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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4/04/06
 

1. 요즘 내 고민중 하나가, 독일에서 내 또래의 친구를 좀처럼 사귀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었다. 동네에두 거의 다 나보다 나이들이 많고, 모두 '엄마'들이어서 나랑 딱히 할 얘기들이 없다. 그림을 그리는 모임이 있어서 연락을 해보면, 그 그룹에서 최연소가 예순은 가뿐히 넘기신 할머님들이고...
정말, 낮에 시간이 있는 젊은 사람은 세상에 나 혼자뿐인가 싶은 기분이 들 정도다.

이번주, 토요일엔 마크 회사에서 가족동반 그릴 파티가 있었고, 일요일엔 마크의 대모(代母) 이신 브리기테 아주머니께서 우리 동네 근처에 사시는 친구분댁에 들렀다가 그 집으로 아침을 먹으러 오라고 초대를 하셨다.

그릴파티에선, 내가 그렇게 찾아다니던 '또래 애들'이 있었다. 이런저런 싱거운 얘기들이 더듬더듬 오가다가, 입이 좀 풀려서 서로 '수다'를 떨게 되었을 무렵,
걔들한테서 터져 나오는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관한 얘기들...  
폭포수처럼 줄줄 쏟아져 나왔다. 자기 상관이 이러고 저래서 정말 짜증난다는 아주 자세하고 구체적인 얘기들. (아, 또래 애들을 만나면 이런 얘기가 대부분이겠구나. 이해는 하나 그걸 내가 들어주고 싶진 않다 ㅡ.ㅡ)

일요일 아침이 되어서, 브리기테아줌마의 친구분 댁으로 갔다.
두 분 다 예순이 훌쩍 넘으신 부인들인데, 손님 (우리 둘)을 맞는다고 정갈하게 옷을 차려 입으시고 (진주목걸이 같은거 차시고), 식탁도 얼마나 예쁘게 꾸며 놓으셨던지, 갑자기 초대를 받아 아무것도 못사갖고 들어간 빈손이 너무 죄송스러웠다. (주말엔 독일은 상점이 죄다 문을 닫으니까....)
아무튼, 크라상부터 독일빵까지 골고루 갖춰진 빵에, 여름 과일들을 푸짐하게 얹은 오트밀, 직접 만드신 잼과 꿀에 햄, 치즈까지 맛있게 식사를 하고, 이어 프랄린에 쿠키까지 먹으면서 서로 얼마나 재밌게 얘길 했던지... 교육정책, 환경문제같은 정치적인 얘기부터 소설, 영화까지 골고루 서로의 생각을 말하고 들으면서 시간을 나눴다.
너무 재밌었다고 생각하면서 그 집을 나섰는데 6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게 꼭 '물리적인 나이'만은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2.
커피메이커를 안쓴지는 벌써 한참 됐다. 그냥 필터에 끓는 물을 부어 커피를 내려 먹었었는데 그렇게 먹으면 묘하게 신맛이 돈다. 그런저런 이유로 (커피가 맛도 없고 해서) 오래 안 마시다가 이 BODUM 커피포트를 사봤다. 커피를 병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다음 고운 채가 달린 손잡이를 꾹 눌러 커피를 우려마시는데, 내가 싫어하는 그 묘한 신맛이 없고 맛있네.....
부엌에 큰 기구를 두는 것두 별로 안 좋아하는 지라, 이 간소한 커피메이커가 딱 맘에 든다.


3. 놀라운 사실 발견!
내 손으로 두번째 발가락을 만지면 느낌이 꼭 세번째 발가락을 만지고 있는것 같다.
세번째 발가락을 만지면 네번째를 만지고 있는거 같고, 네번째를 만질때야 비로소 아, 이게 네번째구나를 다시 자각하게 된다. (이거 나만 몰랐나?) 
내 몸이 내게 친 가장 그럴듯한 사기다.  
 


4. (...) 뭐라 표현할 수는 없지만 깨달은 일이 있었어. 말로 하면 아주 간단하지. 세계는 딱히 나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나쁜 일이 생길 확률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 그러니까 다른 일에는 대범하게, 되는 대로 명랑하게 지내는 편이 좋다, 고.

- 요시모토 바나나, <키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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