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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4/04/06
 

쥘리에트 모리외, 상하이의 붉은 난초

2008.03.27 16:28 | 책 buecher | J1

http://kr.blog.yahoo.com/germanistikerin/1466716 주소복사



지난 주 금요일 부터 월요일까지 나흘간 부활절 휴가였다. 많은 일을 할려면 할 수도 있었던 시간인데, 마크가 아파버리는 바람에....
그냥 계속 집에 있으면서 각자 두꺼운 책 한권씩 띄었다.
(마크가 읽은 건 천 페이지가량 되는 장편소설 der Schwarm 이라고..
은숙씨~ 근데, 읽은 마크 반응이 너무 떫떠름한지라 난 안 읽기로 했다우. 그래두 마크가 읽었으니 섭섭해 말아요 ^^;)

내가 읽은 건 블로그 이웃 렐라님께서 예전에 보내주셨던 책, 프랑스 작가 쥘리에트 모리외 Julliette Morillot 가 위안부 여성의 삶을 다룬 책 <상하이의 붉은 난초 Die roten Orchideen von Shanghai> (원제: Les Orchidées Rouges de Shanghai)
인터넷 찾아봐도 한국 번역본은 없는 것 같으나, 한글로 나왔더래도 임산부및 심약자는 피하는 게 나을 듯.

나 역시 영화도 괴기영화, 호러물 처럼 피 나오는 영화는 즐겨 못 보는 타입인지라 읽다가 너무 끔찍해서 도저히 계속 읽을 수가 없다거나 심지어 지끈지끈하는 두통이와서 가끔씩 쉬어가야 했다. 내가 이래서... 전쟁얘기도 내키지 않고, 대학 입학해서 선배들이 광주사건 다큐 보여준다고 신입생 몰고 갈때도 양심의 가책을 뒤로하고 슬쩍 도망갔더랬는데... (눈 가리고 아웅하고 싶은 마음)

1995년에 서울에서 한 여자분을 만났다. 문 할머니라는 노인이었다. 하루밤동안 할머니는 내게 그녀의 삶과 꿈에대해, 그리고 고통에 대해 얘기해주셨다.
아침에 할머니께서 놀라 눈을 둥그렇게 뜬 내 앞에서 옷을 벗으셨다.
할머니의 몸은 온통 칼날과 담배불에 지져진 채, 시간이 다음어 놓은 돌조각 같았다. (...)

이 프롤로그를 읽고는 다음장을 넘기기까지 꽤 오랜 시간 망설이다가 ......
시작했다. 실화는 픽션하고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잔악했다.

김상미, 1923년 서울생. 잘 사는 집의 첫째딸로 태어났으나, 이상하게 다른 형제들과 차별하는 부모밑에서 애물떼기처럼 자라던 중, 외할아버지께서 상미에게 엄마의 과거를 얘기해 주면서 의문이 풀린다. 인텔리 양반 가문이었던 외가집에선 어머니에게 서양식 교육을 시켜 당시 중요한 통역일을 맡아 하는 젊고 당당한 신여성으로 키운다. 어머니는 곧 프랑스 외교관 청년과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결심하지만, X 뼈다귀같은 혈통이 중요한 양반 집안에선 극구 반대를 하고, 어머니가 임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어느 얇삽한 집안에 임신을 묵인해 주는 조건으로 돈을 주고 딸을 서둘러 시집보낸다. 그렇게 프랑스 아버지과 한국인 어머니의 혼혈아로 태어난 상미.

상미가 어느날 아버지 (한국인 계부) 의 외도를 목격하고, 그로인해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되어 집에서는 상미를 목포의 어떤 집에 일손으로 보내버린다. 그때 상미의 나이 열 세살.
거기서 일본경찰에게 납치되어 만주로, 상하이로 조센피 (한국인 창녀) 라는 ID 로 이리저리 팔려가고 그 후, 하얼삔의 마루타 수용소에서 생사를 오가다가 한 일본인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탈출, 중국 일대를 돌다 다시 잡혀서 대만의 하이난으로, 태국, 싱가폴, 자바를 거처 (하필!!!!!) 1945년에 히로시마로 오게 되지만 원자폭탄의 지옥속에서도 살아남는다.
(작가가 모든 게 사실이라고 밝히고 있으니 의심하고 싶진 않으나, 페스트, 말라리아, 원자폭탄등 때문에 상미의 주변은 다 죽어도 상미만 기적적으로 살아남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 솔직히 '다이하드'의 '브루스 윌리스'를 보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서도..... 믿기로 함)

이 여정에서 일본군이 전쟁포로들을 고문하고 죽이는 장면들이 너무너무 끔찍하다. 제발 그냥 쏴 죽여주면 안될까? 그냥 찔러주면 안될까? 하는 바램이 진심으로 터져나올 정도로 고통스럽고 천천히 죽이는 그들. 그 당시에 사람들이 그야말로 악마에게 혼을 팔아먹은게 아닌가 싶을정도로 인간이 아닌 인간의 모습. 심장은 죄다 대장속에 처박았나 싶더라만.

