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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헤라 친구야
인생의 가을을 접어들고 있다는 증거일지는 몰라도 언젠가부터 아리랑이 무척이나 좋아졌습니다. 정선아리랑이든지 밀양아리랑이든지, 그 가락이 처연하든지 흥겹든지 간에, 마치 굶주린 거지가 허겁지겁 먹어대듯이...
비로소 아리랑의 참 맛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노래에 깊이 매료되면서 하루 종일 콧노래로 흥얼거리곤 했었지요.
아리이라앙 아라아아리요 아리라앙 고개 고개로오 나알 넘겨 주우소오 아리히랑 아라아아리요 - (정선아리랑 같네요)
청천 하늘에 별들도 많고오 이 내 가슴엔 수심도 많네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에 - (제목 모르고)

글쎄요, 딱히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아리랑에 심취되어 가는 자신을 문뜩 발견하게 된 것이지요. 예전에 반상 구별이 뚜렷한 조선시대에서도 양반 출신의 소리꾼이 있었다지요? 단지 노래가 좋았기에 사회적 멸시를 고스란히 받아가면서 그리도 당당하던 양반의 신분을 헌신짝처럼 훌훌 털어 버렸던 그네들, 지금에서야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네요.

에헤라 친구야 /정태춘 노래
에헤라 친구야 박꽃을 피우세 초가집 추녀에 박 넝쿨 걸고 박꽃을 피우세
에헤라 친구야 안개 속을 걸어보세 새벽잠 깨어난 새소리 들으며 안개 속을 걸어보세
에헤라 친구야 하늘을 바라보세 맑은 날 새 아침 흰 구름 떠가는 하늘을 바라보세
에헤라 친구야 피리를 불어보세 저 언덕 너머로 양떼를 몰며 피리를 불어보세
에헤라 친구야 노래를 불러보세 해지는 강가의 빨간 노을 보며 노래를 불러보세
에헤라 친구야 창문을 열어보세 까만 하늘아래 쏟아지는 별빛 창문을 열어보세
에헤라 친구야 에헤라 친구야 에헤라 친구야 에헤라 친구야

어느 날 이 노래를 우연찮게 듣게 되었습니다. 아리랑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노래지만, 왠지 모르게 아리랑과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을 노래를 듣는 순간 바로 느낄 수 있었지요. 머리를 끄덕이면서 박자에 맞추다 보면 절로 흥겨워지면서도, 이면에 잔잔한 우수를 짙게 깔고 있었던 노래.
그래요 바로 내가 아리랑에 깜빡 매료된 절대로 모방할 수 없는 아리랑만의 특징이었지요. 그 특징을 이 노래에서 발견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반복으로 듣게 되었습니다. 전에 아리랑을 하루 종일 콧노래도 흥얼거렸듯이...

그런데, 이 노래에는 어떤 춤이 어울릴까요. 아리랑에 어울리는 옛 춤사위를 흉내내서 나비처럼 너울너울 춤추고 싶다는 생각이 마치 무엇인가에 홀린 듯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한의 장단이 구비 구비 서려 있지만 그것을 극복하며 흥으로 승화시키는 춤, 비록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고 있지만 하회탈 속에서는 행복에 겨워 하염없이 울었을 그네들처럼, 나도 그 속에서 함께 울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요, 마치 신들린 무녀가 내림굿을 받듯이 나도 그 무엇인가를 하염없이 받고 싶었을 겁니다. 아니 내 모든 것을 내던져 바람처럼 훠이 훠이 떠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사진:디카맨 불로그. 글:쉬리님 배경 곡: 에헤라 친구야 /박은옥 정태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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