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헌재의 ‘미디어법 결정’, 기만 아닌가
헌법재판소가 어제 국회의 미디어법 처리와 관련해 이중적인 결정을 내렸다. 야당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청구에서는 심의 표결권 등 권한이 침해됐음을 인정하면서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에 대해서는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이다.
표결과정의 위법성은 인정하면서도 법적 효력엔 문제가 없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신문법, 방송법 등 미디어법은 과정에 중대한 문제를 드러낸 채 다음달 1일부터 공식 발효되게 됐다.
헌재의 어정쩡한 결정은 참으로 유감이다. 우리는 헌재가 하자로 얼룩진 법안 처리의 불법·부당성에 대해 ‘인용(認容)’ 결정을 함으로써 미디어법의 정당성을 둘러싼 사회·정치적 논란을 잠재울 수 있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치 절충안이라도 되는 듯한 헌재의 결정은 그런 기대를 날려버렸을뿐더러 공방을 더욱 가열시킬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가령 재판관들은 심의 중 질의 및 토론 신청 기회가 실질적으로 봉쇄됐다고 본 사람이 6명이나 되는 등 7 대 2 의견으로 신문법 처리 과정에서 권한 침해를 인정했다. 방송법 표결시 재투표도 재판관 5명이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배된 것이란 견해였다.
그럼에도 “무효로 할 정도의 하자는 아니다”라며 비논리적인 결정을 했다. 이런 절충안은 기만적이기까지 하다.
헌재 결정이 다수 국민여론과 법학자들의 부정적 견해를 바꿀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이유다. 헌재가 미디어법 통과를 정당화했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헌재가 앞으로도 집권당의 직권상정과 강행처리를 용인할 것이라는 선례를 남긴 것이다. 이것은 민주주의와 언론자유의 보루가 돼야 할 헌재 본연의 모습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헌재의 결정이 끝남에 따라 향후 정부·여당이 의도한 미디어산업 재편 과정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즉각 법개정 취지를 살려 방송법 시행령 개정과 종합편성·보도전문 채널 사업자 선정 등 후속 조치들을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종편 진출을 위한 신문사들과 대기업들의 짝짓기, 합종연횡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가 크게 우려하는 것은 이 과정에서 나타날 ‘불균형’의 문제다. 일차적으로는 언론을 오로지 산업적 측면에서만 보는 시각의 불균형이고, 다음은 전적으로 보수매체에 기운 언론 정책이 여론다양성 위축과 그 심화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정부·여당에 경고하고자 한다. 사회적 합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언론 재편과 장악을 밀어붙이다가는 거대한 저항에 부닥칠 것이다.
헌재 결정으로 큰 걸림돌을 제거했다며 회심의 미소를 짓기에 앞서 자의적 언론정책이 어떤 역풍을 맞았는지 역사를 살피기 바란다.
|
http://kr.blog.yahoo.com/earnest3160/trackback/34/7911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