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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5/10/10
 

이웃집 인도 남자 '파달'이 자주 싸운다. 싸운다라기 보다 그의 아내가 내지르는 고함 소리가 종종
담을 넘어온다.

갈갈 넘어가는 아내의 소리가 도를 넘을랴 치면 그제야 '파달'의 기죽은 음성이 한두 마디
끼어든다. '파달'이 이길 기미는 영 없어 보인다. 아마 내일도 백전백패 그는 당분간 패전병사가
될 것만 같다.

'파달'의 어려운 형편을 짐작하게 된 것은 달포 전이었다. 은행 우편물 하나를 내 아들의 것이라
여겨 생각 없이 열어 보았었다. 'Non-Sufficient Funds'. 은행잔고가 바닥도 아닌 마이너스를 가리
키고 있었다. 아들을 혼 낼 심산으로 종일 밀쳐 놓았다가 다시 보니 웬걸 '파달'의 것이다.
그의 이름을 발견하자 피식 웃음부터 나왔다.

'파달'이 옆집으로 이사를 온 것은 8년 전이었다. 동네반장에 안하무인이었던 전주인 '캐씨'네가
우리 부부의 환호 속에 떠나가고 참신한 새 이웃을 기다리던 중 탈탈 거리는 소형 트럭을 몰고 나타난 이가 바로 그다.

그런데 그의 이삿짐부터가 요상했다. 더 없이 허름하고 단촐한 가구를 보름동안 그것도 혼자서 작은 트럭으로 밤이나 새벽에만 날라왔다. 큰 집을 채우기엔 턱없이 모자라 보이던 가구는 그 후로도 더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내심 격조 있는 이웃을 기다리던 나는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파달'이 자칭 수도국 고위 직원이고 사원에서 요가를 가르치는 요기라고 자기를 소개한 적이 있었지만 나는 그 말을 일백프로 곧이듣지도 않았다. 제법 안정된 직장인이라기엔 행색이 너무도 초라했고 요가 선생이라기엔 몸매가 푹 쓰러질 것처럼 허약해 보였다. 마른 볏짚처럼 엉클어진 그의 뒤통수를 볼라치면 막 요가로 쏠리던 나의 관심조차 깡그리 무너지곤 했다.

촌부의 모습을 한 아내와 조그만 딸아이가 나타난 것도 한참을 지나서였고 그마저도 그들의 모습은 통 볼 수가 없었다. 그들은 은밀하게 움직였고 소리 없이 숨어살 작정을 한 사람들처럼 보였다.

간혹 '파달'과 인사라도 나눌라 치면 고개를 외로 꼬고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몇 마디 던질 뿐 깊고
퀭한 눈은 '나는 당신을 어려워해요.'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아무리 편견을 두지 않아도 이쯤 되면 그를 두고 기고만장해지는 쪽이 있기 마련 전주인인 '캐씨'
에게 받았던 푸대접을 엉뚱하게도 그에게 되갚는 내가 있었다.

앞마당 청소 안하는 것 제 집 나뭇가지 안 다듬는 것. 비둘기 모아 들이는 것 등 사사건건 눈총을
주고 타박을 놓는 내가 '캐씨'와 똑 닮아간다는 걸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그때마다 순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그에게 월권을 일삼는 일이 쉬 멈춰지지 않았다.

되짚어보면 내 집의 멍멍이가 밤낮없이 짖어댈 때조차 단 한차례 그가 불평을 건넨 적이 없었다.
나뭇가지 하나만 제 집으로 넘어가도 득달같이 내 집 문을 두드리던 '캐씨'와 얼마나 다른가. 흙먼지가 쌓인 앞마당과 얼룩이 눌어붙은 창문에도 불구하고 '파달'은 고요하게 살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이웃인 내가 받은 최상의 선물이라는 것을 그의 갑작스런 위기 앞에서 깨닫
는다.

'파달'은 지금 벌을 서는 중일 게다. 모르긴 몰라도 은행 잔고를 한 푼도 남기지 못한 남편이
아내에게 무슨 변명인들 제대로 하겠는가. 그리고 나도 두 팔을 들고 서있다.
'고요한 이웃'의 소중함을 저버렸던 벌이다.



















~~이아침에~~

칼잡이 2009.11.28  10:16

이웃을 이해해주지 못한 죄로, 스스로 두팔 들고 있어야 하는 그 모습이
조금은 고소하기까지 하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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