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즐겨찾기 | 블로그홈 | 바로가기 바로가기 | 로그인
세헤라자데 내사랑
블로그  |  사진갤러리  |  동영상갤러리 방명록  |   즐겨찾기 추가
yadda (fastidio4)
프로필     
전체 글보기(1357)
난잡일기
음악 이야기
돌연변이 관찰기
문학 관찰기
Origin of Sex
컴퓨팅의 역사
인터넷의 역사
모욕의 기술
습작 중
최근 댓글 전체보기
이 글 보니깐 얼굴에 ..
악독하다기보다 그냥 미..
진짜 엤날 선생님들이 ..
공감
이런 글보다는 스탠포드..
최근 참조글 전체보기
Xanax.
민노씨의 생각
음모론의 속내
T*옴니아에서 원숭이섬..
세상에는 답이 없는 것..
오늘 전체
방문자 404 4292096
구독자 0 381
댓글 0 10018
참조글 0 841
HanRSS 로 구독하기Fish 로 구독하기
개설일 : 2003/09/26
 



슈퍼키드(superkidd)라는 인디밴드가 있습니다. 크라잉넛과 비슷한 양아치 밴드라곤 하지만 제가 볼때는 좀 다릅니다.

일단 이들의 대표곡 가사 좀 들어봅시다. "잘 살아보세"입니다.

어릴때 내 친구 잘나갔던 친구
잘못된 전공 선택 백수된지 오백만년
냉정한 현실 경력관리 필수
이것저것 딸 것 많은 우리나라 좋은나라
많은게 좋은거냐 사는게 그렇습니다
그렇게들 살아가고 살기 위해 달려가네

...
사는게 그렇습니다 나만 잘 살면 됩니다
가식은 기본입니다 살아 남아야 합니다

제가 크라잉넛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 대체 이 놈들 무슨 소리를 하고 싶어 노래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거였는데, 슈퍼키드는 똑같은 광기로 피튀기며 노래 불러도 무슨 소릴 하고 싶은 건지 쉽게 얘기해 준다는 점이 다른 겁니다.

먼 소리냐.

슈퍼키드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나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나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 이는 21세기 현대 문학을 (그리고 현대 미술까지도)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정신입니다.

크라잉넛도 기본적으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하고 싶은 말이 없습니다. 하려는 말을 억지로 쥐어짜서 웃기게 포장하죠. 그래서 얘들은 낸시랭과 비슷한 부류로 분류됩니다. "블라디미르 광주로 간 사나이"를 보시죠.

노동자의 붉은 피와 땀으로 얼룩진 오월의 붉은 태양
우리에게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신촌 홍대 명동 청량리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물은 과연 백도씨에서 끓는가
루트 2 마이너스 2 벡터는 어떻게 구할 것인가
형제여 부모여 고종사촌이여

고통은 멈추지 않으리 나는야 방랑의 싸나이
사랑은 거짓이어라 나는야 창공의 싸나이

제가 볼때 더 문제가 심각한 건 하고 싶은 말도 없는데 심각하게 생각하는 놈들입니다. 바로 에픽 하이 같은 애들입니다. "breakdown"이란 곡의 가사를 보시죠.

이 시간 여기가
너와 내 운명의 시발점이다
메마른 거리와 심장에 피가 퍼진다
역사란 백지 위에
서사시가 써진다
we gonna rock and roll
no crowd control
when the beat drops
let me pop your soul
...

뭔 개솔인지 모르는 건 크라잉넛하고 똑같은데 거기에 심각한 것만 추가됐습니다. 심각하게 머리 존나 굴려 쓰면 남들이 잘 못 알아듣겠지, 내가 뭔가 있어 보이겠지 하는 생각으로 써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도 없는데 심각하게 쓴" 위와 같은 쓰레기가 나오는 겁니다. 글 처음 써본 작가 지망생, 특히 학벌좋고 책 많이 읽은 나이 어린 남자애들이 자주 범하는 전형적인 실수죠. 

