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여 지도는 아니더라도 네 마음의 지도 한 장은 그릴 수 있을 것이다 그 격량의 높이를 등고선 몇 개로 대신할 수 있을까마는 그래도 그릴 수는 있을 것이다 수없이 밟았지만, 끝내 밟을 수 없던 그 땅의 이름들과 오래 울음 우는 네 여울목과 잎새 뒤 은밀하게 익어가는 사과 한 알의 과수원과 깊이를 알 수 없는 둥근 늪지와 마음의 갈피마다 숨겨져 있는 몇 개의 길을
혹은 네 마음의 기상도 한 장은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바람은 어디서 낮게 불어오는지 네 슬픔과 기쁨은 어느 골짜기에서 만나는지 순한 양떼구름 몰고 어느 황혼을 찾아가는지 네 눈동자에 드리운 장마전선 언제나 걷히려는지 아마도 나는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슬픔의 끌로 새겨넣을 수는 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알 수 없는 일 그 속에서 자주 길 잃어버리는 일 내가 그린 그림 밖으로 걸어나갈 수 없다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