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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 무시한 세종시 백지화 움직임
세종시 문제에 대한 정부·여당의 속내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청와대는 일단 겉으로는 입장 표명을 계속 미룬 채 총리실이 수정안을 만들면 여론을 살펴 그때 가서 나서든지 하겠다는 태도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좋은 방안을 만들 테니 기다려달라’며 변죽만 울리고,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원안 추진에 변함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9개 행정부처의 이전을 아예 없었던 것으로 하거나, 9개 부처 가운데 교육·과학 등과 관련된 일부 부처만 이전하는 방안이 청와대 주변에서 거론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한나라당도 내부적으로는 야당의 반발 등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법 개정보다 고시 변경을 통한 ‘축소이전’ 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들린다. 청와대나 한나라당 모두 당당하지 못한 태도다.
현재 여권의 움직임을 볼 때 9개 부처냐, 5개 부처냐는 논의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다.
‘행정중심 복합도시’에서 ‘행정중심’을 빼버려 사실상 세종시의 원안을 백지화하는 것이 여권의 궁극 목표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예견된 것이다. 애초 여권의 세종시 논의는 진정성이 결여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행정부처가 두 곳으로 나뉘어 행정의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명분이 제기됐을 때 사실은 세종시의 출발점인 전 정권의 국토 균형발전 철학을 공유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숨기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정 총리가 지적한 세종시의 ‘자족기능 미비’도 마찬가지다. 세종시의 기능이 진심으로 걱정돼 보완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라면 논의의 출발은 자족기능을 어떻게 보완할 것이냐에 두어졌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어떻게 하면 행정기관을 이전시키지 않고, 이를 무엇으로 대체해 충청 민심을 달랠 것이냐를 저울질하는 것이 논의의 중심이다.
국토 균형발전이란 가치의 정책화를 둘러싼 오랜 논란 끝에 국민적 합의를 거쳐 탄생한 세종시의 본질은 깡그리 무시돼 있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얼마 전 “충청도민이 섭섭하지 않게 괜찮은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한 것은 ‘뭐가 됐든 큰 떡만 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식의 시각을 잘 보여준다. 바른 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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