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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march again . . . Into a hollow land - Bash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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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스타킹 (evenkie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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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4/10/11
 

                                       blankest year - nada surf








닭둘기 꼬치 국산으로 두개 포장이요. 날씨가 정말 몇칠 째 허벌나게 춥네여. 하며 건내는 심씨의 인삿말에 닭둘기 꼬치에 쏘스를 바르며 포차 아저씨는 고개를 설래설래 흔든다. 지구 온난화 땜에 다 그러타는거 아입니꺼. 몇칠은 봄날씨 같아서 냉이가 나오다가 또 이러케 춥꼬 원 이거 미친뇬 널뛰듯하니....

피시방엔 알바 청년과 심씨 외에 네명의 실직자들로 보이는 이들, 학교 땡땡이 친 교복입은 고딩 커플들 몇명이 앉아 스타크래프트를 하고 있는데 담배 연기는 너구리 굴 속을 방불케한다. 심씨는 귀퉁이 쪽 자리를 잡아 코트를 벗어 의자에 올리고는 앉아 지갑을 꺼내 남은 돈을 세어본다. 담배 두갑에 짜장면 한그릇씩 곱하기 더하기 앞으로 일주일은 더 버티겠다는 대충의 계산을 머리 속으로 해보며 모니터를 켜고 싸이버 벼룩시장의 구직란을 클릭한다.

심씨가 P랜드의 비정규직 마저 짤린 것은 일주일 전이였다. 노조에 가담해 집회에 몇번 참석 했다는 이유만으로 심씨는 옐로우 리스트에 올라 그 곳마저 짐을 싸야했다. 불과 2년 전만해도 조그만 IT 중소기업체의 경영 간부였던 심씨의 하향곡선은 너무도 정신없이 찾아왔다. 회사가 도산되고 날린 빛으로 신도시 32평 아파트를 팔아 반지하 전세방으로 옮긴 후 부턴 심씨는 아무런 생각없이 닥치는 대로 일거리를 찾아야만 했다.


몇군데 주소와 전화번호를 명함 뒷편에 받아 적은 후 심씨는 아내가 담아준 매실물을 따라버리고 보온병에 몰래 담아온 소주를 뚜껑에 따라 한잔 마시며 천천히 식은 닭둘기 꼬치를 씹는다. 마누라에게 출근 한다고 거짓말을 하고 아침에 나와 이리 피시방과 일자리를 찾아보러 다니는 신세를 한탄하고픈 생각 보다는 크리스마스엔 꼭 산타할아버지가 닌텐도를 선물 해줬으면 좋겠다고 유치원에서 그린 종이양말 속에 붙여둔 아들 훈이의 편지가 먼저 떠올라 목이 메어왔다. 소주를 연거푸 세잔을 마시고 시계를 보니 6시 반, 취기가 조금 오르니 심씨는 코트를 입고 밖을 좀 거닐기로 한다.


동네 앞 버스 정류장의 두부장사 보다 더 시끄러운 구세군 아저씨의 쇠방울 소리와 찢어질듯 울려퍼지는 캐롤송, 삼겹살 굽는 냄새 속을 가르며 골목안 대구 소막창 집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가게 안을 들여다 본다. 옛날에 직원들과 대구에 출장 갈 때마다 찾아간 막창집의 맛이 떠올랐다. 심씨는 지갑을 꺼내 다시 돈을 세어보고는 결심했다는 듯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 술 한병과 막창 기본 2인분을 주문하고 된장찌게가 써비스로 나오는 공기밥을 한그릇 더 시켰다. 아니~ 요새 무슨 재미가 그리 좋길래 이렇게 가게에 놀러도 안오시고... 하며 아저씨는 부지런히 숫불을 올리고 음식을 내온다. 요즘 연말정산이라 조금 바빠서요... 라고 말을 서둘러 끊고는 허겁지겁 공기밥과 된장 찌게를 먹기 시작하는데 옆 좌석에 앉아 술을 마시던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의 언성이 높아지더니 갑자기 의자가 공중을 날아 주방 냉장고에 부디치고 활극의 장으로 변한다. 이 x같은 쉑히들!! 다 죽여버린다. 내 80 마넌 받고 죙일 존나게 스트레스 뺑이 치는 것도 서러운데 다 덤벼라. 개쉑히들아~~~ 하고 몸싸움이 치열해 지는가 싶더니 심씨의 테이블의 된장 뚝배기를 한 녀석이 집어들어 벽에 던지는 바람에 파편이 심씨의 머리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린다. 심씨는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일어나 싸움을 말리는데 어느샌가 밖에선 빽차가 멈추며 경찰관 두명이 들어선다. 느그들 다 좋은 말 할테 빽차에 타그래이. 주인 아저씬 난장판을 치우느라 정신이 없고 심씨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빽차에 함께 앉는다.

어이~ 김형사 이게 무슨 냄새야?? 하며 반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주위를 둘러보더니 심씨를 가리키며 당신 머리에 두부 붙은 것 좀 가서 떼고 들어와. 나이도 자셔보이는 냥반이 애들하고 이게 뭔 양아치 짓인겨?? 처자식 보기 민망하지도 않아? 하고 소리친다. 전 아닌데여. 쥔 아저씨가 못 오시는 것 같아 이 사건을 첨부터 지켜본 유일한 증인으로 조서 작성에 도움이 될까해서  왔는데... 하며 머리에 붙은 두부를 털어내니 반장은 뭐, 조서?? 조서같은 소리하고 있네. 우리가 양아치들 노닥거리는거 조서 작성할 만큼 한가해 보이는겨?? DDK랑 오성기업 비리건으로 울 짭새들 불똥 튈까봐 마이 긴장해 있어효. 게다가 선거로 조폭들 단속하기도 바빠 주껫고만...참 실없는 사람일세. 하고 코웃음을 친다.

경찰서에서 터벅이며 걸어나온 심씨는 담배를 한개피 피워 물고 문자 소리에 핸폰을 열어 문자를 확인한다.

여보~오늘도 야근이신가봐요. 훈이랑 나 먼저 잘테니 시장하시면 냉장고에 넣어둔 호밀호빵 세개 렌지에 돌려 드시고요. 40초로 맞추는 것 잊지마세요.

경철아~민석이다. 새꺄~ 갑자기 연락한다고 타박하지 말아라. 좀 바빴따. 나 논현동에 룸싸롱 하나 오픈했으니 언제 직원들이랑 한 번와서 개시 좀 해주라. 논현 설렁탕집 건너편 골목 바로 앞 건물 지하에 부라키 성인 나이트다. 쨔사~ 함 와서 놀다가야쥐. 아가씨들 일류급으로 셋팅해놨으니 언넝온나.


심씨는 보조키까지 잠겨있는 문을 조용히 열고 불을 켜지않은 채 오색으로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전구 트리 아래 잠들어 있는 아내와 아들의 얼굴을 번갈아 내려다 보고는 코트도 벗지 않은 채 그 옆에 앉아 케롤의 멜로디 버튼을 눌러본다.


울면안되. 울면안되.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주신데.
산타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데. 누가 착한앤지 나쁜앤지. 오늘밤에 다녀가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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