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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 2007/09/19
 

바보 유스토, 당신은 이제 우리입니다.(펌)

2009.06.07 02:25 | ▣ 自他는 不二 | 무소유

http://kr.blog.yahoo.com/earnest3160/6827 주소복사

바보 유스토, 당신은 이제 우리입니다.


유스토.
나는 신을 믿지 않지만 당신의 세례명을 불러봅니다.

나는 이 땅의 종교를 경멸하지만
당신이 추구했던 믿음만은 지금도 믿습니다.

하지만 이 땅에서 벼락이 칠 때마다
우주에서 가장 존경받지 못하는
형편없는 별에서 산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강자에게 가장 큰 유혹은
힘을 쓰고 싶은 욕구입니다.

그러나 그 힘을 함부로 써버릴 때
강자는 마침내 약자로 내려앉습니다.

낚시질을 하되 그물질을 해서는 안 되고
활을 쏘되 잠든 새는 잡지 않는 법입니다.

釣而不網弋不射宿[논어]
이게 인간의 길이요 예의요 양심이요 상식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탈을 쓴 저들은
처음부터 낚시도 그물도 활도 아닌
살인검을 겨누고 벼랑 끝으로 몰았습니다.

바보 유스토, 바로 당신이 최종 타깃이었고
그 뒤에 있는 원칙과 상식과 민주주의가
최후의 타깃이었습니다.

의도도 최악이었고 방법도 최악이었고
결과도 최악이었습니다.

그만큼 저들은 스스로 궁지에 몰려 있었고
스스로 타락의 상징임을 자인하고
자격지심과 두려움에 떨었던 것입니다.

장군차와 오리농법을 고민하던 한 농부로서
소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고민했던 한 시민으로서의
소박한 삶마저, 징후마저 저들은 두려웠던 것입니다.

당신의 뒤에 포진해 있는 원칙과 상식이
눈엣가시처럼 늘 걸렸던 것입니다.

도덕적 불모지에서 범죄적 사생아로 태어난
저 거악들의 집단 히스테리가 날로 포악해짐을
제 발 저려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입니다.

아내와 자식마저 인질로 삼고
벼랑 끝으로 목을 겨눈
인류 역사상 가장 졸렬하고 비열한 권력

설령 당대의 우리가 용서해도
두고두고 이어질 역사가 용납하지 않을
천륜을 저버리는 테러를 가한 것입니다.

냉정하게 말해, 죽음에 자연사는 없습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자살도 없습니다.
타살만 있을 뿐이며, 드러나지 않을 뿐입니다.

바보 유스토
부활하더라도 이 땅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아직은 당신이 살 만한 땅이 못 됩니다.
당신을 귀하게 알아볼 땅이 아닙니다.

상주이자 조문객이었던 500만의 눈물
아니 5000만의 눈물도 믿지 마십시오.
이제는 흔하디흔한 진정성도 믿지 마십시오.

빨대로 피를 빨며 부관참시를 즐기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야만의 이 땅에서
망자에 대한 조문마저 거꾸러뜨리고 짓밟는,

입만 열면 거짓말이 끊이지 않는 개차반의 나라에서
다시 인간에 대한 원초적 예의가 회복될 때
그때 이 땅으로 부활하십시오.

허나 당신은 악의 무리들이 휘두른 저주 덕분에
이 땅에 이미 신화로 부활하였습니다.

이제 남은 5000만이 다시 태어나야 할 때입니다.

당신 스스로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 했지만
밭을 탓해야만 민주주의 땅심이 정신을 차리고
중력의 압제를 뚫고 파란 미래로 꽃필 수 있습니다.

저 혼자 빨리 가려는 사람보다는
천천히 여럿이 함께 가려는 사람이 많아야 합니다.

그래야 멀리, 바다까지 지치지 않고 갈 수 있습니다.


바보 유스토.

비주류인 당신은 모나면 정 맞는다는
필생즉사必生則死의 진흙탕 아귀다툼 속에서
선혈을 뿌리며 한 송이로 낙화落花하는
필사즉생必死則生을 보여주었습니다.

꽃의 정수는 개화開花에 있지 않고
낙화落花에 있음을 부엉이와 함께 날며
당신은 마지막 화살로 보여주었습니다.

살아서 바보가 죽어서 신화가 된 것입니다.

일찍이 이 땅에서는 살아 있는 신화를
단 한 번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반드시 죽여서 박제하였지만
그러나 당신은 죽어서 더 커지고
죽어서 더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이 땅의 모든 죽어 있던 심장에 피를 돌게 했고
탐욕에 잠식되어가던 양심을 깨우는 격발이었습니다.

그만큼 당신은 살아서 고통스러웠고
혼자라서 절대적으로 외로웠음의 반증입니다.

