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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숲에 가면 정말 많은게 있지. 이걸봐. 누군가가 불을 지폈던 자리에서 찾은거야."
할머니께서 까맣고 반짝이는 숯덩이를 들어올리셨다. 두꺼운 나무둥치가 거의 다 숯이 되고 남은 덩어리였는데, 숯이 된 부분이 반짝반짝 빛나는 까마귀의 깃털같은 모양이었다. "우와~~" 나랑 마크의 입에서 감탄이 자동으로 터져나왔다.
"너무 이쁘지 않아? 이런 보물 같은 것들이 잘 보면 숲에 종종 숨어있다구. 한번은 내 친구랑 나랑 숲을 걷다가 교회앞 아궁이에서 뭘 발견했게? 타다 만 성경책이었어. 친구가 그거 자기가 갖겠다 하길래 줬지. 그 친구가 그걸 어느 전시회에 출품했는데, 그게 무슨 대단한 비판같은게 들어있는 양 보인거야. 그래서 그 친구가 상을 탔다니까 글쎄. 하하하.. 상금 가지고 둘이서 미술 재료상에 가서 그동안 사고 싶었던 것들을 모조리 샀지..."
예술축제가 있었던 날, 미술협회에 계시던 해맑으신 할머니께서 마크와 내게 들려주신 얘기다. 숲에서 주운 굴렁쇠나 쇠 조각을 붙여서 조각을 만들기도 하시고, 희한하게 생긴 돌을 발견하면 혹, 유적지의 한 부분이 아닐까 해서 박물관에 연락도 하시고, 마음에 드는 돌이 있는데 너무 무거우면 그 자리를 잘 눈 여겨 기억해 뒀다가 아들을 데려가 들고오게도 하시고, 정말 신이 나게 예술활동을 하시면서 살아가시는 분이었다. 그 활력에 넘치는 에너지가 부럽더라.........
2. 시월에 마크가 승진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1박 2일 꼬박 구직 인터뷰 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거 같은데, 어제는 회사에서, 말하자면, '예상문제집' 같은 걸 들고 왔다.
당신이 왜 리더 leader 가 되야 된다고 생각하시오? 같은 늘상 봐온 질문부터, 회사에서 가장 좌절했던 순간을 말하고 어떻게 대처했는지 설명하시오, 같은 구체적인 질문까지 A4 로 빽빽하게 대여섯장은 되는 질문지였다.
내가 봐온 마크의 직장생활을 기억에서 끌어올려, 내가 대답해 줄 수 있는 것들을 대답해 주면서 둘이 질문의 답들을 찾아가고 있던 와중,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와 가장 좋았던 시기는? 이란 질문이 나왔다. 나역시 그 답이 참 궁금하구랴,,, 그래, 언제가 가장 힘들었어?
"여자 친구였던 애가 나한테 '나는 너랑 같이 있을 때가 나 혼자 있을 때 보다 더 외로워' 라고 얘기하고 떠난 다음, 몇개월이 제일 힘들었던 거 같아" 여친이 떠난게 힘든게 아니라, 어떤 사람이 자기한테 그런 평가를 내렸다는 게 너무 충격이었다는 거다. "걔가 '나는 세상에서 너처럼 자기 자신속에 빠져 사는 사람은 본적이 없어'라고 얘기한 적도 있지..."
"그래서, 나중에라도 왜 걔가 너한테 그런 말을 했는 지는 이해하게 됐어?" "아니, 그걸 아직까지 모르겠어." "내 생각에는,,, 그 이후 니가 엄청 달라졌거나, 너랑 걔랑은 정~말 서로 안 맞는 사람들이었거나 둘중의 하나인거 같다."
남편의 옛 여친이 내 남편한테 내렸던 평가... 그렇게 평가됐던 모습을 내가 남편에게서 전혀 느끼고 있지 않을때, 도대체 뭐가 어디서 어긋난 것이며 누가 어떻게 오해를 하고 있는 걸까? 아무튼 누군가에게 '너는 이러저러한 사람이야'라고 단정 지어 얘기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위험하고 큰 여파를 불러일으키는 일인지 다시금 느끼게 됐다. 순전히 내 입장에서 내린 결론인데 기정사실처럼 얘기하는 건 역시 위험하단 말이지....
마크야, 난 그 평가에 절대 동의 안하니 너무 걱정말어.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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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에선 이번 토요일에 맥주축제가 시작됐다던데, 에쓸링엔에선 주말동안 예술축제가 벌어진다. 미술, 음악, 문학, 영화, 공연예술이 동네 이곳저곳에서 벌어지는 큰 축제다. 올 해의 주제는 '물' 물을 중심으로 한 자연과 사람이 큰 주제이다.
마크와 함께 첫 목적지로 찾아간 곳은, 어떤 미술협회에서 주관한 '직접 그림 그리기' '옛 마굿간 건물'이라는 주소를 찾아 갔더니 조촐하게 몇 명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우리도 캔버스를 하나 받아서 둘이 같이 아크릴화를 한 점 그리기로...

마크가 내 눈치를 보느라 팍팍 못 그리는 거 같아서 안스럽기까지 했었으나... ^^ 둘이 꾸역꾸역 완성했더니, 주최측에 계시던 할머니가 우리 그림을 너무 좋아하셨다. 둘이 그려서 더 의미가 있다며,, '한 그림을 둘이 그린다는게 쉬운일이 아니지, 서로 믿어야 하거든, 좋은 한쌍일세 그려~' 하셨다. ^^*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미술 아카데미에서 앞으로 내 선생님이 되어주실분의 개인전.. 선생님의 그림들두 맘에 쏙 들었지만, 갤러리 건물이 삼백년은 족히 된 오래된 건물이라, 분위기가 사뭇 남달랐다.


