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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법위반에 위헌적인 ‘연좌제’ 수사라니
정부가 1980년대 초부터 공안사범에 관한 각종 자료를 전산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나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자도 공안사범과 똑같은 자료관리 대상이다.
게다가 그 자료는 ‘공안(관련) 사범 조회 리스트’를 통해 가족의 집시법 위반사건 등의 재판에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헌법 제13조 3항이 금지하고 있는 연좌제가 사실상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최규식 의원은 그제 “지난해 6월 촛불집회에 참가했다가 집시법 위반으로 기소된 이모씨의 경우, 검찰과 경찰이 과거 공안사범으로 처벌받은 남편과 아버지 등 가족의 기록을 기소 근거 자료로 법정에 제출했다”고 폭로했다.
이씨 남편이나 아버지의 전력이 정부가 운영하는 전산자료로 관리되고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더욱이 이들의 전력은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받아 사면·복권됐지만, 가족의 집시법 위반 재판에서는 여전히 공안사범으로 취급받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공안사범 등의 자료관리는 대통령훈령 제45호인 ‘공안사범 자료관리 규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훈령을 보면 경찰과 검찰, 교도소장 등은 공안사범 관련 자료를 경찰청에 보내고, 경찰청은 받은 자료를 관리하면서 관계기관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돼 있다.
또 관계기관 간 자료관리를 통합조정하기 위해 법무부와 검찰, 경찰, 국정원, 기무사 등의 관계자 12명으로 협의회를 설치·운영토록 하고 있다.
문제는 이 훈령이 전두환 군부정권 시절인 81년에 만들어져 인권 침해는 물론 위헌 요소가 다분한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대로 시행되고 있다는 데 있다. 훈령의 법적 근거도 분명치 않다. 특히 훈령에도 집시법 위반자 재판에 가족의 과거 자료를 첨부해도 좋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경찰은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집시법 위반자를 검찰에 송치할 때 공안사범 조회 리스트를 첨부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했지만,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위헌적이고 반인권적인 문제의 훈령은 폐지돼야 한다. 또 검·경은 전산관리 자료를 연좌제식 수사에 악용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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