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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팬들은 기록을 원한다. 최연소 혹은 최고령 우승이란 신화가 씌여질 때는 희열을 느낀다.
대기록이 작성되는 순간엔 역사와 함께 했다는 자부심마저 든다. 그런 면에서 19일 끝난 브리티시
오픈은 거의 마지막 순간까지 잘 짜여진 한 편의 드라마였다.
마지막까지 드라마의 주인공이 60세 노장 탐 왓슨이었다면 극적효과는 더욱 컸을 것이었다. 적어도 팬들이 원한 엔딩신은 그랬다. 왓슨의 72번째 홀 퍼팅이 홀컵에 못미쳐 왼쪽으로 휘어져 나가 연장
승부에 접어들 때만 해도 극적 마무리를 위한 효과장치이길 바랬다.
왓슨이 우승을 거머쥐면 골프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새겨질 수 있었다. 브리티시오픈은 물론이고
메이저대회 최고령 우승자란 타이틀은 팬들의 감성과 언론의 흥미를 돋구기에 충분했다.
물론 팬들이 시작부터 왓슨을 응원한 것은 아니었다. 한인 팬이라면 최경주 앤서니 김이 주인공이
됐으면 했을 것이다. 그들이 아니라면 타이거 우즈가 메이저대회 15번째 우승으로 잭 니클로스의
아성(메이저 18회 우승)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는 것도 볼만 했을 것이다.
그러나 '각본없는 드라마의 주인공'일 것이라 믿었던 스타들은 '카메오'에 불과했다.
첫 라운드부터 예상 밖으로 왓슨이 부각되기 시작했고 줄거리도 '영웅 컴백'으로 흘렀다.
2~3라운드를 치르면서 '백주의 결투'(1977년 브리티시오픈 최종일 왓슨과 니클로스가 벌인 명승부)나 탐 모리스(1867년 브리티시오픈서 46세99일로 역대 최고령 우승) 줄리어스 보로스(1968년 US오픈서 48세로 메이저대회 최고령 우승)의 이름이 거론될 때만 해도 시쿤둥해 하던 '관객'들은 4라운드서도 줄 곧 리드를 지키며 선전하는 왓슨의 노익장에 박수갈채를 보내기 시작했다.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조차도 '내가 아니라면 왓슨을 응원하겠다'는 공개적인 지지까지 보냈다.
작은 체구의 왓슨이 '열정'을 담아 친 300야드 가까운 드라이브 티샷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인생의 희노애락을 담은 듯한 온화한 미소는 이웃집 아저씨같은 친근함마저 갖게 했다.
그러나 드라마는 '엉뚱한 라스트신'으로 끝을 맺었다. '18번홀서 8피트짜리 파퍼트만 넣었어도…' '
18번홀 프린지에서 9번 아이언만 잡았어도…' 달라졌을 결과였지만 '작가'가 원한 것은 '세익스피어식 결말'이었나 보다.
주인공이 해피엔딩에서 살짝 비껴서는 그럼으로 해서 왓슨에 대한 아쉬움이 팬들의 뇌리에 오래
남을 수 있도록….
연장승부에서 아들뻘 싱크에 우승을 내주고도 기꺼이 싱크의 어깨를 다독이며 축하해 주는 모습을 통해 '패배마저도 우아하게 받아 들이는 노장의 기품'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정작 최선을 다해 클라레 저그를 차지한 스튜어트 싱크는 노장의 꿈을 깨버린 '불한당'이 되는 인생의 아이러니까지도 담고 싶었음이리라.
최고령 우승의 신화는 없었지만 왓슨은 20일 발표된 골프랭킹에서 무려 1269계단이나 뛴 105위로
발표됐다. 1986년 랭킹제도 도입된 후로 '한 주간의 가장 큰 도약(biggest one -week jump)'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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