그러나, 이 책의 매력은 피해자로서의 한국인과 가해자로서의 일본인을 양갈래 땋듯 쫙 갈라 놓지 않고, 그 속에서도 상미를 구하고 자기는 죽음을 당하는 (소수) 일본인들이나 원자폭탄속에서 구한 일본인 아기를 상미가 자기 딸로 삼고 자신의 온 사랑을 다 주는 등, 도저히 사랑이 불가능한 상황속에서도 사람이니까 사람을 사랑하는 부분들이 속속 있는 점이다.
그리고, 프랑스인의 작품이니만큼 (자기비판적으로) 일본의 만행을 (내 일 아니라고 ) 방관하고 있던 서구쪽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종종 들린다. 내 입장에서는 '만약 상미의 외조부가 상미엄마를 프랑스 외교관과 결혼 시켰더라면...' 이라는 가정을 해 보면서, 원래도 단일 혈통 뭐 이딴 말 정말 싫어하는 나이지만 그야말로 '답답허다, 답답해~~' 소리 밖에 안 나온다.

너무너무너무 잔인하고, 폭력적이고, 끔찍해서 영화로 치자면 바로 미성년자 관람불가용 책이겠지만, 사람 쏴 죽이는 오락기가 버젓이 길가에 나와있는 이 시대에
사람 죽이는 게 오락이 아니라 대대적인 비극이란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기 위해서라도 
널리 읽혔으면 하는 책이다. (그런데, 이 책, 정말 한국어로는 번역이 안 된 걸까??????)   

쟈클린 2008.03.27  16:32

책 표지 그림을 보면서 "기노모"를 연상하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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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viane21 2008.03.28  16:05

그러게요.. 정말 한국어로 번역이 안 된 것 같네요...
모리요 ? 모릴로 ? 모리외 ? 사람이름이라...여러 가능성이
있을텐데..프랑스 한국통인데, 이 책 이외도 한국에관한 책을
여러 권 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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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meeda 2008.03.29  00:58

아유 정말 무섭고 끔찍한 장면들이 많았겠어요.
나도 동감입니다.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게 놔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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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1 2008.03.30  04:24

쟈클린님..
기모노 맞을거에요. 이름도 창씨계명해 썼던 시대니까요..

비비안님..
한글 위키피디아에 모리외로 나왔길래 통일할려구요 ^^;;
제목도, 인터넷에 나온대로 썼는데, 전 웬지 '상하이의 홍란'이라고 쓰고 싶더라구요. 이 사람 다른 책도 찾아 읽어봐야겠어요.

헌재님...
그죠? 뭐 결과론이겠지만,,, 그래두, 잘난 외국인보다는 약간 모자라도 한국인이 낫다라는 사고방식은 좀 ... 이해가 안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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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nnie 2008.03.31  11:07

한글 번역본이 없다면 제겐 그림의 떡, 아니 책.. ^^;;
영어로 번역이 되었다면 남편한테 한권 사다 주고 싶네요..
한국과 일본 사이의, 현재까지 이어지는 그 미묘한 감정적인 골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일본이라고 무조건 욕하고 미워하는 건 당연 시대착오적 사고이고 저 또한
반대하는 바이지만..
그래도 역사적 배경에 대한 이해는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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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1 2008.03.31  22:10

저도 모르던 역사적 사실들이 잘 나와있어서 참 좋은 책이다 싶었어요.
영어 번역은 된걸루 아는데.. 함 찾아보세요.
전 일본에 대해 별 감정없었는데, 저 책 읽고 아닌게 아니라 싫어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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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arella 2008.03.31  23:42

저도 읽고 나서 왜 이런 내용이 영화화가 안되는 걸까 의문이 가더군요.
나찌시대를 중심으로한 영화는 나오고 또 나와도 오스카를 받는데...
설마 사실일까 싶기도 하고 어디서 어디가 허구인지 구별이 안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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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1 2008.04.02  14:51

렐라님..
마크 의견으론 마지막에 원자폭탄 맞은 상황에서 임산부 배에서 애기 구해내는 장면.. 물리학적으로 말도 안된다고 단정하던데요. ^^
뭐, 디테일에 좀 과장이 있을지라도,,, 전체적인 사건은 사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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