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Die Panne (자동차 고장) 뒤렌마트의 추리소설 단편 중 한 작품인데, 한국어로는 없는듯... (아쉬비 아쉬비~) 독문학 전공했다고 하면, 누가 '괴테나 쉴러에 대해 의견을 말해보시오' 할까봐 주제가 문학얘기로 빠지면 얼른 '저는 뒤렌마트 좋아해요' 라고 말해버린다. ^^;;; 근데, 이 추리소설집을 읽다보니, 좋아한다고 말하기엔 내가 너무 부족한 독자같았달까... 정치, 사회비판, 말장난 등등등 숨겨진 '유희'가 많은 것 같지만 내가 다 캐취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강렬한 느낌.
그러~나! 비판, 해학 이런거 다 빼고라도 이 소설 '자동차 고장'은 정말 재밌었다.
<줄거리> 직물 사업으로 어느정도 부와 명성을 쌓은 '트랍스'라는 남자가 어느 늦은오후 집에 돌아가는 길에 자동차가 퍼진다. 하는 수 없이 근처의 작고 음험한 동네에서 하루 묵게 되는데, 여관주인이 돈은 안 내도 된다고 한다. 게다가 오늘 저녁 자기가 여는 파티에 초대를 하겠다고... 파티에는 은퇴한 전직 법관, 변호사, 검사 친구가 한 사람씩 온다고했다. 트랍스는 저녁내내 지루한 남자 노인네들의 케케묵은 법정 얘기나 듣게 될까봐 내키진 않았지만, 여관비도 공짜였고 그에 사례하는 뜻에서 초대에 응한다.
홀에는 말그대로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고, 네 명의 노인네들은 어딘지 허술하지만 잔뜩 멋을 냈다. 그들은 트랍스를 대 환영하며, 자신들의 '법정놀이'에 '피고'로 동참하지 않겠냐고 묻는다. 적어도 지루한 저녁이 되진 않겠다 싶어 트랍스는 '피고'로 놀이에 참여하게 되고, 자신이 살아온 얘기를 간추려 내 놓는다.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난 트랍스는 세일즈맨으로 출발하여 혼자힘으로 지금의 직물협회장의 자리에 까지 올랐다. 그 과정에서 전(前) 직물협회장이자 자신의 보스였던 남자와 갈등이 있었는데, 어느날 우연히 협회장이 심장이 약하단 소릴 듣게 된다. 그는 계획적으로 협회장의 부인을 꼬셔 자신과 외도를 하게 만든 다음, 협회장이 그 사실을 알게한다. 협회장이 그 충격으로 심장마비를 일으켜 죽은 후, 트랍스는 그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이야기가 트랍스 입에서 줄줄 나오는 건 아니고, 심문 과정에서 하나하나 밝혀진다)
심문은 밤이 깊도록 계속되고 법정놀이 내내 최고의 음식과 최고의 와인이 거대한 축제처럼 서빙된다. 다들 술기운이 올라있고 분위기는 엄숙하면서도 호탕유쾌하다. (이런 괴상한 분위기는 뒤렌마트의 트레이드 마크!) 트랍스도 분위기에 취해, 그간 애써 감추려했던 양심의 가책을 이 멋진 친구들 앞에서 다 털어놓고 홀가분한, 심지어 '다시 태어난 기분'을 느낌다. 어떤 이유에선지, 소설이 진행되는 동안 독자는 '아, 이 노인네들이 결국 트랍스에게 사형선고를 내리고 살해를 하겠구나' 라고 확신하게 된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소설의 마지막, 절정 즈음, 새벽이 오고 만취된 남자들이 각자 잠자리에 든다. 다음날 법조계 노인네들이 정식 '사형선고 문서'를 들고 조용조용 트랍스의 방으로 올라간다. 방문을 여니, 트랍스는 스스로 목을 매고 죽어있다. (소설 내내 변태 살인자들로 오해를 사게 했던) 노인네들이 울부짖으며 '아, 친구, 그렇게 즐거운 저녁을 보내고 이렇게 죽어버리면 어떡하나~'하며 독자들을 놀래킨다. 그들은 정말 '놀이'를 했던 것 뿐이었다.
이 소설을 읽고 레포트를 쓰라면, 너무 많은 다양한 주제가 나올 것 같은데,,, 그 중 하나를 골라잡아 쓰자면, (물론, 레포트를 쓸 생각은 없슴다~)
트랍스가 저지른 범죄는 구체적으로 증명되기 어려운 심리,도덕적 범죄다. 소설에서 트랍스의 변호인이 목청높이는 바처럼 그는 현실적으로 이 세상에서 잘살고 싶어서 노력(?)하는 인간이었고, 그를 짖누르는 사회적구조와 싸우다 보니 (본의아니게) 저런일을 벌이게도 된 것이다. 결국 불합리한 사회구조가 트랍스에게 저런 심리적, 도덕적 범죄를 저지르도록 유인했다고도 할 수 있다. 마지막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사형선고를 인정하고, 결국은 스스로 집행한 트랍스는 타인에 대한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이 사회의 희생자로도 표현될 수 있겠다.
아무튼 내가 트랍스처럼 저런 동네에 묵게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몇명의 심판들이 도끼눈을 뜨고 '내가 니가 여지껏 지은 죄를 골라낼테니 니 인생을 30분 짜리로 줄여 설명해라' 한다면... 나는 무슨말을 어떻게 풀어나가게 될까...?
|
http://kr.blog.yahoo.com/germanistikerin/trackback/2970593/1466851
-
2008.09.23 21:42
-
아침에 오길 잘했어요, 마음가짐을 새로이하고 가게되는 ,
혹시 영어판이 있나 찾아봐야겠어요, (좋은 팁도 얻어가요, 불문학 얘기나올경우 대비해서,,재원님의 뒤렌마트같은 작가이름하나 꿰차고 다녀야겠어요 ^ ^ )
답글쓰기
-
-
2008.09.23 23:04
-
내용 써 놓으신 거 보니까 한 번 읽어 보고 싶어요.
낯선 마을이나 어떤 집단 속에서 자기만 모르는 뭔가가 진행되고 있는,
그러면서 점점 심리적인 공포감이 현실로 다가오는 그런 영화나 책이 노골적으로 피 좍좍 뿌리는 것보다 더 뒷머리 쭈뼛거리게 해서 스릴을 느끼며 보게 되는데, 이 책도 읽으면 그런 느낌을 받을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
답글쓰기
-
-
2008.09.24 14:56
-
마이데이스님..
불문학 하셨나보군요! ^^ 네, 웬만하면 사람들이 (비 문학도는) 잘 모르는 작가로... 그럼, 대부분 얘기가 거기서 끝나요 ^^;;;;
영어판, 인터넷 보니 traps 라고 나오네요.
뒤렌마트 작품중에서 제일 유명한건 '노부인의 방문'이라고.. 영어는 the visit 래요. traps 없어도 the visit 는 언제 함 꼭 읽어보시와요.
답글쓰기
-
-
2008.09.24 14:57
-
재이언니..
저 원래 무서운건 못보고 못 읽거든요... 읽다가 '어, 이거 무서워' 했는데.. 이미 추리소설의 미로에 빠져 못나오고 끝까지 읽었지요 ^^
'피 좍좍 뿌리는' 이 말, 넘 무섭네요~~~ ^^;;;
답글쓰기
-
|
|
|
|
|
|
|
|
오늘 |
전체 |
|
| 방문자 |
424 |
631153 |
|
| 구독자 |
0 |
147 |
|
| 댓글 |
2 |
12038 |
|
| 참조글 |
0 |
568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