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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dda (fastidio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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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3/09/26
 

보르헤스의 단편,

"피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을 보면,

피에르 메나르라는 프랑스 인이 하나 등장한다.

그는 스페인과 문학과는 완전 담 쌓고 지내던 냥반인데,

어느날 서든리.

풍문으로만 듣던 세르반테스의 명저 "돈키호테"를 자신이 쓰겠다는 야무진 결심을 하게 된다.

먼 소리냐. 

돈키호테라는 책에 등장하는 단 한줄의 문장도 읽지 않고, 오직 '세르반테스가 이렇게 썼을 것이다'라는 추론에 의거해 돈키호테와 처음부터 끝까지 토씨하나 안틀리고 똑같은 작품을 쓰겠다는 것이었다.

머냐.

피에르 메나르라는 이 미친 작자는 그날로부터 세르반테스와 그가 살던 시대의 모든 정보를 입수, 돈키호테의 집필 과정을 역추적, 아니, 본체도 없으니 역추적도 아니지, 완전 백지 상태에서 천천히 reconstruct해 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수십년 간의 처절한 고통 끝에 진짜 돈키호테와 똑같은 작품을 탈고하는 기적적인 사건을 벌이게 된다.


================================================================================



내 언젠가 문학 관찰기에서 상세히 설명하겠지만,

직관과 논리는 완전히 상반된 능력이다. 

번개같은 직관력과 강철같은 논리력을 모두 갖춘 천재도 물론 존재하겠지만,

대개, 직관력이 뛰어난 이는 논리력이 뒤떨어지고,

논리력이 단단한 이는 직관력이 무딘 경우가 많다.


기본적으로,

우수한 직관력을 갖춘 이는 미술이나 음악, 스포츠 쪽에 재능을 보이고,

멋진 논리력을 갖춘 이는 학문이나 문학, 범죄 소탕 쪽에 재능을 보인다.


그래서,

환쟁이들치고 버젓한 책 한권 남긴 경우가 드물며,
(물론 예외는 있다. 내 문학 관찰기에 그 두드러진 예외 케이스가 하나 소개돼 있다.)

평론가들치고 변변한 그림 한점 남긴 경우가 드물다.



글허나,

보르헤스는 위 단편에서 처절한 예외를 하나 제시한다.

극과 극은 서로 통하시 땀시,

극단적으로, 정말 미쳐 도라버릴 정도로 논리적인 인간이

순수 직관력에 의해 창조한 생산물을

수학이든 언어든 물리든, 논리로 수행할 수 있는 모든 기능들을 총동원해

그대로 똑같이 따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는 인공지능의 원리와 흡사한데,

인간이 표출하는 모든 직관적인 표정과 행동, 언어 패턴들도 

기계적 알고리듬을 천천히... 하나씩... 꾸준하게... 덧붙여 나가면 결국 진짜 인간과 똑같이 답습할 수 있다는 게다.


먼소린지 아시것는가?

모르면 답글 남겨줘잉.

지난번 올린 레니 아저씨의 여성 편력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다가.

레니 아저씨도 일종의 돌연변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라.

남잔데,

여성과 조우할 경우,

여성의 몸에 테스터스테론을 왕창 분비시키게 하는 특수 능력이 있는 거다.

물론 자신과 마주했을 때 (시각적 효과든 후각적 효과든 뭐든)

그때만 성 호르몬을 분비시켜 자신한테만 빠지게 하는 그런거지.


X맨에 나오는 대머리 아저씨처럼 상대방의 의지를 조정하는 건 솔직히 과학적으로 개구라지만.

이 정도는 과학적으로 어느 정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돌연변이 관찰기는 과학적 fact에 근거한 이야기보다는 가짜 사실주의(pseudo reality) 기법을 이용한 fiction을 제공합니다.

앞으로 이곳에 올려진 돌연변이 이야기는 실제 일어난 일이 아닌 모두 상상력에 의해 지어낸 것임을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데 가서 실제 일어난 일처럼 얘기하고 그러면 바보된다 이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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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아르헨티나의 남부, 꼰스띠뚜시온 역으로부터 북서쪽으로 22km 떨어진 황야에서 고대 청동기 시대의 작은 유적지가 발견됐다.

흥미로운 것은 이 유적지에서 발견된 유물 가운데에는 마을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일을 꼼꼼히 기록한 진흙판이 있었다는 점.

이 진흙판에 새겨진 문자는 마치 과라니어 (파라과이 강 동쪽에 사는 원주민들이 쓰는 언어)의 모태가 된 듯한 상형과 표음의 중간적 형태를 띠고 있었다.

과라니어의 언어 시스템에 기초해 해독한 이 진흙판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거대한 홍수가 지고 난 뒤 마을에는 우리와 다른 짐승이 함께 살기 시작했다... 마치 하늘에서 비가 내리듯... 살인과 약탈을 저지르고 다니는 이 짐승은 단단한 가죽을 갖고 있었다... 화살, 창, 도끼, 칼... 어떤 무기도 그 짐승의 가죽을 해할 수 없었으며, 그 짐승에 도전했던 사람들과 친구, 가족들은 모두 무참히 살해당했다..."


