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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바뀐 삼성장학재단 "외압...대한민국서 이럴 순 없어"
"정의롭지 않은 일을 받아들일 수 없었을 뿐, 자리 집착 아니다"

민간 공익재단인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 이사장 선출 과정에서, 대통령 측근을 추천했던 이사들마저 정부의 외압 정황을 사실상 인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삼성으로부터 독립돼 운영돼온 민간 장학재단마저 정부의 영향력에 휘둘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단과 이사회 참석자들의 말에 따르면, 지난 12일 신임 이사장 선출을 위한 이사회에서 일부 이사들은 정부 측 외압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A이사는 이 자리에서 "이사장을 새로 뽑아야 한다면 재단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있든지 기존 이사장에게 개인적 비리가 있든지 해야 할 텐데, 그렇지 않다"며 "결국 외부의 압력 때문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사들이 현 정부에 흔들리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자성을 촉구했다.
B이사도 "재단에 외압이 있다는 것은 모든 이사들이 알고 있지 않느냐"고 A이사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
앞서 이사회는 신인령 전 이사장의 연임을 결정했지만 정부 측 반대로 결정이 철회돼 이날 이사회가 다시 열렸으며, 재단 안팎에서는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손병두 이사(KBS 이사장)를 이사장에 앉히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였다.
그런데 이사로 취임한 지 얼마되지 않은 손병두 이사를, 이사장으로 추천한 C이사 등도 외압 정황을 사실상 인정했다.
C이사는 "외압이 있든 없든 재단이 잘 되는 게 중요한 것 아니냐"면서 "밖에서 보는 측면을 고려하면 손병두 이사가 이사장으로 적당하다"고 밝혔다.
특히 손 이사를 제외한 9명의 이사가 참석했던 이날 회의에서 A이사와 B이사를 중심으로 외압 의혹이 집중 제기됐지만, 이에 맞서 '외압은 없었다'고 잘라 말한 이사는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사들 모두 외압 정황에 대해서는 묵시적으로 인식을 함께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인령 손병두 두 후보를 놓고 표결한 결과, 신 전 이사장은 3표를 얻고 손병두 이사는 6표를 얻어 손 이사가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이사장에서 평이사로 물러앉게 된 신인령 전 이사장은 이날 논의 과정에서 말을 아꼈지만, 회의 말미에 '이사장 자리에 집착하지 마시라'는 모 이사의 말에는 울분을 참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 전 이사는 "정부가 다른 이사들에게는 어떻게 접근했는지 모르지만, 제게는 모욕적으로 손병두 이사장을 인정하라고 요구해 왔다"며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정의롭지 않은 일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일 뿐, 자리에 대한 집착이 아니다"라면서 "고른기회장학재단이 한국장학재단에 흡수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있는데 그러지 않도록 이사로서 재단을 지켜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은 이른바 '삼성 X파일' 사건 이후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헌납한 약 8,000억 원을 바탕으로 지난 2006년 설립됐다.
삼성 측은 당시 재단 운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며, 이에 따라 재단은 순수 민간 장학재단의 성격을 유지하며 그동안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과 단체를 지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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