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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3/09/26
 

북유럽 연안의 오징어의 한 부류는 매우 특이한 교미 습성을 갖는다. 

다른 오징어들처럼 수컷과 암컷이 직접 엉겨 붙는 것이 아니라,

이들은 일년 중 특정 시기, 특정 장소(대개 얕은 연안 대륙붕)에
먼저 수컷들이 구름 떼처럼 모인다.

이들 수컷들은 이 곳에서 모인지 얼마 되지 않아 그대로 바다에 가라 앉아 죽어 버린다.

자신의 '분신'인 정자 주머니를 길다랗게 꺼내 문 채.

수컷들이 해저 바닥에 모두 가라 앉은 다음 수시간이 지나면,
암컷들이 몰려와 유유자적 수컷들의 시체를 뒤지고 다닌다.

암컷들은 죽은 수컷들이 꺼내 문 정자 주머니를 하나씩 하나씩 자신의 자궁 안에 넣어
어떤 것이 우수한 종자인지 판단하고,

자신이 품을 정자를 선택해 저 멀리 바다의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

이 장면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방영된 모든 동물들의 교미 장면 중 가장 멋진 장관으로 꼽힌다.

대륙붕을 새하얗게 덮은 수컷 오징어들의 시체,

그리고 그 위를, 마치 전사한 영웅의 혼을 구원해 가는 발퀴리처럼, 천천히 맴도는 푸르스름한 암컷들의 모습.

단순히 멋진 장관일 뿐만 아니라,
이 장면은 암컷과 수컷, 이 서로 다른 성의 역할이 어떻게 부여되는지 설명하는 매우 시적인 비주얼이기도 하다. 

이 비주얼의 핵심은 유전자의 선택 권한은 암컷에게 있다는 것이다.

암컷이 수컷으로부터 유전자를 선택해 종의 진화를 이끌 다음 세대를 결정하는 것.
이것이 바로, 모든 진화의 주체는 암컷이고 수컷은 소모품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유전 이론의 근간.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남자가 여자를 강간하는 것은 동성간의 성 관계만큼이나 부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사람 이외의 대부분의 동물들은 암컷이 원치 않을 경우엔 절대 성관계를 갖지 못한다. (물론, 신체 구조 상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싸이코짱가 2004.04.10  17:35

오옷,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시작하셨군요!!!
종종 들러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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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ye 2004.04.11  15:31

흥미롭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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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노타울스 2004.04.12  13:28

상대적이지만 인간의 섹스가 가장 변태군요.
변태 라는 게 번식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함 이라는걸 어슴프레 짐작케도 합니다. 이 시리즈를 읽다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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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DERK 2009.01.19  22:47  [165.194.35.10]

최근에 본거지만 상어의 경우에는 숫놈들이 암놈 한 놈을 강간하는 방법을 쓰는 경우도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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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까치 2009.07.16  17:56  [222.101.178.65]

저도 다큐에서 본적이 있는데 침팬치가 암놈을 강간하는 장면을 본적이 있어요.. 어디에나 예외란 있는 법인가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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