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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에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다
10일 저녁, 시애틀의 워싱턴 대학교(UW) 인근 '굿 셰퍼드 센터'엔 한인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의 방 하나를 빌려 '고 노무현 대통령 49재 영상 추모제'를 준비한 저희 '사람사는 세상 시애틀 준비위원회' 의 준비위원들은 그때까지만 해도 조금은 초조한 마음이었습니다.
근 한달 정도를 나름으로 영상물 만들고, 또 동포 업소에 벽보를 붙이며, 인터넷에 행사를 알리고 언론사에 연락하는 등 나름으로 애는 썼지만, 과연 몇 분이나 오실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금요일 저녁인데다가, 그로서리며 세탁소, 모텔업 등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의 비율이 큰 한인사회여서, 어느정도의 호응이 있을지 전혀 우리로서는 미리 알 길이 없었습니다.
그냥 '우리만의 기념식'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없었던 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행사를 준비했고, 또 이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인터넷에서 함께 모였던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실질적인 '오프'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되자 정말 어디서들 오시는지 차들이 하나 둘씩 행사장 주차장으로 모여들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젊은 부모들, 그리고 나이 지긋이 드신 분들과, 학생으로 보이는 젊고 발랄하고 경쾌한 발걸음들... 식이 시작되고 저는 가슴에 뭔가 뜨거운 것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추모시를 읽었습니다. 감정이 격정이 되어 요동치는 것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 대통령 노무현.. 하는 대목에서 저는 시를 읽다가 감정이 북받쳐올라 잠시 목소리를 가다듬어야 했습니다.
이윽고 영상이 상영되기 시작하자 많은 이들은 눈시울을 적시기 시작했습니다. 흑, 흑, 하고 울음 새어나오는 소리들이 들려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진정한 우리의 대통령을 잃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우리 때문이라는 자책, 이런 것들이 모두의 가슴 속에서 얽힌 실타래였던 것들이 노짱의 힘으로 풀려 버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곳에서 '사람사는 세상 시애틀 모임'의 정식 출범을 선포했습니다.
아직 우리의 갈 길은 멀고, 우리가 할 일들은 너무나 많지만 또 추상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단 우리는 '진실을 알려야 하는 것', 그리고 이러한 계몽활동을 통해 연대를 강화하고, 또 온-오프라인 활동을 통해 뜻을 같이하는 더 많은 사람들을 찾아 함께 목소리를 내는 데 주력키로 했습니다.
뜻있는 동포들이 우리나라가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 진실로 '민주화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지한다는 것, 이날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민주화'는 없었던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이명박정권 출범 이전에 누렸던 것들을 다시 되찾아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시민의 인권 보호마저도 방기한 이 정부로부터, 원래 시민들이 누려야 했던 것들을 찾아와야 한다는 마음에서, 아마 이날 모이신 분들의 공감대가 형성됐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남기고 떠나셨습니다. 조국이 다시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저희는 저희가 보탤 수 있는 조그만 힘들이라도 보태어 그 '상식과 원칙'을 다시 찾아오고 싶습니다.
현 정권이 보여주는 몰상식, 그리고 특정 계층만을 국민으로 받드는 비상식들, 그리고 그들이 보여주는 총체적인 비도덕성들... 일단 그런 것들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고, 함께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문득 해 보았습니다.
뭐,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뜻을 함께 하게 되니, 뭔가 힘이 되기도 합니다. 이제 역사 모임이나, 그런 작은 것들부터 시작해야 되겠습니다. 문제는 '바로 아는 것' 일테니, 우리의 첫 걸음으로서 그렇게 역사를, 또 진실을 바로 아는 것에서 첫 단추를 끼워나게 될 것입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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