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내가 신경숙의 글을 좋아하게 된 건 결정적으로 <외딴방>을 읽고 난 후 였다. 그 책을 읽은 후 이 작가가 참 '착한 사람' 이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공감하기에 무리가 가는 은유를 써가며 멋부리려 하지 않고,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춘 이야기들을 써나가는, 딱 잘라놓고 말해서 '잘난척 하지 않는 작가' 라서 좋다.
단편집 <종소리>에 수록된 글들은 혹 작가가 우울증이 있을 때 쓰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우울해서 이 책이 왜 청소년 교양도서로 뽑혀야 하는 지 좀 의문이 가긴 했다. (청소년들한테 좀 밝고 맑은 책을 선사하면 안되나? 맨.... 이하 노코멘트 ㅡ.ㅡ) 그런데, 여기 실린 글들 중 <달의 물>을 읽다가 역시나 '착한 사람'의 눈으로 본 '피곤한 세상'을 느껴서 역시나 마음이 쓰이고 작가의 목소리를 주의해 들을 수 밖에 없었다.
노인들과 이혼한 부부의 아이들만 남게 되는 시골풍경.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은 별로 필요해 하지 않는 다리를 놓다가 그걸 구경하러 나온 노인이 차에 치여 죽고, 우물은 시멘트로 채워지고, 바다는 매립되고, 여기저기서 점점 물이 말라간다.
내가 어렸을 때, 종종 북한산성에 놀러갔었다. 계곡물이 철철 흐르고 그 옆에는 야생 산딸기 덤불이 가득이어서 친척 언니 동생들하고 물속에서 놀다 산딸기를 따다 하면서 하루를 놀다보면, 근처에서 근무중이던 군인 아저씨들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 산새알이 두세개 들어있는 새집을 훔쳐다 주기도 했었다.
그렇게 백년 만년 흐를것 같던 북한산성 계곡의 물도 이상하게 매 해 줄어들었다. 깊어서 조심하라던 수심은 다 어딜가고 그저 발만 찰랑찰랑하게 담글정도로 줄어들었더랬다. 가뭄이래. 늘 그런식으로 물이 줄어드는 걸 한해 한해 봤더랬는데...
그러고 보니, 북한산성 계곡에 가지 않은 것도 참 오래됐다.
주절주절 덧붙여 쓰고 픈 맘에 한 문단 더 쓰자면, 이 책하고 참 비슷한 느낌이었던 영화를 최근에 봤는데 <도쿄타워> 라는 일본 영화. 멋부리지 않고 튀려하지 않고 그냥 '착하게' 찍었는데, 그 안에 솔직한 심정들이 들어있어서 좋았다. 시골에서 도쿄로 유학을 와 담배와 술과 여자로 시간을 떼우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도쿄는 진공청소기처럼 일본 곳곳의 먼지같은 젊은이들을 빨아들였고, 그 어둡고 긴 통로를 지나면 결국 쓰레기더미로 떨어졌다' 이런 류의 말들. 살면서 저지른 실수들을 스스로 고백하는 인간적인 영화랄까. 영화를 보고 났는데 신경숙의 글들이 떠오르더라....
|
http://kr.blog.yahoo.com/germanistikerin/trackback/2970593/1466757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