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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3/09/26
 

최근에 YTN에서 속 울렁거리게 생긴 팝페라 가수가 하나 나와 괴상한 말을 하더군요.

"옛날 러시아에선 사람들이 공연을 보려고 밥도 굶었다더라. 우리도 비록 밥 한끼 굶더라도 공연 한편 봐줘야 선진 문화국이 될 수 있다."

주절주절 말이 많았지만 결국 그 얘기입니다. 밥 처먹지 말고 공연 봐라. ㅋㅋㅋㅋㅋ. 하놔 이 찐따들 진짜.

물론 팝페라 가수가 단독으로 그런 말을 할리는 없겠죠. 문화관광부 산하 공연진흥공단 뭐 이딴 데에서 이런 개같은 대국민선전 찌라시를 만든거죠.

일단 옛날 러시아에서 밥을 굶고 공연을 봤다고 하는데 그런 사례가 어느 문헌에 기록돼 있는지 궁금하군요. 제가 기억하기론 푸쉬킨 나부랭이들 설치고 다닐 당시 러시아 낭만주의자 싸구려 소설에 나온 내용 본 거 같은데.

여담입니다만, 러시아 낭만주의 작가들은 전부 좀 병신들입니다. 푸쉬킨이고 뚜르게네프고 이 사람들 작품 일본하고 한국에서 유독 엄청나게 많이 번역되서 팔렸는데 참나 어이없죠. 제 장담하는데 그넘들 소설 나부랭이보다 귀여니 소설이 훨씬 더 재밌습니다. 

암튼, 문화 예술 'half' 종사자로써 말씀드리는데, 배고프면 밥 먹는게 우선입니다. 배고픈데 공연 보는건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고요. 배가 든든하고 잠을 충분히 자야 문화 예술을 봐도 뭔가 느끼는게 있고 비판할 힘이 생기는 겁니다.

문화 예술 창작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난해야 진정한 창작이 나온다고 하는데 그거 진짜 개소리죠. 그렇게 따지면 아프리카가 전세계 제일의 순수 미술 생산국이 되어야 겠습니다? 세계 제일의 fine art 생산국은 예나 지금이나 세계 제일의 부자 국가들입니다. (일본만 예외! ㅋㅋㅋ)

가난했을때 좋은 작품이 나온거는 작가들이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돈 벌어서 예쁜 색시 구할라고... 이런 존나 원초적인 욕구가 원동력이 됐기 때문입니다. 밥 벌어먹을게 그거 밖에 없으니까 당연한 거죠. 당시 작가들이 작품 만들어서 돈이 안된다고 칩시다. 그랬으면 그 양반들이 작품 하나라도 만들었을거 같습니까?

일단 돈이 우선이고 밥이 우선입니다. 돈하고 밥하고 여자가 있어야 작품이 나오는 겁니다. 시장이 있어야 작가들이 활동을 하는 겁니다. 아프리카의 무시무시한 미술 작품들, 중국의 경이적인 아티스트들, 전부 거대한 자본을 등에 업고 태어났습니다.

문화 예술은 어디까지나 '자본'의 부산물입니다. 자본 없이는 단 한번도 제대로 문화 예술이 꽃피운 적이 없죠. 이 얘기는 무척 중요한 얘기니 다음 시간에 다시 하겠습니다.

암튼, "밥 먹지 말고 예술 관람하라"는 말 싸제끼는 놈들은 그냥 무식한 놈들입니다. 문화 예술에 대한 최소한의 소양도, 기본적인 교양도, 지식도, 상식도, 지능도 없는 천민들이 하는 얘기입니다. 그런 천민들이 문화 정책을 좌우하는 자리에 앉아 있으니 한국의 문화 예술이 아직도 베트남 수준만도 못하다는 겁니다.

지들이 볼만한 공연을 만들면 저절로 알아서 찾아와서 봅니다. 한국애들 문화 수준 그렇게 낮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 20-30대는 오히려 미국보다 높은거 같은데 말이죠.)

좋은 공연 먼저 만들 생각은 안하고 TV에 대고 멍청하게 생긴 얼굴마담 하나 데려다 놓고 "밥처먹지 말고 공연봐라"며 앵벌이를 시키고 있습니까? 거지 색희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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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hatolog 2009.11.06  16:22

무엇보다 문화예술 자체가 최소한의 의식주에서 해방된 잉여시간과 잉여마인드를 통해 만들어지죠. 물론 여기서의 잉여는 최근 인터넷에서의 부정적 의미의 잉여가 아니라 단어 본래의 의미 그대로를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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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zozo@Y 2009.11.06  23:52

아프리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방송 보고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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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dra 2009.11.07  00:51

내용이 재미있어서 읽다가 자꾸 계속 빵터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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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ckadee 2009.11.19  00:30

아프리카를 일개국가 취급하지 말아주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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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w107@Y 2009.11.24  12:59

자본이 예술을 만든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이건 인류가 대놓고 자본을 숭배하기 전인 근대 이전에도 그랬죠. 신석기 원시시대 벽에 낙서하던 놈들 중 -수컷들의 경쟁에서 도태된- 장애인 출신 낙오자들이 상당당 수였다는 생각해 본다면, 그 시대 생존을 위한 생산에 가장 쓸모없던 놈들이 하던게 바로 원시 예술이라 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생존에 위기가 닥치면 가장 먼저 죽는게 그네들이였겠지요. 생존의 보호 없이는 예술이고 나발이고 없습죠. 이 '생존'이란 단어는 현대에 와선 '자본'이란 단어와 치환 가능하죠.

또 근대 유럽예술의 사실상 시발점이었던 르네상스와 그 중추적 역할을 했던 피렌체, 베네치아가 뭐 하던 도시며, 그 예술가들의 가장 큰 후원자였던 메디치가가 뭐하던 놈들인지 생각해 본다면 뭐 자본의 노예라는 표현도 뭐 과한것 같지 않습니다. ㅎㅎ

예술이 자본과 동떨어진 고귀한 존재라 생각한다면 그건 진짜 예술을 모르는 소리죠.ㅎㅎ 하지만 음악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한국 자본이 좀 뭣같기는 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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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dda 2009.11.24  16:30

역시 문화예술계 종사자 분이었군요. 님 취향 보고 그럴줄 알았다니까 우히히. 자본과 예술의 끈끈한 관계는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끊이지 않았던 것인데 제가 조만간 다시 정리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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