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원구 국세청 국장은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정치적 목적의 기획 세무조사였다고 주장하며, 관련 정황증거들을 자신의 경험담으로 자세하게 제시했다.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발단이 된 사건이란 점에서 정치적 파장이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한상률 전 국세청장도 ‘표적 세무조사’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도 자신이 직접 베트남 국세청에 대한 협조 요청에 나선 사실 등 안 국장의 일부 주장은 사실이라고 시인한 바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안 국장은 문건에서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사전에 기획하고 있던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2008년 7월 하계휴가 기간 중에 있던 나를 국세청장실로 호출했다”며 “태광실업 세무조사와 관련하여 (한 청장이) 대통령과 1주일에 두 번씩 독대보고를 하고 있으니, 이번 조사에 공을 세우면 이 사실을 대통령께 보고하여 인사를 통해 명예를 회복시켜 주겠다며 조사에 참여하도록 설득했다”고 밝혔다.
안 국장은 이어 “(조사업무를 맡지 않고 있는 자신이) 태광실업 조사에 왜 투입되어야 하는지와 해야 할 조사 내용에 대해 묻자, 국제조세관리관 경력과, 베트남 청장과 안면이 있는 사이임을 활용하고자 한다고 했다”며 “태광실업 베트남 신발공장 관련 계좌 확보를 위해 베트남 국세청의 협조를 받아내야 하는 것인데, 박연차 회장이 베트남 정부로부터 국빈 대우를 받고 있어 베트남 국세청의 협조를 받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11일 한-베트남 국세청장 회의를 하려고 한국을 방문한 베트남 국세청장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한 전 청장과 자신이 최고급 홍삼 제품과 화장품 세트를 선물로 준비해 한 전 청장이 전달했다는 것이다. 또 안 국장은 한 전 청장의 지시로 베트남 국세청장 환영연에 참석했다면서, 당시 자리에 참석한 국세청 간부의 이름을 모두 거론하고 있다.
안 국장의 증언 내용은, 당시 한상률 국세청장이 매우 이례적으로 태광실업 세무조사에 의욕을 보인 사실을 보여준다.
안 국장의 증언이 매우 구체적인 데 비해 한 전 국세청장의 반박은 두루뭉술하다. 그는 지난 25일 미국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표적사정이 아니냐는 질문에 “해외 비자금 조사는 나의 주특기”라며 “청장이 되면서 (해외 비자금) 태스크포스를 만들었고 거기에 (태광실업이) 포함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외 비자금을 조사하려다 보니 우연히 포함된 것이지 태광실업을 노리고 한 게 아니라는 취지다.
청장의 직접적인 영향력이 미치는 서울청 조사4국이 나선 데 대해서는 “부산청에서 조사하면 조사가 되겠나”라며 “당시 교차조사는 자동”이라고 해명하는 데 그쳤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56)이 태광실업 세무조사 상황을 청와대에 실시간으로 직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술품 강매 혐의로 구속된 국세청 안원구 국장(49) 측 변호인은 25일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시작할 때부터 한 전 청장이 (세무조사 상황을) 청와대에 직접 보고했다”며 “지난해 7월 한 전 청장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전화로 청와대에 보고하는 장면을 안 국장이 두 차례에 걸쳐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안 국장의 부인 홍혜경씨(49)도 “한 전 청장이 태광실업 세무조사와 아무 관련이 없는 남편을 불러 이 회사 베트남 법인의 세무조사에 협조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고 노무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박연차 태광실업 전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를 보고라인 선상에 있는 담당지역 국세청장은 빠진 채 한 전 청장이 직접 지휘, 당시 ‘청와대 개입설’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부산지방국세청의 법인 세무조사 대상기업 476곳 중 박 전 회장이 운영하는 태광실업과 정산개발 2곳만 본청 지휘를 받는 교차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재계 서열 622위인 부산의 지방기업을 기획조사 전담인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에서 다루게 된 정치적 배경이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안 국장에 대한 ‘청와대 사직서 종용’ 논란을 빚은 녹취록에 등장한 임성균 전 국세청 감사관(56·광주지방국세청장)은 이날 “감사관으로서 문제가 있는 사람에 대해 징계를 건의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산하 기업 CEO 자리를 제의한 것은 당시 실무 차원의 아이디어를 전달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안 국장과의 대화 중에 청와대를 언급했지만 특별한 의미와 근거는 없고 반발하는 안 국장을 압박하기 위해서였다”고 덧붙였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안 국장의 ‘미술품 강매 의혹’과 고발장이 접수된 한 전 청장의 ‘그림로비 의혹’에 대해서만 수사하고 있다”며 정권 교체기에 이뤄진 한 전 청장의 유임 로비 의혹 등의 수사 확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