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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를 밟지 않도록 조심해야해.. 하면서 걸었다. 우리 동네 곳곳에 많이도 살고 있는 민달팽이는 가을에 새끼를 치는건지, 아침에 나가면 쬐끄매서 잘 보이지도 않는 민달팽이 새끼들이 길 곳곳을 기어다니고 있다.
한여름에서 하룻밤을 자고났더니, 국수삶는 물 끓어넘치는 것처럼 갑자기 가을이 와버렸다.
찬바람이 불면, 그래서 코끝이 찡찡하고 손끝이 시린듯하면 일년이 또 가버리는 것 같아 마음이 덜컹하면서도 왠지 설렌다. 학교다닐때 2학기가 시작되던 게 버릇이 되어 그런가...? 아무튼, 가을 역시 내게는 시작의 느낌이다.
시월부터 미술 아카데미에 다니기로 했다. 염탐만 하면서 등록을 할까말까 계속 뜸을 들였더니, 일단 와서 한번 시험삼아 수업을 들어보라고 연락이 왔다.
내가 기대한 만큼 내 또래의 사람들을 만나진 못했지만 (아무래도 낮 수업을 듣다보니, 젊은애들은 또 없는듯하다) 생각보다 훨씬 그림을 오래 그리신 분들이 학생들이어서, 사실 지금은 좀 위축되는 기분마저 든다. 위축이 된다는건, 배울게 많다는 거니까... 일단, 고민없이 등록 서류에 사인을 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기대가 된다. 내년에 민달팽이 새끼들을 보면서 밟지 않도록 조심조심 걷고 있을 나는, 조금은 달라진 모습이기를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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