혹시, 일반인이 읽으면 어렵고 무겁고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고 괴상하고 뜬금없고 그래서 슬픈 글이 문학이라고 생각합니까?

그런 사람 최소한 한명 이상은 있을 겁니다. 문학 교육이 처절할 정도로 잘못됐다는 증거이고요, 에픽 하이 같은 쓰레기 말종들이 문화인 대접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다시 말하지만 문학은 재미있는 겁니다. 한때 토스토예프스키 같은 지하생활인들이 생산하는게 문학인 것으로 착각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원래 원시 시절부터 문학이고 미술이고 예술이고 나발이고 전부 슈퍼키드 같은 솔직한 광대들이 시작을 한 겁니다. 그 뒤에 베토벤이나 토스토예프시키 같은 진중한 광대들이 살을 붙인 거고요.

전 슈퍼키드의 가사 중에 "가식은 기본입니다"라는 부분이 참 마음에 듭니다. 슈퍼키드의 노래를 전부 다 들어봐도 이 친구들 창작 활동에 가식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그런데 자신들 인생에 가식은 기본이라고 노래부르고 있군요.

에픽하이 같은 애들이 "우리는 가식입니다"라고 평생 단 한번이라도 얘기할까요? 못하죠. 이 친구들 오장육부 어디에선가는 분명 자신들이 가식에 쩔어있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을테니 말이죠. 그런 말 겁나서 함부로 못하겠죠.

그런 의미에서 한국엔 비록 비주류 그늘에서 천대받긴 했어도 참 훌륭한 작가들이 많습니다. 노브레인도 그 중 하나죠. 그들의 대표곡 "넌 내게 반했어"입니다.

넌 내게 반했어
웃지말고 대답해봐
넌 내게 반했어
뜨거운 토요일 밤의 열기 속에
넌 내게 반했어
솔직하게 말을 해봐
도도한 눈빛으로 제압하려 해도
난 그런 속임수에 속지 않아 예예
넌 내게 반했어
애매한 그 눈빛은 뭘 말하는거니
내 눈과 너의 눈이 마주쳤던 순간
튀었던 정열의 불꽃들

가사 참 막 썼죠. 상대방은 이건 뭐 어림 반푼 없는데 지 혼자 넌 나한테 홀딱 반했다며 끓어오르는 젊은 부랄의 광란. 쬐금이라도 심각한 부랄이었다면 조명이 어두워 착각한게 아닐까 의심하겠지만 얘들은 그런 거 없습니다.

이런 대담함 솔직함 앞뒤재지않는 꼴통정신. 그러나 하고 싶은 말은 있는. 원시 문학은 바로 이런 정신으로 탄생했고, 현대에 와서 다시 이런 원시 문학의 정신이 재생되고 있습니다.  

Redhat 2009.06.11  15:32

크라잉넛이건 노브레인이건 슈퍼키드건 자기네가 '뮤지션'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걍 불러제끼자는 딴따라식 마인드를 탑재하고 있으므로 문학적 논의는 별로 의미가 없다고 느껴집니다. 다만 "뮤지션인 척, 시인인 척"하는 에픽하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죠 ㅇㅇ

답글쓰기
낭객 2009.06.11  18:00

아 뭔가 정말 공감합니다 ㅠㅠ 글 잘 읽고 갑니다. ㅎ

답글쓰기
metal332@Y 2009.06.11  20:23

이번 논문 주제와 일맥하는 군요... ㅡㅡ;
전 가벼우면서도 합리적인 사고 방식이라고 했습니다만.. 여튼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같은.. 쿨럭.. ㅋㅋ
여튼 인제 심각한 건 촌시러워서 싫어요...

