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즐겨찾기 | 블로그홈 | 바로가기 바로가기 | 로그인
블로그  |  사진갤러리  |  동영상갤러리 방명록  |   즐겨찾기 추가
곽재식 (gerecter)
프로필     
전체 글보기(254)
환상특급 에피소드
번외-거기리뷰
SF 이야기
HanRSS 로 구독하기Fish 로 구독하기
최근 댓글 전체
이 에피소드도 정말 애..
악마가 입은 티셔츠에 ..
제가 애타게 찾던 환상..
친구나 이웃이 건강문제..
아~ 좋은얘기네요..
최근 참조글 전체
현실이 된 SF
불신자들에 대한 응징
훌륭한 관객착각 SF
다녀간 블로거 더보기
- p3038
- sy9976
- hkp324
- kinomomo
- ybc8100
개설일 : 2004/11/15
 

환상특급 에피소드 507. 동굴 속의 노인 은, 한국의 광포호 전설과 놀랍도록 비슷한 이야기 입니다.

사실 이런 불신자 응징에 대한 설화들은 많이 있습니다. 영화나 소설에서 "외계인이 어디있다고 그러냐?" "귀신이 어디있어?" 이러면서 코웃음 치는 놈들일 수록, 곧 않있어 외계인이나 귀신에게 살해 당한다는 것은 거의 영화의 법칙입니다.

그러나, 광포호 전설이나 "동굴 속의 노인" 에피소드는 일반적인 불신자 처벌 에피소드와 살짝 꼬여 있습니다. "무의미한 전통" 혹은 "구닥다리 우상 숭배 풍습" 같은 과거의 가치가 사실은 여전히 쓸모 있고 가치 있는 것이라는 점을 드러냅니다. 즉 변화의 소용돌이와 현대적 분석이 아무리 유용해지는 시대가 와도, 옛 어른의 말씀은 들을 가치가 있다는 노인네들의 웅변 같은 이야기란 말입니다.

그런데, 광포호 전설에서 "동굴 속의 노인" 에피소드는 할 발 더 꼬여 있습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노인"의 웅변이란 다름아는 컴퓨터입니다. 즉 "노인"쪽의 입장에 선 것이 오히려, 최신 기술이고, 기계이고, 받아들이기 힘든 신 문명이라는 것이죠.

얼핏 받아 넘기기 쉬운 이 별 인기도 얻는 에피소드는 사실 겹겹히 쌓인 이러한 갈등구조가 이중삼중의 아이러니를 빚어내는 생각할 거리를 꽤나 주는 이야기 입니다.

"115. 나는 허공에 화살을 쏘았다"는 Pliot 에피소드, Eye of Beholder와 함께 1시즌의 가장 주옥같은 명작 에피소드 중 하나입니다. 저는 이와 같은 식의 SF적 아이디어를 "관객착각"이라고 부릅니다. SF에서 흔히 나오는 고정 관념을 악용하는 것이죠. 마치 추리소설에서 "착한 할아버지는 살인범이 아닐거야"라는 고정 관념을 악용해서 착한 할아버지를 살인범으로 숨기듯이, "미지의 혹성에는 엄청나게 이상한 것이 있을 거야"라는 고정관념을 이용해서, 이상한 것이 "하나도 없게" 만들어 버리는 겁니다.

"완전 관객착각" "불완전 관객착각" 같은 말도 있습니다. "완전 관객착각"은 모든 정황과 인물들은 사실 진상을 다 알고 있는데, 독자만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고, "불완전 관객착각"은 독자와 함께 주인공들도 착각을 하고 있는 에피소드입니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독자와 글 속의 주인공들이 동시에 "착각"하고 있으니 "불완전 관객 착각"이라 할만합니다. 완전히 관객만 속여먹지는 않고 있는 겁니다.

많은 초보 SF들이 "관객착각"의 반전 효과가 엄청나게 대단한 것인냥 아주 매달립니다만, 효율적인 SF들은 "관객착각"의 반전은 마지막 양념으로 사용하고, 그 외에 즐길거리를 잘 집어넣어서 양념이 더욱 돋보이도록 합니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전형적인 무인도 생존 경쟁의 서스펜스를 아주 효율적으로 버무리고 있습니다. 그 서스펜스 와중에 인간의 생명을 계량화할 수 있는가 같은 윤리적 물음도 살짝 던지고 있기 때문에 생각할 거리는 더욱 많아집니다.

이렇게 풍성한 가운데, "공중전화박스"와 같은 아주 상징적이고 어처구니 없는 이미지까지 서비스 해 줍니다. 잘 풀어낸 "관객착각" SF의 모범과 같은 에피소드 입니다.

"화살"이라는 우주선 제목과 "허공에 화살을 쏘다"라는 관용어구를 버무린 멋진 제목도 참 그럴듯 합니다.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