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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어둑한 거실을 가로질러 창가에 선다. 봄비치고는 제법 많은 양이다. 박인수라는 그 양반... 아직도 살아 있나 몰라. 창에 맺힌 점점點點 수증기들이 검푸른 첩첩의 산을 먹으로 얼룩 지운다. 가만히, 나는 창문을 연다. 개폐가 가능한 건 좁다란 환기창이 전부지만 불만은 없다. 습기와 빗소리, 바람과 어둠이 화선지 같은 나의 안면에 동시에 스며든다. 밤나무 숲을 누비는 바람이 보인다. 벼루 위를 맴도는 먹처럼 어둠도 숲 사이를 맴돌고 있다. 수장水葬 된 밤꽃들이 승천하는 봄밤이다. 빗줄기가 빗어내리는 어둠의 머리칼에서 나는 심한 쉰내를 맡는다.... " 박민규 <낮잠> 中 -
읽으라고 H 언니가 두고간 이상문학상 작품집 (2008) 에서 발견한 박민규의 단편. 보물을 하나 발견한거 같았다. 역쉬....... 박민규!
난 이 사람의 감수성부터, 인간을 보는 시선, 문체까지 몽~땅 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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