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문학이 재미없는 건 어쩌면 감정 표현에 서툴러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독일인들이 그렇다네요. 감정을 표현하면 약한 놈 취급 받는다고. 그래서 엔간하면 감정 표현을 안 한다고.
루이제 린저가 그나마 독일 작가들 중엔 감정 표현을 많이 묘사한 작가인데 읽다 보면 막 욕나옵니다. 감정 묘사가 거의 여고생 문예부 수준이거든요. 왜 그러냐면 평소에 감정 표현도 묘사도 잘 안해봐서 그렇습니다. 아마도 독일의 다른 작품들도 그렇겠죠. 안하던 걸 하려니까 아마추어가 되는 겁니다. 그래서 슬퍼야 하는 장면에서도 독자들은 하나도 안 슬픕니다. 소설 속에 등장인물들만 죽어라 슬프죠. 그러니까 읽는 사람 짜증도 나고. 뭐 암튼. 독일 문학은 참 이래저래 재미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독일 미술은 그렇지 않습니다. 독일 현대 미술은 재미있다는 수준을 넘어 거의 경이-경악에 가깝습니다.
오토 딕스(otto dix)입니다. 20세기 그려진 최고의 인물화 중 하나입니다. 사진 속 여성은 평소 친하게 지내던 기자라는군요. 뭔가를 열심히 얘기하고 있군요. 입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양 손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오른 다리에 스타킹 내려간 것도 기가 막히는군요.
오토 딕스는 "역사에 남을 전쟁 명화를 그리고 싶다"며 1차 대전에 전투병으로 자원한 또라이끼 다분한 화가로 유명합니다. 또라이인 걸로 치면 뭐 다른 독일 화가들도 만만치 않지만.
역시 오토 딕스. 참으로 '독일스러운' 미술입니다. 이 놈들 그림을 어떻게 그려야 사람의 감성을 지배할지 압니다. 근데 왜 문학은 그렇게 못할까!!!!????
다음은 오토 딕스랑 같은 시대를 살았던 막스 에른스트(Max Ernst). 분명 독일 화가이지만, 독일보단 다른 나라에 더 오래 살아서 뭐 특별히 독일 작가라 하긴 좀 그런데 뭐 암튼 역시 지독히도 훌륭한 작가입니다. 전세계 수많은 작가 지망생들에게 무한한 영감을 주었습니다.
어째 그림이 마그리트 풍이냐. 인터넷에 이런 거 밖에 없어서 그래. 혹시 나중에 막스 에른스트 전시회 하면 꼭 가서 보세요. 그림이 개황당 끝장 감동. 그림만 갖고 보면 에른스트가 제일 또라이.
율리우스 비시에르. 지명도 높은 화가는 아니지만, 독일이 왜 디자인 강국인지 한번 보시라고.
놀라운 디자인입니다. 디자인은 사실 fine art와 따로 떼어 놓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미술이 강해야 디자인도 강해지는 법이고, 미술을 하다 보면 디자인이 나오는 겁니다. 독일 미술의 전통은 독일을 세계 최강의 디자인 국가로 만들었습니다. 애플 사의 지금까지 거의 모든 하드웨어는 전부 독일 디자인 회사에서 만든거 아시죠?
세계에서 가장 그림이 비싸게 팔린다는 게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입니다. 원래는 이런 극사실주의 화가로 유명했죠.
그런데 알고 보니 졸라 모더니즘.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입니다. 게하르트 리히터와 함께 독일 현대 회화의 최고봉입니다.
단순히 풍경화인 것 같은데 무시무시한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기차길 하나 있는 절라 거지같은 풍경인데 어찌 이리 엄청난 감정을 담았을까요.
자, 오늘의 하일라이트 요셉 보이스(Joseph Beuys) 입니다. 독일 현대 미술의 정점이자, 세계 현대 미술의 정점입니다. 백남준의 친구이자 그를 유명하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요셉 보이스는 환쟁이-화가가 아닙니다. 미술가입니다. 예술가라고도 하죠. 남긴 그림은 별로 없지만 미술계에 누구보다 큰 족적을 남겼습니다.
