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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슬슬 질릴 때도 된듯싶어.> <아니야..설까지 계속 우려먹어야지.>
요즘 식당에서 가끔씩 주고받는 이야기다. 날씨가 추워졌는지라 몸보신 시켜주신다고 아줌마가 전번주에는 사골뼈를 그득 사다가 며칠동안 푹 우려서 마셨더니 쌀쌀한 가을날씨에 추위를 쫓아버리기에는 그저그만이였다. 그리고 이번주는 소꼬리까지 그득 사다가 커다란 가마에 넣고 부글부글 끓이니 어제부터 기름기가 쏴악 빠져버린 멀끔한 진국이 우러나오기시작한다. 이제부터 국물이 진짜 맛이 들 때라면서 설까지 우려먹자고 서로 우스개를 하는 판이였다.
우리 조선족들은 대체로 <소탕(牛湯)>이라고 표현하지만 한국에서는 설렁탕, 곰탕 등 몇가지로 나누는듯싶었다. 곰탕은 소꼬리와 양힘줄 등을 넣고 푹 고은것이 곰탕이요 고기대신 뼈를 푹 삶아서 색이 뽀얄때까지 끓여먹는것을 설렁탕이라 한다. 우리야 사골뼈에 소꼬리까지 한데 넣고 푹 고아서 뽀얀 국물을 받아냈으니 오가잡탕은 맞는데 그래도 가장 합당한 단어가 牛湯이라고 함이 맞지 않나 생각해봤다.
설렁탕은 조선시대 선농단(先濃壇)과 적전(籍田 - 왕실 소유 토지)에서 거행된 친경행사(親耕行事)에서 유래한다. 조선시대 국왕(선종)이 만조백관(萬朝百官)을 거느리고 그 해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낸 후 친히 소를 몰아 밭을 갈면 뒤를 뒤따라서 신하들이 밭을 갈았다.
제사를 지내고 나면 제사에 바친 쇠고기를 음식으로 만들어 참석한 백관, 인근지역 농민, 주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많은 사람에게 제사고기를 골고루 나누어 줄수없었기때문에 쇠고기국에 밥을 말아 많은 사람이 먹도록 한것이다. 지금의 "설렁탕"은 "선농탕"이 와전된 것인데, "선농탕"이란 바로 "선농단에서 끓인 국 같다"는 말이다.
유래야 어떻게 되였던간에 고기가 동동 뜬 국물을 많은 사람들이 먹자니 모자라서 뼈를 우려서 국물을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는 얘기가 아닌가?
어릴적에 집에서도 가끔 소뼈를 사다가 우려먹군 했었다. 그때는 정갱이뼈와 소꼬리랑 함께 한가마 그득 넣고 물을 철철 부어서 하루종일 끓이군 했다. 거품을 물며 떠오르는 기름들을 거두어내고 웃방구들까지 뜨끈뜨끈할때까지 끓이면 제법 뽀얀 국물이 보글보글 끓어오르고 구수한 향이 집안에 맴돌군 한다. 그때야 고기구경은 흔치 않은 일이였으니 그냥 뼈에 붙어있는 부서진 고기들을 칼로 갉아내여 국사발에 조금씩 놔주군 했었다.
거기에 파를 송송 썰어서 앉히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뒤 마늘과 파,고추가루로 다져진 양념장까지 올려오고 금방 김치움에서 꺼내서 절반으로 쩍 갈라놓은 배추김치까지 나오면 김이 설설 피여오르는 국 한사발에, 따끈한 햇밥에, 찬기운이 피여오르는 배추김치, 그야말로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그때는 한번 소뼈를 우린다는것은 쉽지 않은 일이였으므로 한겨울에 보통 소뼈를 우리기 시작하면 계속 물을 부어넣으면서 열흘이고 보름이고 우려내기가 일쑤였다. 뽀얀 진국은 다 빠져나오고 그냥 사발밑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맹물일지라도 그때는 그것이 왜서 그렇게 맛있었는지 뚝딱 밥 한사발을 제끼기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웬만하면 소뼈를 다 우려내고 가마를 씻은 물을 끓여먹어도 된다는 얘기까지 나왔으랴.
지금 돌이켜보느라면 변변치못한 생활이였지만 그때는 소탕 한그릇에 만족할줄 아는 마음이 있었지만 지금에는 모듬수육까지 곁들어도 입맛이 별로 당기지가 않으니 이젠 그맛을 마음으로 음미할수 없어서 그런가싶지 않다.
얼마전 본 영화의 한 대사가 떠오른다.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는가의 물음에 <난 내가 배고플때 다른 사람이 손에 만두를 쥐고 먹는것을 보면 그 사람이 행복하다고 느끼고, 내가 추울 때 다른 사람이 두툼한 외투를 걸치고 있는것을 보면 그 사람이 행복하다고 느껴지고, 내가 엄청 배가 아파서 뒤간을 찾아헤맬 때, 뒤간안에서 편히 앉아서 일보는 사람이 내보다 행복하다고 느껴진다고 했다.>
어쩌면 가장 간단한 의,식,주에서 우린 가장 간단한 행복을 느낄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어쩌면 날로 발전하는 현실에서 그런 가장 간단한 행복을 느끼는 권리마저 포기했는지 모르겠다. 물은 아래로 흐르고, 사람욕심은 하늘로 치솟는다고 하더만 현실에 만족하기보다 점점 현실에 불만을 느끼고 눈높이는 점점 높아만가니 마음속에 만족이라는 글자가 발붙일 곳은 없어지고 허영과 탐욕만이 차가니 어허~ 슬프도다! 내 마음속에도 이젠 그렇게 변해가고 있으니...
변변치 못한 생활때문에 고기맛을 보려고 물을 넣고넣고 끓여서 뽀얗게 우려서 마셨던 소탕, 이젠 그도 제법 서민들의 밥상그릇에서 大雅之堂에 오르고 있지만 끓여내면 낼수록 맑아지는 국물처럼 사람들의 마음도 자꾸만 걸러서 깨끗하게 되야겠는데 웬지 우리들의 마음이란 썩어가는 고인물처럼 점점 흐려져만가니 고온속에서 자기몸을 살려 사람들에게 국물을 안겨주고 나중에 깨끗한 마음가짐을 가지라고 가르침을 주는 소탕을 보느라니 웬지 자꾸만 고개가 숙여짐을 어쩔수가 없다.
이제 내 마음속에 거품을 물고 일어나는 온갖 허영,탐욕, 사리 등등 나쁜 생각들을 걸어내고 이제 시간이 지날수록 맑아지는 마음을 지녀야겠으니 오늘도 점심에 말간 소탕국물을 마시면서 한번 자신을 비춰봐야겠다.
2005년 10월 27일
- 다르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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