 내 옆에 누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윗몸을 화들짝 일으켰다. 고개 돌려보니 신양이였다. 달그락거리며 내 머리맡에 이미 커피 석 잔을 풀어놓고 핸드백에서 무언가 찾고 있다가 눈뜬 나를 보더니 어빠 하고 반색한다.

어빠? 듣기만 해도 찐한 꿀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 신양의 억양에 가뜩이나 안 좋던 속이 더욱 울렁거려 다시 베개에 코를 박았다. 별로 반기지 않는 듯한 내 표정에 신양도 꽤 실망한 것 같았다. 왜 왔어? 세 글자로 구성된 단어 한 마디 내뱉기도 힘들다. 보면 몰러, 커피 배달 왔지. 신양도 시큰둥해 대꾸한다. 누가 시켜서? 팀장 어빠가. 약도 갖고 왔어! 하고 옹알대는 소리에 어, 무슨 약? 하고 나도 어지간히 놀랐다. 응, 어빠가 몸살이 났다고 팀장 어빠가 커피배달 시키면서 약까지 부탁했단 말이야. 얼른 일나서 약 먹어 하고 신양이 호들갑이다. 보나마나 팀장이 약심부름만 달랑 시키기 미안해서 커피까지 배달시킨 모양이다. 알았으니 놓고 가하고 대답하고 다시 베개에 머리 틀어박았다. 넉넉하지는 못해도 잔정은 베풀 줄 아는 고마운 팀장이다.

그런데 이번엔 신양이 울상이다. 자리 옮겨 내 앞에 바짝 다가앉더니 어빠 약 안 먹으면 팀장 어빠가 커피 값 안 준대, 내가 볼 때 좀 먹으라 하고 말이다. 꽤 긴 시간을 지내오면서 신양과 나는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오랍누이 사이로 인정하고 있었고 서로 대방의 건강도 신경 써 줄 만큼 친분을 쌓아 온 것도 사실이지만 그런 걸 표현하는데 둘 다 똑 같이 서툰 것도 사실이다. 챙겨 줄껀 챙겨주면서도 꼭 딴 사람 핑계다. 어빠, 얼른 약 먹고 기운 내! 하면 나도 동생, 고마워! 하고 넙죽 받아먹었다면 얼마나 보기 좋은 그림 이였겠겠는가?

알았으니 먼저 가. 좀 있다 먹 을께 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 안돼, 커피 잔 비워줘야 내가 가지. 내가 약 먹는 꼴 보기 전에는 안 갈 잡도리다. 하는 수 없어 겨우겨우 눈 뜨니 이 번엔 시야가 넘치도록 굵디굵은 신양의 허연 허벅지며.......눈에 확 들어 와 머리가 당금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았다. 이 시각, 이 시점에서 그런 걸 보고 여흥을 느낄 형편이 안 되여 있었다. 다시 눈 감아 버렸다. 그대로 윗몸 반쯤 일으켜 손을 쑥 내미니 알약 같은 것이 손에 쥐여진다. 입 안에 집어넣고 다시 손을 내미니 물 컵이 쥐여져서 약과 함께 털어 넣었다. 또 다시 손을 쑥 내미니 머~얼? 하고 신양이 의아해 한다.

커피! 하고 소리쳐서 손에 커피 잔이 다시 쥐여 지고 뜨거운지, 차가운지 가릴 겨를도 없이 원 샷! 이렇게 연속 석 잔을 마시고 나서 임무수행을 마쳤다는 듯 또 다시 머리를 베개에 파묻었다. 다방에 커피배달 시키려면 꼭 두 잔 이상 시켜야 하는 것이 이 바닥 백지공약이다. 거기에 배달 온 아가씨 몫으로 돌아가는 한 잔 까지 합치면 세 잔, 다시 말하면 배달만 시켰다 하면 먹던 안 먹던 세 잔 값은 물어야 된다는 말씀이다. 만약에 다방에 전화 걸어 요기에 커피 한 잔 배달이요 라고 한다면 대방은 무조건 씨바, 안 되는뎁쇼 라고 대꾸 할 것이다.

