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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원장 사퇴는 ‘인권 후퇴’ 고발이다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이 그제 돌연 사퇴했다. 3년 임기를 4개월여 남겨둔 시점이다.
안 위원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인권 후퇴와 인권위 축소에 따른 불만 등 청와대와 불편했던 관계를 털어놓으며 “온갖 모욕을 받으면서 식물위원장 4개월을 더 해 뭐하나”라고 말했다.
형식적으론 자진사퇴지만 쫓겨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진의가 무엇이든 임기도 채우지 못한 채 떠나야 하는 인권위원장의 모습이 뒷걸음질하고 있는 우리의 인권 현실을 고발하는 것 같다.
사실 그의 사퇴는 예견된 일이다.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들려다 반발에 밀려 물러섰다.
지난해 촛불정국 때는 인권위가 경찰의 과잉진압을 인권탄압으로 규정하면서 틈이 더 벌어졌다.
당시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은 “인권위가 이 정부하에서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느냐”고 역정을 냈을 정도다.
결국 인권위는 조직의 21.2%인 44명이 줄어들면서 무력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게다가 청와대와 연락을 하는 데만 10일 정도가 걸렸다고 하니 안 위원장의 고충은 이해할 만하다.
현 정권이 2001년 김대중 정부 때 독립 행정기관으로 출범한 인권위를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극우적 관점에서 ‘눈엣가시’로 여기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되돌아본 1년여는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도 2009년 연례보고서를 통해 “한국 인권 상황이 지난 1년간 다방면에서 악화되었다”고 지적했듯이 인권 후퇴의 역사였다.
집회 및 표현의 자유는 무시됐고, 비정규직과 철거민은 소외됐으며, 언론은 재갈이 물려졌다.
생존권을 외치던 6명이 숨진 용산참사가 5개월 보름이 지나도록 방치되고 있는 것이 상징적인 예다.
세계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위원장이 한국의 차기 의장국 수임이 무산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선진화를 기치로 내걸고 출범시킨 국가브랜드위원회 회의에 참석, “앞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 4만 달러가 되더라도 다른 나라로부터 존경받지 못하는 국민이나 국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 가장 두렵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이번 정부가 경제를 중요시하는 데 인권은 수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것을 이 정부가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안 위원장의 고언부터 되새기길 바란다.
인권을 외면하는 선진화, 그것은 신기루를 좇는 헛수고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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