이 기록을 남긴 이는 마을의 주술사 계급으로 추정된다. 오늘날 과학자 내지는 교수, 연구원 같은 역할을 수행했던 청동기 시대의 주술사는 그 짐승, 특히 그의 가죽에 관해 정말 오늘날의 생물학자의 보고서 못지 않은 자세한 묘사를 남겼다.

"...가죽에는 까마귀의 깃털보다 빳빳한 털이 머리카락 하나 들어갈 틈도 없이 두겹 세겹 빽빽히 나 있으며, 엄청나게 많은 빛을 반사해 낯에는 눈이 부셔 똑바로 쳐다 볼 수가 없었으며, 밤에는 마치 주변의 모든 달빛을 빨아 들인 듯 매우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가죽은 이상하게도 모든 빠르게 부딪치는 것들을 튕겨냈다. 아무리 무거운 돌을 머리 위에 떨어뜨려도, 아무리 날카로운 화살과 창을 던져도, 아무리 세게 도끼와 칼을 박아도 그의 가죽은 아무런 해를 입지 않았다..."

"그의 가죽은 일정 속도 이상으로 날아오는 모든 물체에 저항을 갖고 있었다... 그가 그런 가죽을 입고 있는 한, 그는 아무리 용맹한 무사와 격투를 벌인다 하더라도, 아무리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무언가를 떨어뜨려도'가 더 가까운 번역으로 보임), 아무리 강력한 신무기를 개발해 낸다 하더라도 죽일 수가 없다... 그의 가죽에 해를 주려면 아주 날카로운 칼을 천천히 배에 밀어 넣거나, 아니면 매우 무거운 바위 아래에 넣어 깔려 죽게 해야 한다..."



흙판의 기록은 이 기이한 가죽의 괴물에 대한 이야기로 한동안 계속되다가, 어느새 새로운 농지와 족장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아마도 흙판의 저자가 바뀐 모양이었다.

그리곤 몇 개월 후에 마을을 괴롭히던 괴물의 죽음에 대한 내용이 나왔다. 하지만 그 괴물이 정확히 어떻게 누구의 손에 의해 죽었는지는 나타나질 않고, 어느 '용사'의 손에 의해 제압당해 산 채로 가죽이 벗겨졌다고만 기록돼 있었다.

그 용사가 누구였는지, 그리고 괴물의 가죽에 대한 연구 기록을 남긴 주술사는 어떻게 됐는지는 도무지 알길이 없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기록자는 괴물의 가죽과 제압 방법에만 지나치게 주목하느라 정확히 어떻게 생긴 돌연변이 생명체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마을에서 인간들과 함께 살고, 이들을 죽인 것을 '살인, 범죄'로 묘사한 것으로 보아 분명 인간과 비슷한 형상을 갖고 있었거나, 인간과 대등한 지능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필로폰이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이전까지의 향정신성 유해물질과는 사뭇 다른 '기능'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었다.

LSD와 같은 기존의 환각물질은 두뇌의 신경세포를 기능을 마비시켜 환각 작용을 일으킬 뿐인데 반해,

필로폰은 인간의 몸에 도파민과 아드레날린 분비량을 극대화시켜 인간의 능력치를 배가시켜 준다.

아드레날린은 인간을 정신적 신체적으로 흥분 상태에 빠지게 하는 생체 화학 물질이다.

분노 또는 공포에 휩싸였을 때, 혹은 성적으로 자극을 받았을 때, 즉 단 시간 내에 물리적인 액션을 취해야 할 때 몸에선 아드레날린이 분비돼 즉각적으로 인간을 '행동하게' 만든다.

(트럭에 깔린 아이를 구하기 위해 잠시 미친 상태에서 트럭을 들어올렸다는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봤는가? 포탄이 쏟아지는 전장에서 자신의 몸무게보다 무거운 전우의 시체를 들고 뛰는 군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는가? 전기고문을 받으며 단 3분만에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국가 보안법 전체를 줄줄 외운 민주투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는가? 모두 아드레날린의 힘이다.)

도파민 역시 인간의 두뇌를 '각성시키는' 역할을 한다. 도파민은 뇌의 활동량을 증가시켜 언어 수리 지각 표현 능력을 치솟게 한다.

(도파민 분비가 제어되지 않을 경우 정신분열증에 빠진다. 그래서 평소 미술이나 문학, 음악 등에 정규 교육을 받았던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소름끼칠 정도로 창의적인 - 하지만 난잡하고 이해 불가능한 - 작품을 만들어 내곤 한다.)


결론적으로,

필로폰을 투여하게 되면... 즉 아드레날린/도파민 분비량이 늘어나면... 스타크래프트에 스팀팩 맞은 마린처럼 된다고 보면 된다.