"죽은 토끼에게 그림을 설명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위 작품도 회화나 사진 작품이 아니라, 3시간 동안 그냥 저러고 있는 걸 보여준 겁니다. 얼굴이 금박칠을 하고 뒈진 토끼를 안고 저러고 3시간 있었죠. 뒈진 토끼에게 중얼중얼 벽에 그려진 그림을 설명하면서. 저도 솔직히 뭐하는건지 잘 모릅니다. 잘 몰라서 이 작품에 대한 해설을 찾아보면 얼굴에 바른 금박은 연금술을 상징하고 꿀은 형제애를 상징하고 어쩌고 저쩌고 해몽은 잔뜩 갖다 붙였는데 정작 그래서 이게 뭐하는거냐는 물음엔 답을 하지 못합니다.
이러니 대중들이 현대 미술이라면 기겁을 하는 겁니다. 보이스는 누구나 예술을 할 수 있다며 누구나 시험을 보지 않고 미대에 들어가게 해야 한다고 했지만, 현대 대중들은 현대 예술을 하기는커녕 아무도 즐기지조차 못합니다. 제대로 해석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죠.
사견입니다만, 요셉 보이스의 작품은 괜히 처음부터 상징이 어쩌고 공자왈맹자왈 공부하지 말고 그냥 "해방"이라고 생각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보이스는 미술을 하려고 엄청나게 많은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렇게 몇년을 그리다보니 그림에는 한계가 있더라는 거죠. 사각의 한정된 공간 안에 표현할게 넘치고 넘쳐 주체를 못하다 보니 자기가 직접 미친 척 얼굴에 금박을 바르고 죽은 동물을 부둥켜 안고 어쩌고 '삶'으로 표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감상한 좁다란 회화에도 작가들은 어마어마한 감정과 생각을 담았지만, 보이스는 여기에서 해방돼 더 거대한 실제 무대 위에 예술에 대한 생각, 죽음에 대한 생각, 삶에 대한 생각을 담았습니다. 뒤샹의 샘이 전통적 미술 표현 방식으로부터 첫번째 "해방"이었다면, 요셉 보이스는 두번째 "해방"이라고 할만합니다.
또다른 대표작 "미국은 나를 좋아하고 나도 미국을 좋아해"입니다. "나도 미국을 좋아하고 미국도 날 좋아해"인가? 암튼 제목이 뭐 참 또라이스럽죠. 이건 3일짜리 행위 예술입니다. 방 안에서 저렇게 미국산 야생 코요테를 넣어 놓고 밥주고 물주고 똥쌔우고 그랬다는군요. 3일동안. 그랬더니 코요테가 자길 좋아하더랍니다. 그래서 "미국은 나를 좋아하고 나도 미국을 좋아해"라는 거죠. ㅋㅎㅎㅎㅎㅎㅎㅎㅎ. 하놔히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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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문화중 정말 문학으로 쳐주지 못하는 퇴폐적이고 음란한건 정말 세계에서 최고라고 할정도로 표현이 대단하다죠.
특히 독일 아마추어 작가들의 글들중에는 근친 주제는 자주 등장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보통사람의 상상으로선 근친은 그저 인간이 저지를수있는 가장 추악한짓중 하나일뿐 그 이상이 아닌데 그들은 이 근친 하나의 표현을 해도 뭘 그리 많은 각도와 스토리를 끄집어 낼수있는지 혀를 내두를정도라 합니다.
일명 엽기적이고 그런걸 상상하는 능력은 최고수준인가봅니다.
아직도 뱀파이어나 각종 몬스터, 네크로맨서등을 음란과 함께 소재로 한것이라던지 어린소녀를 탐하는 등의 내용을 가진 영화를 꾸준히 만들어내는곳도 독일입니다.
과거에 말씀 드렸던 거 기억할지 모르겠으나, 평소에 비슷한 면이 본인하고 많아 참 반갑다고 느꼈는데, 막스에른스트를 매우 높게 평가하는 점에서도 반갑게 느낍니다. 그리고 독일문학이 재미없다라고 하셨는데, 그거에 대해서는 좀 다른 생각인데, 독일 고전 명작들 보면 도대체 이런 작품이 독일이나 나오는게 가능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뛰어난 매력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 루이제 린저는 구성이 너무 인위적으로 조악하여,, 일기라지만 너무 작위적인 맛도 많고 해서 세기에 남을 명작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독일문학에서의 않좋은 쪽으로의 이단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