답글쓰기
SpunkyZoe 2009.06.12  03:43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입장에서 참으로 공감하게 되는 글입니다. 어떤어떤작가들의 그림과, 그들의 작가노트를 보면서 대체 무슨이야기를 하고 있는것인지, 수십번을 읽어도 대체 무슨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그냥 꼴려서 그렸어." 라고 해주면 딱 좋을성 싶은데 할때가 골백번입니다. 아니 대부분입니다. 수많은 이들의 글을 읽으며 대체 문장은 왜이리 길며, 대체 하고싶은 이야기가 무엇인가를 알아먹을 수 없으면

답글쓰기
SpunkyZoe 2009.06.12  03:44

그것을 나의 이해력의 한계로 보아야 하는것인지 모호할때가 태반이며, 어떤 작가들의 그림을 보며, 글들을 보며..이건 내가 그림을 그리는이가 맞는가..어떻게 타인의 작업도 절대로 이해못할 지경일수 있는가 할때가 허다합니다. 왜 인간들은 정직해지는것을 두려워 할까요?? 뻥이라도 쳐서 그럴싸 하게 가오라도 잡지 않으면 안되는것같은 강박에 절어있는것일까요???

답글쓰기
오크 2009.06.12  14:22

아 속시원한 글입니다. 근데 덜 순수함(히트해서 돈벌자..)으로 인해서야 그 순수함(가식업는 재미나 몸부림)이 내게 알려질 수 있는 아이러니가 있다 싶은데요... 음.. 제가 지금 좀 심각하죠? ㅎㅎ

답글쓰기
MalienS 2009.06.12  16:39

동감. 가벼움에 대해 한번 생각해봐야겠군요.

답글쓰기
ckawls24 2009.06.12  17:21

그래서 야다님 글이 재밌는 거군요 그렇다면 쉽고 직설적이면 좋은 문학인가요? 은유라는 것도 있잖아요 전에 야다님이 쓴 시 언뜻 본적 있는데 뭔 소린지 모르겠던데....죄송 ;;;

답글쓰기
마스크ed로그 2009.06.12  18:39

지지합니다

madeinfinger 2009.06.13  14:10

알아 들을 정도로 쉽게 써야 한다.
독자에게 공감을 일으켜야 한다.

야다님의 주장은 어느 쪽과 가까운 건가요?

답글쓰기
ultimatexp@Y 2009.06.13  22:52

그니까 김대리도 쉽게 풀어써주심....ㅋ

답글쓰기
bgw42777 2009.06.17  23:33

막무가네 고집불통들의 알맹이 없는 헛소리, 약자를 생각하는척 하지만 실제로는 앞에 세우고 이용하는 패거리들 도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답글쓰기
리엘로 2009.06.19  06:27

아직도 뭘 모르시네요. 님이 말하는 그 문학이고 예술이라는 것이 그렇게 속좁은 게 아닙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선명하고도 깊은 어떤 직관적 인식을 남기면 좋겠지만 언제나 그건 이상일 뿐이고 실제로 예술은 보는 이의 관점에 대해 규명되는 경우가 더 많죠.

님 이론대로라면 복잡하기 그지 없는(다 다른 면에서의 복잡성이지만) 바흐, 바그너, 말러, 베토벤, 모차르트는 예술도 아니죠. 문학과 예술이 원래 '재미있는 것이다'라는 것은 뭐 좋습니다. 하지만 안 심각해지기 위해 심각하게 노력하는 님의 작위성도 장난이 아닌데요?

그리고 뭐 '원시 문학'이라는 말에서 엄청난 모순을 느낍니다. 물론 그 말이야 현재에서 과거의 어떤 글로된 부분에 붙일 수야 있는 말이긴 하죠. 근데 그거 쓴 사람이 그걸 문학이라고 생각했을까요? 아니죠. 그 정신만 재생하고 싶으신 모양인데 그런면에서 블로그는 너무 심각한데요? ㅎㅎ

답글쓰기

댓글쓰기

댓글쓰기 입력폼

포스트 목록 닫기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