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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 ‘만인보’ 23년만에 탈고
30권 분량 3800여편...“한국문학사 최대의 연작시” 평가

지난해 등단 50년을 맞았던 한국 시단의 거목 고은(76·사진) 시인이 민족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시집 <만인보>를 최근 탈고했다.
2007년 26권까지 출간된 ‘만인보’에는 모두 3285편이 실렸고, 고 시인은 27∼30권에 실릴 500여편의 마지막 원고를 지난 2일 탈고했다.
전체 30권에 3800여편이 담기는 23년의 대장정을 마무리한 것이다.
그가 1980년 여름 남한산성 육군교도소에 수감 중 착상한 ‘만인보’는 우리 민족의 여러 인간상을 시를 통해 형상화하려는 뜻으로 계획됐고, 86년 봄 3500편으로 완결하겠다는 시인의 공언과 함께 1~3권이 세상에 나왔다.
1권을 출간했을 당시 고 시인은 ‘작자의 말’을 통해 “나는 이제 서구시의 외세로부터 해방된다. 이 말 한마디에 내 긍지의 전부가 들어 있다”며 “이 작업의 계속은 나의 사람에 대한 끝없는 시적 탐구이자 이름 없는 역사행위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만인보’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우리 민족의 다양한 얼굴을 그려 “시로 쓴 민족의 호적부”, “한국문학사 최대의 연작시”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또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스웨덴어 등 7개 언어로도 번역됐으며, 스웨덴어판 ‘만인보와 다른 시들’은 스웨덴문예진흥원에서 ‘고금의 고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각권 120여편씩 구성될 27∼30권은 80년 5·18 광주민중항쟁을 거쳐 가파른 시대를 살아간 인물들을 주로 다룬다. 그러면서도 80년대에서 벗어나 여러 시대의 역사적 인물들도 조명한다.
대미를 장식할 30권의 마지막 시 ‘한강 배다리’는 조선시대 ‘비운의 왕’ 연산군을 통해 권력의 허망함을 노래한다.
“돌아오는 길 꿩 한 마리였다/ 상감마마께오서 슬쩍 비아냥대었다/ 정승의 위엄에다/ 5만 군사의 위엄에다/ 고작 한 마리 까투리라// 이런 세월 있었다 있다 있으리라”
출판사 창비는 내년 초 30권을 완간하고 ‘만인보’를 주제로 심포지엄 등 기념 행사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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