눈 좀 떠라, 눈 좀! 손님이 가는데 하고 신양이 실실 농담을 걸어 와서 눈 뜰 힘이 없어 하고 응대했다. 그러니 말대꾸 할 힘은 남아있는 모양이지 하고 계속 수작질 해대기에 귀찮아서 이제는 없다 하는 식으로 손만 팔랑팔랑 내 저었다. 빨리 가라, 가! 머 이런 뜻이다. 옆에서 보기가 더 괴로운지 신양 나가다 말고 한 마디 더 한다. 요 앞 산책로 괜찮던데, 좀 돌아다니다 보면 나아 질 거야. 말만이라도 고맙기 그지없다.
빈속에 커피 세 잔에다 약까지 한꺼번에 먹어 치웠으니 배 속에서는 완전 잔치가 벌어 진 모양이다. 설상가상으로 현장에서 울려대는 기계소음이 더 요란스레 들려 와 다시 잠들기는 다 틀렸다. 좀 더 누워 있다가 도저히 안 될 상 싶어 숙취가 채 가시지 않은 몸을 춰 세워 산책로 나들이에 나섰다. 숙소 문을 나서자마자 쏟아지는 해 볕에 잠깐 현기증까지 일었고 숙취의 후유증으로 금방 숙소 뒤에 있는 산책로까지 가는데 앉았다 가기를 여러 번 번복했다. 술이 원수다.

막상 산책로에 와보니 예상외로 깔끔하고 아담해서 마음이 트인다. 일 년 동안 곁에 두고도 모른 내가 바보스럽다. 휘적휘적 길 따라 한참 걷고 나니 어느새 머리도 속도 어느 정도 나아지는 듯싶어서 기분도 두둥! 어느 정도 좋아졌다. 그렇게 두루두루 올라가다 산책로 가로 질러 흐르는 작은 시냇물 하나 발견했고 돌돌돌 그 물소리에 이끌려 냇가로 내려갔다. 냇가주변에는 잔디 같은 작은 풀들이 꽤 자라고 있었고 듬성듬성 나무도 있어 드러눕기가 한창이다. 보는 사람도 없고 해서, 보는 사람 있다 쳐도 면목 아는 사람 없기에 에라 하고 나무그늘 밑에 벌렁 드러누워 버렸다.

가을이기는 가을인가 보다.
해 볕은 아직도 따갑다지만 몸에 와 닿는 바람이 어느새 선들선들 해졌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아랗게 높아만 가서 눈이 다 새큼 거릴 지경이다. 연 이은 비에 미처 느끼지 못하였을 뿐, 소리 없이 가을은 이미 우리 곁에 다가왔다. 그러구 보니 추석도 멀지 않은 것 같다. 후~! 타향에서 홀로 맞는 여섯 번째 가을이다. 어느 때부터 인지는 몰라도 계절의 변화는 나에 대해 다시는 정서파동을 일으키지 못했다. 계절의 변화란 나한테 놓고 말하면 그저 옷 몇 벌 더 껴입느냐 마느냐 그런 의미밖에 더 안 되였다. 그런데도 새삼스레 지랄병을 앓던 어제 일 생각하면 괜히 멋쩍어 진다. 상당히 좋아 진 기분에 그늘 밑에서 요리 뒹굴, 조리 뒹굴, 그러다가 가락까지 나즈막이 불러보았다.

쾌지나 칭칭 나네, 쾌지나 칭칭 나네. 가자 가자 어서 가자.
쾌지나 칭칭 나네, 쾌지나 칭칭 나네. 돌아 보면 눈물 난다.
쾌지나 칭칭.......

졸지에 세상을 다 얻은 듯한 기분이 든다. 홀연 신선이 다 된 듯한 기분이 난다. 신선이 따로 있다더냐? 갓 쓰고 낚싯대 들면 나도 신선이노라, 어험!
어느덧 시간도 솔찮게 보내고 해서 다시 산책로 따라 숙소로 내려왔다. 구름 밟듯, 사뿐히 숙소까지 걸어와서 숙취도 잊은 채, 허기도 잊은 채, 식구들 퇴근 할 때까지 한 없이 깊은 꿈 나락에 빠졌다.

2006.07.18  16:06  [124.129.126.117]

실감나는 아저씨 글 보는게 참 좋아 ~` ..

답글쓰기

댓글쓰기

댓글쓰기 입력폼

포스트 목록 닫기

목록보기
 
15,564
 인기도 :
 이 블로그 점수주기
오늘 전체
방문자 48 930825
구독자 0 75
댓글 0 2629
참조글 0 780
최근 글
[엽기조선왕조실록] 9..
[엽기조선왕조실록] 9..
연애하고 싶은 남자 /..
한국행 - 출발
흑룡강조선민족출판사 2..
최근 댓글 전체보기
감..
ㄳㄳㄳㄳㄳㄳㄳㄳㄳㄳㄳㄳ..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우왕ㅋㅋ 남자가 굉장히..
저기 저도 시 한번 쓸..
최근 참조글 전체보기
Amoxicillin ..
Oxycontin va..
Hydrocodone ..
Valium withd..
Xanax xr cru..
다녀간 블로거 더보기
- 나빈
- 벌침이야기2
- 천재
- kjm1929
- 황금꽃
 즐겨찾기
 즐겨찾기 글모음
2009 11월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HanRSS 로 구독하기Fish 로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