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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3/09/26
 



이른바 "낙서 화가"로 유명한 싸이 톰블리의 대표작 "가을"입니다.
위에 autonmo라고 쓴 글자를 보지 않고 이 그림 제목이 "가을 아뇨?"라고 말할 수 있으면 당신은 센스쟁이. (나 실제로 그런 사람 여러 봤다.)





아마 대중들로부터 가장 많은 손가락질을 받았던 현대 화가 중 하나일 겁니다. 위에 같은 그림이 대표작이었으니 말이죠.



근데 이런 걸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이 분명 있다는 사실.
선천적인 센스일수도 있지만 저처럼 상당 기간 미술적 훈련을 받은 사람일수도 있습니다.



그림이 완전 정신이 없어 보이죠. 이렇게 정신 없어 보이는 그림들이 한때 뉴욕 미술 시장에서 수백만 달러에 거래됐습니다. 대체 왜? 


좋은 그림을 판정하는 기준은 대체로 두가지입니다.

1. 얼마나 절절한 감정(혹은 사고)을 담고 있는지
2. 얼마나 쿨하게 표현했는지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이런 겁니다. 애지중지하던 자식을 잃은 부모가 수십년간 지옥같은 고통에 해메다가 늙어 죽을 때 쯤 다 되서 모든 집착과 번민을 털어버리고 자신의 자식이 그때 어떻게 죽었는가를 담담하게 이야기 해주는 그런 기분?

괜히 제가 그림을 "문학 관찰기" 폴더에서 다루는게 아닙니다. 그림이나 문학이나 기준이 같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암튼 위에 두가지 기준만으로는 맞지 않는 유명 그림도 많습니다만, 그냥 universal한 기준이 대체로 그렇단 겁니다.

사이 톰블리의 그림은 이 두가지 universal한 좋은 그림 기준에 가장 적절한 예시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죠.


뭐가 연상되십니까? 이건 훨씬 쉽죠. 꽃이 있는 거 같기도 하고 뭔가 따뜻해 보이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저 위에 May(5월)이라고 써 있네요.

봄을 보고 생각하고 곰곰히 마음속으로 되씹다가 그림을 그린 겁니다. 보통 사람들은 뭐 5월의 장미 몇 송이 그리겠지만, 이 양반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생각하는게 워낙 특이했는데 거기에 생각까지 졸라게 많이 하다보니 이런 그림이 나온 겁니다. 얼마나 많은 걸 담은 작품인가 <-- 이걸 판단하는 것이 바로 올바른 예술 애호가의 기본 자세입니다.

그런데 생각만 많이 한다고 좋은 작품이 되질 않습니다. 다음을 보시죠.



이 그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뭐가 연상되나요? 아까 "may" 그림보다는 어렵지만 꼭 그렇게 어렵지도 않습니다.

바로 "겨울"입니다. 사이 톰블리의 4계절 연작 중 마지막 겨울이죠. 제일 처음에 올렸던 "가을"하고 한번 비교해 보세요.

공통점이 있습니다. 둘다 계절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했으면서도 정작 그림을 그릴 때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아무 생각없이 붓질을 했습니다.

바로 현대 미술의 중요한 키포인트 중 하나죠. 무념무상. 그림을 그리기까진 엄청난 생각을 하지만 막상 붓을 손에 쥐면 생각을 싹 비우고 그림을 그리는.

죽은 자식의 이야기를 하는 부모 역시 마찬가지인 겁니다. 수십년을 죽은 자식 생각에 뼈 속 깊이 곪아들고 난 뒤에 결국 거기에서 해방된 상태. 

같은 겁니다. 우리는 모두 좋은 글이나 이야기에는 감동을 받으면서 사이 톰블리 같은 위대한 화가의 작품에는 감동을 받지 못합니다. 둘다 절절한 생각을 담고 있으면서도 쿨하고 담담한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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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abi76 2009.10.17  00:41

흠... 센스도 없고 미술적 소양도 없는 95%의 인간인 저에겐 추하지는 않지만 이해하기 넘 어려운 그림이네요. 아름다답다고 생각하는것도 그냥 알수 있는것은 아닌가 봅니다. 저 그림을 아름답다고 느낄려면 어떤 소양이 필요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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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 2009.10.17  14:39

저는 센스와 소양이 없을 뿐 아니라, 야다님처럼 깊이 있는 분이 미추에 대해 언급하면 바로 그 작품이 그 평가에 동조되어 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나 95%에 속하는 제겐 자존심만 버리면 이러한 줏대없음도 즐겁더라구요. 문학관찰기 자주 올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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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mysteve2000 2009.11.26  06:58

NICE~~~~~~란 단어에 딱 어울리는 그런 그림이네요...설명을 잘 하시네요^^
처음 접하는 작가임에도 이 따뜻하고 명징한 느낌...허식으로 포장되지 않은 분명함이 팍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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