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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한은 총재가 집값 상승 걱정하는 이유
주택담보대출 18조원 이상 늘어..낮은 금리로 특정지역 투기수요 몰려
"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집값과 전세 가격이 오르는 것은 경계해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집값 오름세에 대해 또다시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의 기자간담회에 이어서다.
이 총재는 17일 오전 산업·국민·우리 등 7개 은행의 행장들과 만나 “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집값과 전세 가격이 오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시중의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면 집값이 오를 뿐 아니라 생산을 담당하는 기업들이 자금을 얻어 쓰는 데도 제약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올 상반기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을 18조원 이상(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포함) 늘렸다.
집값이 크게 올랐던 2006년 하반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낮은 금리로 돈을 쉽게 빌릴 수 있게 되자 집을 사려는 수요가 특정 지역에 집중됐다. 대표적인 곳이 강남 재건축 아파트다.
한국부동산정보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17일까지 서울 아파트 값은 평균 3.6% 올랐다.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상승률(15.1%)이 전체 평균을 끌어올렸다.
반면 올 들어 강북 5개 구(강북·노원·도봉·성북·은평구)의 아파트값은 1.3% 내렸고, 마포구 등 도심권 5개 구도 0.1% 하락했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전체 주택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뇌관이다.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상승세가 올해 봄 이후 강동구와 과천·목동 등으로 확산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상승 원인을 저금리와 풍부한 시중자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에서 찾는다(건국대 부동산학과 고성수 교수).
이 가운데 저금리와 풍부한 시중자금은 바로 한은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 선택한 금융완화 정책의 산물이다.
바로 이 점이 한은의 고민거리다. 서울 일부 지역의 집값을 잡자고 금리를 올리거나 돈줄을 죌 수는 없는 형편이다.
금리는 전체 경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섣부르게 금리를 올렸다가 경기 회복의 싹을 아예 밟을 수도 있다.
부동산 값을 잡기 위해 당장 금리를 손대는 데 대해선 한은은 물론 전문가들도 부정적이다.
이날 이 총재와 만난 시중은행장들도 “국내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시중의 유동성을 환수하는 출구전략을 본격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게다가 가계부채가 많이 불어난 상황이어서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는 데엔 장벽이 크다.
법 대로만 한다면 한은도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할 수 있다. 한은법 제28조에 따르면 금통위는 금융기관 대출의 기한과 담보의 종류에 대한 제한을 가할 수 있다.
또 국민경제상 긴급한 필요가 있을 때 금융기관의 대출 한도를 제한하고 대출에 대한 사전 승인까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직접 규제는 정부와 금융감독원이 전담하고 있다. 한은이 따로 나설 여지가 없다.
이처럼 현실적인 제약에 묶인 한은은 결국 총재의 입을 통한 구두 경고에 나선 것이다.
부동산 시장을 걱정하는 이 총재의 거듭된 발언은 금리 인상이라는 큰 칼을 쓰지 않기 위한 고육책의 성격이 짙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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