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굴욕은 인간 세계에서는 항상 마주칠 수 있는 위험이다. [...] 숭고한 풍경은 우리를 우리의 못남으로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익숙한 못남을 새롭고 좀 더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생각하도록 해준다. -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중
이번 여행이 이제까지의 그 어떤 여행보다 특별해진 것은, 다 이 산, 몽 벤투, 때문이었다.
해발 2000미터 높이의 이 산은, 가진게 돌 뿐인데다가 매년 휘몰아치는 미스트랄 바람을 제대로 맞고 서 있어서, 어느 경계이상으로는 풀이 자라지 않는다. 그래서, 멀리서 보면 마치 눈이 쌓인 듯, 저렇게 정상이 하얗다.
멀리서 보면 참 온화해 보이지만, 가까이 가면 괴물로 변하는 저 몽벤투 덕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오늘 죽을수도 있겠다'라는 공포를 느꼈더랬다.



물론, 차도가 있다. 차로 정상까지.. 쉽게! 달릴 수 있다. 쉬운만큼, 느낌도 없다..
우리는 차로 정상까지 올라가서 주차해놓고, 정상에서 약 700 미터정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16km 정도의 등산로를 택해 걸었다.

나무가 없으므로 등산로 표시를 이런식으로 해 놓았다. 출발이 이렇게 널찍했으니 겁없이 시작했던 산행.. 점점 분위기가 수상해지더니, 경사가 아찔해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대충 이런곳에선 사진도 찍는 여유가 있었으나, 이 후 3시간 후에, 사진은 커녕 나는 절벽에 붙어서 오도 가도 못한채 울고 있었다.

발 한번 잘못 디디면 바로 2000 미터 아래로 추락해버릴것 같은 돌길.. (위 사진은 그 위험한 길이 아닙니다~ 여긴 웃으며 걸었더랬지요)
나는 내가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걸 이 날 알았다. 오른쪽은 하늘이고 왼쪽은 절벽이고, 나는 내 몸이 수직으로 서있는지, 휘어서 서있는지도 분간이 가질 않았다. 옆으로 눈을 돌리면 바로 쓰러질거 같아서, 발밑만 보면서 한걸음 한걸음 옮기는데, 공포때문에 스트레스가 극도에 달해서 (난 스트레스가 커지면 잠이드는 버릇이있다) 졸리기 까지 해버리는 것이었다... 그런 깎아지른 절벽구간을 7번을 건넜다.
세번째쯤 건넜을 때, 알았다. 앞으로도 이런 곳이 더 나올것이고, 나는 돌아갈 용기도, 나아갈 용기도 없다는 것을... '나 지금 하늘에 떠서 뭐하고 있는거야..' 란 생각이 들며 말그대로 뜨거운 눈물이 서럽게 쏟아져 나왔다.. (문제는 울고 섰던 길도 좁아서, 맘놓고 울지도 못하겠더라는 것이다. 너무 격하게 훌쩍 대다간 중심을 잃을 것 같았다 ㅡ.ㅡ)
하여간에 어떻게 어떻게 심호흡 해가며, 자기 최면 부려가며 살아 정상에 다시 섰다. 그 때 그 감격이라니....
내가 나를 극복해 본 적이 몇번이나 있었던가...
이 날이, 내 삶에서 그렇게나 특별해 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우리 둘다 흥분을 못 감추고 그날 밤 내내, 위험한 순간의 기억을 더듬으며 떠들었다.
"ㅎㅎ 우리 이 모험담 죽을때 까지 얘기하겠다. 그치? 똑같은 얘기 계속 반복해서 손주들 짜증나게 만들어가면서... "

돌 속에서도 필 놈은 피더라...

그날 밤, 꿈을 꿨다.
죽을것 같던 두려움은 어디로 갔는지, 싹 사라지고 나는 웅대하고 험한 북 프로방스의 산지를 즐겁게 걷고 있었다.
아참, 돌아오는 날, 펜션 주인 아저씨한테 자랑스레 몽벤투에 갔었노라고 얘기했다 몽벤투 어느쪽으로 도셨수? 하길래 북쪽이요, 라고 대답했더니
아니, 왜 그 험한델 돌았수? 남쪽이 평평하고 경치도 좋은데... 하면서 김을 빼더라는... ... ㅡ.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