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퀸즐랜드주에서는 최근 학교에서 실시한 '모의 범죄 수업' 중 한 학생이 실제로 목에 밧줄을 걸고 매달리는 사고가 발생해 교육계가 떠들썩합니다.
호주 언론에 따르면, 지난 6월 1일 레이들리 주립고교(LAIDLEY State High School) 9학년 영어 수업 중 범죄 현장을 연출하는 실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트렌트 가너(Trent Garner)라는 14세 소년은 교살 범죄 재연을 돕기 위해 고정된 밧줄을 목에 감고 피해자 역할을 했다는군요. 친구들이 사진을 찍는 사이-사고였는지 여부는 아직 명확하지 않으나- 소년은 올라선 책상에서 떨어졌고, 실제로 목이 매달리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아이들의 비명을 듣고 달려온 선생님이 트렌트의 목에서 밧줄을 잘라내고 아이를 구했지만, 목에는 밧줄 흔적이 남았고 소년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요, 학교 측이 아이에게 '사건에 대해 말하지 말라'고 함구령을 내렸다는군요.
당연히 트렌트의 어머니는 아들의 말을 듣고 분노했습니다. 다음날 바로 경찰과 지역 언론에 사건을 알렸고, 순식간에 '14살 소년의 교살 재연' 사건은 전국적 관심을 끌게 되었지요.
피해 학생 트렌트 가너와 그의 어머니. 언론 인터뷰 당시에도 소년의 목에 밧줄을 감았던 흔적이 남아있었다고 한다.
소년의 가족들은 "트렌트는 지난해 여동생이 승마 중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를 당해, 아직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던 중이었다"며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데도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학교와 주정부 측에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습니다. 부모들은 퀸즐랜드 주정부를 대상으로 법적 소송을 준비 중입니다.
퀸즐랜드 교육부는 구체적인 사건 경위가 파악될 때까지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는데요. 제프 윌슨 퀸즐랜드 교육부장관은 "학교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엄중히 조사해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사건을 바라보는 호주인들의 시각은 딱 반반으로 나뉘는 듯 합니다. 언론사 사이트 관련 기사 아래에는 다양한 답글들이 달려있는데, 절반은 "부모로서 아이 학교 보내기가 무섭다"는 내용이고, 나머지 절반은 "아이들이 놀다가 일으킨 사고임이 뻔하고 부상을 당한 것도 아닌데 과민반응을 보인다"는 입장입니다.
"그럼 애들끼리 손가락으로 총쏘는 흉내를 내며 노는 것도 금지시켜야겠군.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은 너무 싸고 키워서 문제"라는 글도 보이는군요. 다른 한편으로는 귀한 자식의 목에 밧줄이 감기는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칠 부모의 마음이 이해가 갑니다.
학교 측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일 겁니다. 좋은 의도에서(아이들에게 범죄와 잔학성을 알리고 피하는 요령 등을 숙지시키려는) 만든 수업이 졸지에 아동 학대의 현장이 되어버렸으니 말이죠. 그것도 교사가 없는 동안 아이들끼리 사진을 찍다 벌어진 일인데, 담당 교사 처벌하라고 학부모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진상 조사 이후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궁금해지는군요. 결과가 나오면 다시 포스팅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