순간적으로 두뇌와 신체의 능력이 배가되고, 극도의 흥분와 쾌감 상태에서 마치 슈퍼맨이 된 듯한 느낌을 갖는 거다. (실제 슈퍼맨처럼 되는 거다. 평소보다 2-3배 이상의 능력을 갖게 되니까.)


필로폰 이 좋은 물질을 왜 금지하고 있냐고?


이렇게 강제적으로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을 대량 분비시키고 나면 인간의 몸과 정신은 말 그대로 만신창이가 되고, 좀 전의 흥분과 쾌감 상태로 돌아가고 싶어 미쳐 버린다. 

그래서, 중독됐을 경우 몸의 에너지는 모두 고갈돼 결국 죽음에 이르고 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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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시피, 호르몬 분비는 불교감 신경계, 즉 인간의 대뇌로 콘트롤 되지 않는 신경에 의해 자동 조절된다.

하지만, 극도로 잘 훈련된 무도인의 사례에서 보듯, 특정 인간 개체는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몸에 아드레날린 수치를 조절하기도 한다.

(물론 이는 생물학적으로 한계가 있다.)

만일 이 불교감 신경을 대뇌로 콘트롤 하는 돌연변이가 있다면?

자신이 필요할 때마다... 굳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더라도, 아드레날린 수치를 조절해 순간적으로 어마어마한 신체적 정신적 능력을 갖는 사람이 있다면?

일본의 하와이 진주만 폭격 당시,

무지막지한 폭격으로 침몰해 가는 USS 아리조나 전함에서 영웅 한 명이 탄생했다.

사무엘 푸쿠아(SAMUEL GLENN FUQUA) 대위.

그는 폭격이 시작되자마다 갑판으로 뛰쳐 나왔다가 바로 옆에 떨어진 폭탄에 정신을 잃었다.
곧 정신을 차린 푸쿠아 대위는 대공 공격을 지시하는 동시에, 갑판 위에 쓰러진 사병들을 직접 한명씩 들쳐 엎고 구조선에 태우기 시작한다.

갑판 앞 쪽은 완전히 화염에 휩싸였고, 수없이 많은 포탄이 떨어지는 동안 푸쿠아 대위는 3번이나 더 정신을 잃는다.

그러나, 그는 불굴의 의지로 깨어나자마자 (온몸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데도) 미친듯이 자신의 병사들을 구조해 총 8명의 생명을 건져 낸다.

중대장의 이런 모습에 감격한 사병들 역시 도망가지 않고 동료들을 구하기 시작해, USS 아리조나 호는 희생자의 수를 최소화 한 채 대다수의 군인들이 구조선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푸쿠아 대위도 끝내 생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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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는 푸쿠아 대위를 '영웅'이라 칭하고 Medal of Honor를 수여했지만, 

유전학자들은 푸쿠아 대위 같은 사람을 생물학적 '돌연변이'라 부른다.

옆에서 포탄이 터져 의식을 잃으면 뇌와 장기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진다. 이 정도의 충격이면 대부분의 인간은 견디기 힘들 정도의 공포를 느끼고, 머리 속엔 오로지 '나부터 살자'는 유전자의 가장 원초적인 메커니즘이 발동하게 된다.

그 상황에서 푸쿠아 대위의 행동은 군인으로 의무감이 아니라 거의 본능적인 이타심에서 비롯된 것이라 봐야 한다.

즉, 푸쿠아 대위에선 선천적으로 자신의 생명보다 다른 이의 생명을 우선시 해야 한다는 유전자 매커니즘이 내장돼 있었던 게다.


동물행동학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선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

무리를 지어 다니는 초식동물들 중엔 자신의 무리를 위해 자신을 희생시키려는 개체가 있다고 한다.

가령, 한 떼의 얼룩말 무리가 사자의 습격을 받으면 본능적으로 자신의 뜀박질 속도를 늦춰 사자에게 잡아먹혀 주고 다른 개체들이 살아 도망가게 한다는 거다.

이런 습성은 유전 인자에 의한 것으로 대대로 그런 개체의 수가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하는데,

물론 진화론의 관점에선 말도 안되는 얘기다.

일단 그런 이타적 유전자를 지닌 개체가 살아남아 번식을 해야, 그 유전자가 대대로 존속할 수 있는 법인데, 사자한테 매번 그렇게 잡아먹혀버리면 그 유전자는 도대체 어떻게 존속할 수 있단 말인가?


과학적 설명으론 대충 이렇게 발라버릴 수 있겠다: 무리를 짓는 초식동물들에겐 모두 공유하는 여러가지 유전자의 특징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맹수한테 스스로 잡아먹혀 주는 '돌연변이'를 시도 때도 없이 생산하게 하는 것이라는 이론이다.

어쩌면 이 유전자의 메커니즘은 해당 개체가 번식을 하고 난 뒤에 발동시켜 자신의 존속을 보장받는... 아주 고도로 정교한 프로그래밍 구조를 갖고 있을지도 모르고. 


이타적 유전자의 존재는 어쩌면 과학이 풀기 힘든 불가사의 중 하나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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