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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5/10/10
 

대학원 시절 시간당 5달러를 받는 학교 아르바이트를 했다.
어느 날 우리에게 학교 언덕에 있는 나무 그루터기를 뽑아 내는 일이 주어졌다. 꽤 큰 나무가 베어
졌기 때문에 그 뿌리를 캐내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땀을 흘리며 삽으로 구덩이를 파 내려갔다. 그때 열심히 일하고 있는 백인 여학생이 안쓰러워 보였다.

"제인 당신은 여자니까 저기 가서 좀 쉬세요. 내가 마지막까지 다 파내려 갈게요."
내가 기대한 답변은 "어머 최혁씨 너무 멋져. 그럼 수고해 주실래요. 고마워요." 였다. 그러나 반응은 의외였다. 제인은 자신의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나를 째려봤다.
"이봐 넌 나 보다 돈을 더 받고 일하니?
너랑 나랑 똑같이 5 달러 받고 일하는데 왜 나보고 쉬라고 해. 너 혹시 내가 여자라고 그러는 아냐
성차별 하는 거니?" 난 깜짝 놀라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나에게 여자는 '계집'이었다. '계집'이라는 단어는 지금 여자를 천하게 부르는 말이 되었지만
원래는 '겨집'이었다고 한다. '소고기'가 '쇠고기'가 되듯 'ㅣ'가 첨가돼 '계집'이 되었다.
'집에 겨(계)시다'는 뜻으로 여자는 '집에 계신 분'이라는 뜻이었다.

고대사회에서 남자는 사냥을 나가고 여자는 동굴에서 불씨를 지켜야 했다.
아마 이런 과정에서 여자를 '계집'이라고 불렀으리라.

'계집'은 여자를 집 안에 가두어 두는 제한적 용어다. 나뿐 아니라 인류의 오랜 생각이 여자를 제한적으로만 생각했다. 아내를 '안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는 이 생각이 깨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최근 한국의 두 가지 큰 뉴스는 무엇이었나.
첫째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우주를 날고 있다는 것. 이소연씨는 3만8000명 가운데서 남자들을 제치고 뽑힌 29세의 젊은 '겨집'이었다. 그녀가 우주를 날며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
또 다른 뉴스는 한국 국회의원 선거다. 선거의 최고 승자는 박근혜씨였다. 대부분 남성인 60여명의 국회의원들이 박근혜 이름 덕에 금배지를 거머쥐었다. 이제 누가 여자를 '겨집'이라고 부르겠는가.

그들은 이미 집을 나와 남정네들과 똑같이 아니 더 적극적으로 사회 곳곳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겨집'들이 갑자기 똑똑해 졌는가. 기후 변화로 '겨집'의 인자가 바뀌어 특별한 힘이 생겼는가. 아니다. 남녀의 성 구분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활동과 성취에 제한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자는 더 이상 '겨집'이 아니다.

사람의 생각은 무서운 힘이 있다. 데이비드 슈워츠 박사는 작게 생각하는 사람과 크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연구했다. 작게 생각하는 사람들 즉 자기를 제한하는 사람들은 작은 일을 이룬다.
반면 크게 생각하는 사람들 자기를 제한하지 않는 사람들은 크게 이룬다. 크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대화는 남을 긍정적으로 보고 칭찬하는 일이다. 사고의 폭을 넓히고 자유할 때 인간은 자란다.
여기엔 남자 여자의 구분이 없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척추결핵으로 40년을 누워서 산 사람 글을 깨우치고 만화를 그리며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한 사람.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만화가 지현곤씨의 작품 전시회가 뉴욕 맨해턴에서
열리고 있다. 그의 몸은 집에만 계시지만 그의 상상력은 결코 '겨집'이 아니다.

당신은 지금 '겨집'이 돼 있지 않은가. 묶인 것을 풀고 마음껏 저 우주를 날고 싶지 않은가.














~~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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