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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들이 법원 독립성을 의심할 정도라면
서울중앙지법이 지난해 7월 ‘촛불집회’와 관련된 8건의 사건을 한 재판부에 몰아주기식 배당을 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시국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집중 배당하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데다 담당 판사의 판결이 보수 성향이었다는 점에서 배당의 공정성에 의구심이 일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은 유사 사건을 여러 재판부에 배당할 경우 결론의 상이(相異)나 양형의 편차가 있을 수 있어 이를 없애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지만 아무래도 궁색해 보인다.
법원에서 어느 사건을 어떤 재판부에 맡기느냐 하는 배당의 문제는 일반인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배당은 곧 재판의 시작이기 때문에 배당이 공정하지 못하면 판결도 공정하기 어렵다. 법조계의 고질적 비리인 전관예우도 따지고 보면 불공정한 배당에서 비롯된다.
대법원이 ‘배당은 사무분담에서 정한 순서에 따라 자동 배정한다’는 내용의 예규를 마련, 운영하고 있는 것도 이런 문제 때문이다.
사건의 쟁점이 같거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클 때 ‘사무분담의 공평을 고려해 적절하게 배당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있지만 문자 그대로 ‘적절하게’ 배당하는 게 원칙이라 할 것이다.
더욱이 사회현상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시국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싹쓸이하듯 몰아주는 것을 두고 ‘적절한 배당’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재판부의 성향에 따라 판결에 편차가 있을 수 있지만 판사가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기만 한다면 재판의 다양성은 그 나름대로 존중해야 마땅하다.
재판을 단심제로 하지 않고 3심제로 하는 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대법원은 유사 사건을 동일 재판부에 배당하는 게 법원의 관행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업무 처리에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해명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평소 집단행동을 극도로 삼가는 판사들이 법원의 독립성 문제를 거론하며 법원장에게 이의를 제기했다는 점이다.
법원이 내부 판사들에게서조차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는다면 국민 신뢰는 어떻게 구할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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