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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4/04/06
 

<서울의 잠못드는 밤 Schlaflos in Seoul>

한국 비방을 했다 어쨌다 해서 논란이 있었던 책.
궁금해서 사 읽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뭐 이정도 갖고 그렇게들 난리야?' 였다. 그렇게 따지면 내가 내 블로그에 올린글이 더 독하다 싶었다. 내가 보기엔 외국어를 남보다 조금 잘 습득하는 이십대의  지극히 평범한 여자애의 글이다. 되레 '문학 전공'이면 이거보다는 좀 더 잘 써야 되는거 아냐? 싶을정도로, 다듬어지지 않았던 게 흠이라면 흠인 책이었다고나 할까... 
 
그래도 내가 아는 독일인들에게는 한 권 사서 선물로 주고 싶은 책이었다.
현재 한국이란 나라를 외국인의 시선 그대로 가감없이 써놓았다 싶어서이다.

한번은 마기트 어머니께서 하이델베르크 신문에 난 '한국 관련 기사'를 오려놨다가 내게 주신적이 있는데, LA 에 사는 (!) 독일 기자가 쓴 글 이었다. 거기 한인동네에서 취재를 해서 써놨나본데, '아줌마'란 단어는, 결혼을해서 애들 뒷바라지를 철저히 하며 남편이 오면 한식상을 쫙 차려내는 이렇고 저런 아름답고 강인한 한국 어머니를 말한다고 써 있어서, 읽다가 콧방귀를 픽픽 끼게 했었다. 그런 기사는 비방논란엔 휩싸이지 않겠지만, 그저 사실이 아닌거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하숙집 아줌마들의 모습을 내가 아는 아줌마들 그대로 적어놓았다.
  
그리고, 이십대 문과졸업생들의 외롭고 힘빠지는 고민이나, 남의 나라에 와서 적응을 잘 하고 살다가도 문득문득 비참하게 무너지는 상황들에 대해서 쓴 부분들도 공감이 갔다. 

" 이화여대 (한국어학당) 는 오랜 시간 서울에서 나를 반기며 맞아준다는 느낌을 준 유일한 장소였다. 나의 '틀린 한국어'를 '귀엽다'고 해주고 내가 이룬 작은 성공에 신나게 박수쳐주고, 수없이 많은 내 문제들을 참을성 있게 들어준 유일한 곳이었다."


(이대 도서관에서 금요일 밤, 치장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는 부류와 그대로 앉아서 공부와 씨름을 하고 있는 부류를 보며)
"... 우울하게 피곤에 지쳐 그 곳에 남아 있는 이들 에게는 단지 몇백미터 밖에서 사람들이 마시고 노래하고 웃는다는 걸 상상하기 조차 힘들것 같았다. 특히 금요일 밤에는 그런 불쾌감이 피부에 와 닿았고,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게 나뿐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젊고 놀고싶은 마음과 동시에 피곤에 쩔어 무언가를 이루어내려 버거워해야 한다는 것이 참을 수 없이 힘들었다."       


"그레이스 켈리 신드롬엔 여러가지 형태가 있지만, 그 신드롬에 걸린 사람들 (외국생활에 적응을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하나는 공통적이다.
즉, 그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챙피해 한다는 것이다. 외국에 살면서 일상생활에 갈피를 못잡고 사는 무능력함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수치스러워한다. 널리 퍼진 의견중 하나는 글로벌 시대에서는 모두가 여러곳을 다니고 mobil, 유연하게 대처할 줄 알고 flexible, 목표가 뚜렷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걸 못하는 사람은 지는거다. 자기가 적응 못한 타국의 문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사람은 무식하고, 남을 존엄할 줄 모르며, 편협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
(남의 나라에서 적응 못하는게 지극히 당연하다는 의견)
    
이십대로서의 갈등이 있고, 타국에서 외국인으로 사는것에 대한 어려움이 나와있고, 우리나라에 대한 역사나 경제적인 상황도 내가 아는 정도로 무리 없이 기술하고 있는 점에 있어서, 한국으로 여행을 하고픈 외국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었고, 꼭 한국이 아니어도 쌩판 모르는 타국에서 장기 체류를 하고 싶은 젊은이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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