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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얘기로만 여겨졌던 건망증이란 반갑지 않은 친구가 요즘 자주 날 찾아 와 이젠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 같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침투하는 의기양양 기세등등한 건망증을 치유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어느 날 밤 9시에 전화를 받았다. "하이 연비(Hyunmi)"라는
어색한 내 이름을 발음하는 알리소비에호 도서관 스태프로부터. 그의 말에 따르면 내가 그 곳 책상 위에 핸드백을 예쁘게 올려놓고 갔단다.
다음 날 그 때 당시 킨더가튼에 다니던 우리 딸 아이를 데리고 그 곳 도서관에 찾아가 내 지갑과
핸드백을 돌려받으며 난 이런 말을 들어야 했다. 넌 어떻게 이런 곳에 핸드백을 두고 갈 수 있느냐는…. 이 말을 알아들은 우리 딸이 나오면서 하는 말 "엄마 It's so embarrassing!" 헉! 도서관 사서가 한 말보다 다섯 살 난 우리 딸 아이가 하는 말에 난 더 상처를 받았다.
한 달 전. 차고에서 오른쪽 사이드 미러 만을 열심히 보며 아주 멋지게 차를 후진하는 중 '퍽'하는
소리를 들었다. 이게 무슨 소리지 하며 차를 더 빼는 순간 차 안에 있던 우리 아들과 딸의 놀란 외침이 들려왔다. "엄마 차 크래쉬 했어!" 아! 머리가 하얘지고 하늘이 노래지는 순간이었다. 6년간 그곳에 변함없이 주차되어 있던 우리 남편 차를 받아버린 것이다. 더 슬픈 건 이게 두 번째라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상습범(?)이 되어버린 난 죄책감이 들기보다는 좀 뻔뻔해졌다고나 할까? 가슴이 콩닥
거리고 남편 눈을 쳐다볼 수 없을 정도의 미안한 맘을 감춘 채 왜 차를 저렇게 비뚤어 주차했느냐고 도리어 큰소리친다. 정말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 자신이 너무 비참해지고 슬퍼져서라는 걸 우리 남편은 이해할까.
얼마 전의 일이다. 드디어 나의 건망증은 극에 달해 급기야 숙주나물로 정성껏 국을 끓여 콩나물 국이라 우기며 남편 식탁에 올리고야 말았으니 날로 더해가는 나의 이 건망증은 무엇으로 또 그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아 옛날이여! 머리 좋던 그 시절 다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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