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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3/09/26
 

일본의 하와이 진주만 폭격 당시,

무지막지한 폭격으로 침몰해 가는 USS 아리조나 전함에서 영웅 한 명이 탄생했다.

사무엘 푸쿠아(SAMUEL GLENN FUQUA) 대위.

그는 폭격이 시작되자마다 갑판으로 뛰쳐 나왔다가 바로 옆에 떨어진 폭탄에 정신을 잃었다.
곧 정신을 차린 푸쿠아 대위는 대공 공격을 지시하는 동시에, 갑판 위에 쓰러진 사병들을 직접 한명씩 들쳐 엎고 구조선에 태우기 시작한다.

갑판 앞 쪽은 완전히 화염에 휩싸였고, 수없이 많은 포탄이 떨어지는 동안 푸쿠아 대위는 3번이나 더 정신을 잃는다.

그러나, 그는 불굴의 의지로 깨어나자마자 (온몸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데도) 미친듯이 자신의 병사들을 구조해 총 8명의 생명을 건져 낸다.

중대장의 이런 모습에 감격한 사병들 역시 도망가지 않고 동료들을 구하기 시작해, USS 아리조나 호는 희생자의 수를 최소화 한 채 대다수의 군인들이 구조선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푸쿠아 대위도 끝내 생존함.)

=======================================================

미국 의회는 푸쿠아 대위를 '영웅'이라 칭하고 Medal of Honor를 수여했지만, 

유전학자들은 푸쿠아 대위 같은 사람을 생물학적 '돌연변이'라 부른다.

옆에서 포탄이 터져 의식을 잃으면 뇌와 장기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진다. 이 정도의 충격이면 대부분의 인간은 견디기 힘들 정도의 공포를 느끼고, 머리 속엔 오로지 '나부터 살자'는 유전자의 가장 원초적인 메커니즘이 발동하게 된다.

그 상황에서 푸쿠아 대위의 행동은 군인으로 의무감이 아니라 거의 본능적인 이타심에서 비롯된 것이라 봐야 한다.

즉, 푸쿠아 대위에선 선천적으로 자신의 생명보다 다른 이의 생명을 우선시 해야 한다는 유전자 매커니즘이 내장돼 있었던 게다.


동물행동학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선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

무리를 지어 다니는 초식동물들 중엔 자신의 무리를 위해 자신을 희생시키려는 개체가 있다고 한다.

가령, 한 떼의 얼룩말 무리가 사자의 습격을 받으면 본능적으로 자신의 뜀박질 속도를 늦춰 사자에게 잡아먹혀 주고 다른 개체들이 살아 도망가게 한다는 거다.

이런 습성은 유전 인자에 의한 것으로 대대로 그런 개체의 수가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하는데,

물론 진화론의 관점에선 말도 안되는 얘기다.

일단 그런 이타적 유전자를 지닌 개체가 살아남아 번식을 해야, 그 유전자가 대대로 존속할 수 있는 법인데, 사자한테 매번 그렇게 잡아먹혀버리면 그 유전자는 도대체 어떻게 존속할 수 있단 말인가?


과학적 설명으론 대충 이렇게 발라버릴 수 있겠다: 무리를 짓는 초식동물들에겐 모두 공유하는 여러가지 유전자의 특징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맹수한테 스스로 잡아먹혀 주는 '돌연변이'를 시도 때도 없이 생산하게 하는 것이라는 이론이다.

어쩌면 이 유전자의 메커니즘은 해당 개체가 번식을 하고 난 뒤에 발동시켜 자신의 존속을 보장받는... 아주 고도로 정교한 프로그래밍 구조를 갖고 있을지도 모르고. 


이타적 유전자의 존재는 어쩌면 과학이 풀기 힘든 불가사의 중 하나일지 모른다.

루니안 2004.11.06  21:56  [220.120.60.73]

얼마전에 사회생물학이라는 수업을 들으면서 읽었던 책 제목과 같아서 방문했어요^^. 그 때 이기적 유전자,이타적 유전자, 풀 하우스, 우리 유전자 안에 없다,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등의 책을 다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참 흥미로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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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니안 2004.11.06  21:57  [220.120.60.73]

포스트와 약간 딴얘기 일지도 모르겠지만;; 제목과 같은 이타적 유전자라는 책이 있지 않습니까. 이타적 유전자의 원래 제목은(The Origin of Virtue)이죠. 굉장히 오역된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전자가 이타적이라기 보다는 이기적 유전자가 빚어내는 이타적 행위에 대한 말을 하는 책이니까요. 이기적 유전자의 책 내용과 같은 입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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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니안 2004.11.06  21:57  [220.120.60.73]

저는 요 아래 있는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읽고, "우리 유전자 안에 없다"라는 책을 이후에 읽었는데요. 그리고 "이타적 유전자"를 읽고요. 정말 재밌더군요 ^^ 사회생물학이라는 분야가 정말 재밌다는 걸 알았죠!

혹시 "노스모크" 라는 곳을 아세요? 그 곳에서 검색을 하시면 이것과 관련한 글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엔 이쪽 이야기가 꽤~ 쌓였었거든요.^^ 혹시 아신다면 모르겠지만 아니었다면 도움이 되었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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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ed로그 2004.11.06  23:54

글쎄요....
"이타적" 이라는 어휘자체가 "상대적" 개념이듯이,
이타적 유전자 라는 표현이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
무슨 이유에서든 덜 공격적인, 내지는 재수없어서 못공격적이게 된...
이라고 하면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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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ed로그 2004.11.08  04:00

공존이 기준이고 당연하다는것은 도그마 아닐까요 ?
결론은 공존이라는 점에서 같지만, 현상의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당히 큰 차이가 날 것이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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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2005.05.03  16:42

오....저한테는 없어야 할건데요...
만에 하나 저한테 그런게 있다가 나라와 민족이 위급할때
내가 나서서 홀랑 죽고나면 우리엄마가 너무 억울하실거 같아요..^^;;
하긴..머 위급할때 나설수 있는 입장이나 되면 다행이지만요..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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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지아 2005.08.05  23:17  [211.215.30.51]

그럼 '중대장의 이런 모습에 감격한 사병들 역시 도망가지 않고 동료들을 구하기 시작해'란 말은 뭔가요?
' 머리 속엔 오로지 '나부터 살자'는 유전자의 가장 원초적인 메커니즘이 발동하게 된다' 면서요? 그럼 옆에 누가 무슨 행동을 하던간에 나부터 살자고 도망가야 정상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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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2007.10.08  14:14  [66.67.167.204]

유전자 보다 그냥 개개인의 정신적인 문제 같은데 너무 과학으로 다 설명할려는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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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2009.06.19  07:58  [218.209.130.124]

혹시 이타적인 동물의 행동(예로들어 벌들이나 개미가 이타적인 곤충들로 유명하죠? 군집생활을 하는..)이 결국은 자손번식을 위한 생물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데서 비롯되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는것도 알고 계시는가요?
유전자는 이타적이다 이기적이다 판단할 수없습니다. 다만, 생물들은 모두 이기적인 삶을 살고있죠 이타적인 삶 또한 본질은 이기적인 목적이 있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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