건물 지하의 와인창고에 설치됐던 '종이정원'이란 작품..

그리고, 야외 공원에 자그맣게 설치된 FilmBar 영화도 보고 음료도 사 마시고.. 작은 현수막을 치고 1차대전 이후 에쓸링엔을 찍었던 다큐필름들을 편집한 영화를 상영했다. 지금 살고 있는 에쓸링엔이 어떤 역사를 겪으며 만들어졌는지 생생하게 볼 수 있어 좋았는데, 피곤한 마크는 옆에서 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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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를 밟지 않도록 조심해야해.. 하면서 걸었다. 우리 동네 곳곳에 많이도 살고 있는 민달팽이는 가을에 새끼를 치는건지, 아침에 나가면 쬐끄매서 잘 보이지도 않는 민달팽이 새끼들이 길 곳곳을 기어다니고 있다.
한여름에서 하룻밤을 자고났더니, 국수삶는 물 끓어넘치는 것처럼 갑자기 가을이 와버렸다.
찬바람이 불면, 그래서 코끝이 찡찡하고 손끝이 시린듯하면 일년이 또 가버리는 것 같아 마음이 덜컹하면서도 왠지 설렌다. 학교다닐때 2학기가 시작되던 게 버릇이 되어 그런가...? 아무튼, 가을 역시 내게는 시작의 느낌이다.
시월부터 미술 아카데미에 다니기로 했다. 염탐만 하면서 등록을 할까말까 계속 뜸을 들였더니, 일단 와서 한번 시험삼아 수업을 들어보라고 연락이 왔다.
내가 기대한 만큼 내 또래의 사람들을 만나진 못했지만 (아무래도 낮 수업을 듣다보니, 젊은애들은 또 없는듯하다) 생각보다 훨씬 그림을 오래 그리신 분들이 학생들이어서, 사실 지금은 좀 위축되는 기분마저 든다. 위축이 된다는건, 배울게 많다는 거니까... 일단, 고민없이 등록 서류에 사인을 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기대가 된다. 내년에 민달팽이 새끼들을 보면서 밟지 않도록 조심조심 걷고 있을 나는, 조금은 달라진 모습이기를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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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어둑한 거실을 가로질러 창가에 선다. 봄비치고는 제법 많은 양이다. 박인수라는 그 양반... 아직도 살아 있나 몰라. 창에 맺힌 점점點點 수증기들이 검푸른 첩첩의 산을 먹으로 얼룩 지운다. 가만히, 나는 창문을 연다. 개폐가 가능한 건 좁다란 환기창이 전부지만 불만은 없다. 습기와 빗소리, 바람과 어둠이 화선지 같은 나의 안면에 동시에 스며든다. 밤나무 숲을 누비는 바람이 보인다. 벼루 위를 맴도는 먹처럼 어둠도 숲 사이를 맴돌고 있다. 수장水葬 된 밤꽃들이 승천하는 봄밤이다. 빗줄기가 빗어내리는 어둠의 머리칼에서 나는 심한 쉰내를 맡는다.... " 박민규 <낮잠> 中 -
읽으라고 H 언니가 두고간 이상문학상 작품집 (2008) 에서 발견한 박민규의 단편. 보물을 하나 발견한거 같았다. 역쉬....... 박민규!
난 이 사람의 감수성부터, 인간을 보는 시선, 문체까지 몽~땅 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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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언니 부부랑 같이 에쓸링엔을 슬렁슬렁 구경... 우리 동네라고, 내 카메라를 안 갖고 나갔다. 언니 사진을 갖다 그냥 올리는데, 언니가 저작권으로 태클을 걸진 않겠지? ^^*
 나에게 익숙한 동네 풍경을 다른 사람들이 찍어놓은 사진들을 보면, 나와 다른 그 사람의 관심대상을 볼 수 있는게 재밌다.


언니도 독일에 살지만, (그리고 나보다 오래 살았지만) 주로 중북부 쪽에 살았기 때문에 남부 독일 풍경이 되게 이국적이랜다.

언니의 남편도 출장으로 혼자 에쓸링엔에 온적이 있었고, 언니도 지난번 우리집 방문때 나와 같이 한번 왔었더랬다. 남편이 '지난번에 내가 밥 먹은 레스토랑 알려줄까?' 하면서 손으로 딱 집는데,, 앗, 우리둘이 저번에 같이 점심을 먹었던 바로 그 가게인거다.... 게다가 앉았다는 테이블까지 똑같다. 이럴수가... ^^ 기념으로 그 가게에서 커피 마시고, 사진 한 장 찍고 돌아왔다.

훈제 연어를 넣어 만든 김밥. 싸갖고 공원에 앉아서 먹음.. 언니 남편이 이 김밥 도시락이 들은 하늘색 가방을 하루종일 들고 다녀서 사진마다 가방과 함께네.. 쫌 미안하구나... (이제와서 ^^;)


배경이 영화 세트장 같다면서 찍었다. 내가 사는 동네인데도 저기 한 복판에 서 있으면, 아닌게 아니라 현실감이 없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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