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도해 보이고 가까이 다가가기 부담스러운 사람, 자신의 이미지가 망가지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해서 일정부분 타인과 거리를 두고 선택적으로 사람을 사귀는 사람. 이런 사람을 두고 흔히 ‘까칠한 사람,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자존감도 높을까요? ‘나는 이런저런 장단점이 있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사람이다’라고 여기는 건강한 자아상을 갖고 있는 사람은, 세상과 타인에게 친밀감을 느끼고 사람을 사랑할 마음의 여유가 있습니다. 반면,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은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지 못한 채 남이 알까 불안해하고 두려워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고 어떻게 대하는지에 굉장히 민감하지요. 겉으로는 오만한 듯 행동하지만, 속으로는 자기 자신을 그리 높이 평가하지 않습니다. 낮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비하나 초라한 느낌에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그리고 타인에 대해서도 우월감과 열등감이 교차하는 불안정한 정서를 보입니다.
그런데 자존감은 매우 주관적입니다. 누가 봐도 재능이 많고 인간성도 괜찮은 사람인데, 말해보면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렸을 때 들은 부모의 부정적 평가, 학창 시절의 기억, 배우자의 비난 등이 그 사람을 자신감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을지도 모릅니다. 타인이 주입한 부정적 목소리와 기억을 지워낸다면, 그 사람은 곧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어? 나 역시 단점도 있지만, 재능도 많고 일도 잘하고 인간성도 좋은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게 되지요.
만약 당신이 평소 자존심 상하는 일이 많고 그럴 때마다 뒤돌아서 끙끙거리고 혼자 화내다 우울해하는 일이 자주 반복된다면, 마음 속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고 왜 그렇게 평가하게 되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을 초라하고 별볼일 없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는 건 아닌지, 혹은 그런대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만약 별볼일 없다고 생각한다면 누가 나에게 그렇게 말했었는지 말입니다. 왜냐하면 자존감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내면의 가장 큰 자산이기 때문이지요.

개인주의자, 낭만주의자, 예술가, 독특한 사람이라는 평을 듣는 4번 유형은, 모든 유형 가운데 가장 스펙트럼이 큰 유형이라서 몇몇 행동과 겉모습으로 유형을 인식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유형에 비해 좀더 세밀한 관찰이 필요한 유형이지요.
그들은 꽤나 까다롭고 예민한 감수성의 소유자입니다. 그리고 정서의 근원은 결핍감과 상실감입니다. 세상에 섞이기에는 자기 자신이 뭔가 부적당하고 부족한, 그리고 바람직하지 못한 수치스러운 존재 같다는 두려움에 시달리면서 인생에서 중요한 그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 같은 막연한 느낌.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모호함으로 다가오지요? 그런데 이런 막막한 느낌이 주요 정서라니, 그들 마음은 또 얼마나 편치 않은 것일까요?
그들은 평범한 것, 진부한 것, 남들이 하는 것 등을 극도로 꺼리며, 자기만의 고유함이나 특별함을 갖고 싶어합니다. 또한 자신만의 세계를 갈망하고 표현하고 싶어하지요. 그래서일까요? 자신의 독특한 세계를 작품으로 승화시킨 위대한 예술가 중에 4번 유형이 꽤 많습니다. 그리고 일상에서 마주치는 많은 4번 유형들도 현실에 잘 적응해서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전문가 수준의 취미를 하나쯤은 갖고 있고, 주부라면 자기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려고 고집하기도 합니다.
내면의 결핍감은, 시기와 질투라는 소용돌이에 그들을 자주 몰아넣습니다. 자신에게 있는 것보다 없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을 만나면 ‘저 사람에게 있는 자연스러움이 왜 나에게는 없지?’라고 생각하고, 매력 있는 사람을 만나면 ‘저 사람이 가진 재능이 왜 나에게는 없는 걸까?’ 하며 우울해하기도 합니다. 자신을 초라하게 느끼는 허약한 내면을 가진 그들에게 자신감 회복은 현실 적응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지요.
그들의 큰 문제는 감정을 곧 자신으로 여기고 스스로를 수치스러워하는 경향입니다. 면접에 한 번 떨어졌다고, 대학에 한 번 낙방했다고 그 절망의 감정에 빠져들어 자신을 패배자라고 낙인 찍는 극단적인 판단을 하기도 하지요. 자신감을 갖고 사건과 감정을 분리해서 바라보는 연습! 그들에게 꼭 필요한 일입니다.


영리하고 이해력이 빠른 4번 유형의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이 존중되고 받아들여질 때와 수치심이 자극될 때의 행동이 매우 다릅니다. 전자의 경우, 안정된 정서 상태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자신감 넘치는 적극적인 아이로 성장합니다. 하지만 이해받지 못하고 존중 받지 못한 느낌으로 수치심이 지속적으로 자극된다면, 움츠러들고 예민해지며 호불호(好不好)가 많은 히스테릭한 성격이 되기 쉽습니다.
따라서 4번 유형 아이의 부모는 아이의 느낌과 생각을 최대한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아이가 막무가내로 감정을 폭발하거나 침울해할 때, 부모가 그 감정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곧 그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시험 성적이 기대하는 것만큼 나오지 않아 신경질을 부리거나 우울해할 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요? 아이가 먼저 말을 해오면 아이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에는 “시험 성적 때문에 힘들구나”라고 그저 아이의 감정에 수긍해주는 것만으로 아이는 평상심을 되찾고 균형 잡힌 사고를 하게 될 것입니다.
아이가 감정에 의해 충동적으로 행동할까 봐 감정을 바로잡아주기 위해 훈계하고 비난한다면, 오히려 아이는 마음을 굳게 닫아버립니다. 그러면서 잘하지 못할 것 같은 자신이 두려워 무슨 일에든 의욕을 보이지 않는 소극적인 모습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해해 주고 자신감 북돋아주기, 바로 4번 유형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잊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
서로 다른 4번 유형의 모습입니다. 이는 자존감이 높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설명합니다.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생기면 자연스레 자신을 열어 보이고, 세상을 긍정하고, 타인을 사랑하게 됩니다. 그제서야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귀한 대접만을 찾아다니면서 별것 아닌 일도 상처로 간직해 분노하고, 상대가 아홉을 잘해 주다 하나를 못해서 마음이 다치면 자신의 생채기만 끌어안고 쩔쩔 매다가 말 한마디 없이 관계를 끊어버리면서 자존심이 상해 견딜 수가 없었다고 변명할 때 쓰는 그런 자존심이 아니라 진정한 자존심, 즉 ‘스스로의 품위를 지키려는 마음’이 무엇인지를 알게 됩니다. 그러고 나면 그들은 자신과 세상을 선하고 아름답게 창조하는 삶의 예술가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