우리는 당신을 지켜주지 못한 게 아니라
실은 당신을 죽인 공범입니다.

당신을 오래전부터 야금야금 죽여 온 공범입니다.
저들처럼 야수의 뻔뻔한 당당함도 없는
그저 비겁하고 비루한 공범들입니다.

당신이 대속의 죽음을 통해 수직으로 죽비를 그었지만
우리는 이제야 비로소 죽음 같았던 삶에서
다시 깨어나는 순간에 서 있습니다.

당신의 죽음을 눈물로만 끝낸다면
누군가는 또 부엉이 바위로 올라가야 합니다.

다음 차례가 누구인지 기다릴 수만은 없는 일입니다.


공기의 혁명은 바람이요
인간의 혁명은 눈물입니다.

혁명은 총구가 아니라 눈물에서 나옵니다.

돌로 내려찍어도 죽지 않고
돌 더미 옆으로 삐져나오는如石壓草
질경이 같은 생명력과 일관성으로
눈물이 휘발되기 전에 몸 곳곳에 각인시키고
집단 기억을 통해 우리의 아이들에게 전이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이 비통한 본말전도 가치전도의
악순환의 소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거저 이루어지지도 않거니와
한 세대의 단말마적 쟁투에 의해서 안착되지도 않습니다.

지금 이 땅의 민주주의는 육법전서 법조문
종이 쪼가리에나 있는 프라시보僞藥 민주주의일 뿐입니다.

민주주의는 이론이나 학문이 아닙니다.
이제 순교한 낙화落花 한 송이가
화엄華嚴의 세계로 날아가며
일으키는 자장과 파장의 후폭풍에
가라앉을 건 가라앉고
부상할 건 부상할 일만 남았습니다.

이를 순리의 아름다움, 공기의 혁명
바람風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그 바람이 우리의 바람입니다.
멈추면 공기요 움직이면 바람입니다.


애이불비哀而不悲
슬퍼하되 너무 비통해하지는 않겠습니다.

애이불상哀而不傷
슬퍼하되 너무 상할 정도로 아파하지는 않겠습니다.

일시의 슬픔으로 감상에 젖지 말며
일시의 감상으로 본질을 흐리지 않겠습니다.

정밀하게 신독하고 스스로 경계하며
한순간도 예외 없이 성찰하고 통찰하고
연대하여 움직여 나가겠습니다.

나 자신부터 염결성을 가지고 경계하겠습니다.

적을 향해 나아갈 때 ㅡ
우리가 적을 향해서 행진할 때 조악한 음악과 조악한 근거들이
얼마나 훌륭한 것으로 들리는지! (니체, [아침놀])

그리움은 눈을 감을수록 선명해집니다.
바보 유스토.
한 번 더 불러봅니다.

옳음은 실패해도 옳습니다.

세상을 입맛에 맞게 좋고 나쁜好不好
취향으로만 사는 사람들은 모릅니다.

옳고 그름에 한때 또는 인생 전부를
걸고 사는 사람들의 철저한 소외와
사방에서 연신 달려드는 그 짜릿한 배신감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결국은 옳음이 사람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심장을 얼마나 감동의 일체감으로
전율하게 만드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암흑 속에서도
오로지 옳음에 목숨을 건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단 1퍼센트의 성공, 단 한 사람의 동지가 없음에도
그 길을 가고야 만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그건 유전자와 기질에 무엇인가 더 보탠
운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물은 극에 이르면 반드시 반전하게 됩니다(物極必反[주역]).
하물며 사람살이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말로는 화합을 부르대면서도 마음은 그렇지 않은[口是心非]
부라퀴들의 양두구육을 참하는 일은
우주 운행의 순리고 바람의 의무입니다.

바람이 부는 한 유스토 당신은
우리 곁에서 우리를 휘감고 실존합니다.

이제 우리가 빚을 갚아야 할 때입니다.

저마다의 똑똑한 분열적 텍스트에서 벗어나
대승적인 공동체의 컨텍스트에 몰입해야 합니다.

사람 사는 세상
사람이 사람다운 세상을 위해

우리는 유형무형의 따뜻한 바람이 되어
갈라진 동서남북을 덥혀야 합니다.

이제 눈물을 거두고 도도한 집단 트라우마와
집단 기억을 보란 듯이 승화하여

골목은 광장으로 열리고
심장은 가슴을 뚫고 창공을 먹을 것입니다.

유스토 당신
그동안 참 고생 많았습니다.

언젠가 당신을 다시 모시게 될 날이 올 것입니다.

그러니 너무 머나먼 별에 가서
오래 머물지는 마십시오.

굳이 당신을 기억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은 이제 우리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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